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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보다 빠른대출에 집날렸다
게시물ID : sisa_269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허스키맨Ω
추천 : 14
조회수 : 390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07/01/31 12:51:42
저런거 광고에 나올때마다 문제가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연리 66%에 복리....

살인적이군요..



[오마이뉴스 주경심 기자]    
 "피자 배달과 ○○○○ 대출, 누가 더 빠른가 보자고!"

"내가 돈이 너무너무 급한데..." "○○○○ 몰라? 빌릴 때 간편하고 갚을 땐 마음 놓이는 인터넷 대출!"

TV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유명연예인들의 '대출광고'가 나오면 난 순간 하던 일도 멈추게 된다. 돈이 필요해서도 아니고, 웃으면서 다가오는 연예인이 반가워서도 아니다.

전화만 하면 서류 절차도 없이 짧게는 몇 분에서 길어야 30분 안에 돈을 빌려주겠다는 연예인들의 멘트는 얼핏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향한 구원의 손길 같다. 하지만 대출 뒤 감당해야 할 높은 이자에 대한 고지는 얌체처럼 한쪽 구석에 처박힌 채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왜 저런 광고를 할까? 또 누구 인생 망치려고 저런 광고가 TV 속에서 판을 칠까?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자칭 선행이라도 베풀 듯 남발하는 온갖 대출 광고들을 보고 오늘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채의 유혹에 빠질지,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다.

사채 손댔다 전셋집 날린 남동생 가족

"형님, 우리 이혼해야 할까 봐요!"

작년 이맘때 동생댁은 내게 신중하게 이혼 얘기를 꺼냈다. 아무리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지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행복해 보였던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동생댁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차라리 묻지 말 것을,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직장에서 소장급 직무를 맡고 있던 동생은 누가 봐도 성실한 직장인이었다. 하는 일의 특성상 미리 대금을 계산해주고, 나중에 본사에서 결제받는 형식인지라 동생은 신용카드를 사용했다. 처음 몇 달은 그런 대로 운영되는 듯하더니 어느 날부터 회사에서 결제받아도 돈이 계속 부족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당장 일을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에 동생이 생각한 건 바로 카드 돌려막기였다. 카드 두 장으로 시작한 돌려막기가 나중에는 열 장을 사용해도 메워지지 않았다고 한다. 선불로 지급한 만큼 결제는 매달 떨어지는데, 어찌된 일인지 카드는 항상 마이너스를 달렸고 월급에서도 상당 부분이 카드대금을 메우는 데 쓰였다.

5분이면 뚝딱! 빌릴 땐 도깨비방망이더니...

그러다 어느 순간 카드로도 안될 상황에 이르자 동생은 사채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주민등록번호와 카드번호만 입력하면 5분만에도 대출된다는 광고는 급전이 필요한 동생에게는 '지푸라기' 같은 것이었다.

대출은 정말 쉽게 되었다고 한다. 아무런 조건도 없고, 아무런 제약도 없이 말이다. 학생이건, 직장인이건, 주부건 간에 누구든 주민등록번호만 눌러도 돈이 입금되는 세상이니, 대출업체 광고처럼 "뚝딱" 하면 돈이 쏟아지는 도깨비방망이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도깨비방망이가 누구 것인가? 도깨비가 도깨비방망이를 거저 내줄 리는 없다. 대출업체들이 거저나 다름없는 듯 남발하는 광고는 결국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문제를 넘어 물질만능주의 현상을 부추기고 신용불량자를 양산해 많은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연리 66%, 이자가 배보다 배꼽

   
 
사채를 처음 써본 동생도 그 몇 백만원이 설마 자신의 발목을 잡으리라곤 꿈에도 몰랐다. 사채를 쓰고 1년만에 동생은 전셋집을 날린 건 물론이고, 사채업자 등쌀에 회사에서 퇴직경고를 받기에 이르렀다.

집도 난리가 났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채업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고 핸드폰은 배터리를 교환하기 무섭게 걸려오는 전화로 금세 새 배터리로 교환해야 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어느 순간부터는 벨소리만 들어도 움찔움찔 놀라게 되더란다.

합법적인 사채 이자도 최고 연 66%에 이른다. 쉽게 말해 백만원을 빌리면 한 달이면 5만5000원, 1년이면 66만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복리여서 단 한 달만 이자를 못 갚아도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렇게 1년이면 원금보다 이자가 더 많은, 배보다 배꼽인 상황에 이르는 것이다.

집도 직장도 다 잃고 길에 내몰린 동생은 당장 월셋집이라도 구해야 했지만 동정 대신 비난이 쏟아질 본인의 처지를 말할 수 없어 사채를 계속 이용했다. 300만원을 쓰는데 선이자를 20만원이나 떼주면서 말이다.

한 달 이자가 20만원이면 1년이면 240만원! 그 돈이 얼마나 무서운 돈인 줄 알면서도 동생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월셋집을 얻고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된 동생댁은 부랴부랴 돈을 구해 사채를 갚았지만 선이자로 떼준 20만원은 돌려받지 못했다고 한다. 며칠을 쓰건, 몇 달을 쓰건 선이자는 돌려주지 않는 것이 그들의 불문율이라고 했다.

가진 것도 없고, 직장도 없고, 집마저 단칸방으로 옮기고, 게다가 하루종일 걸려오는 빚독촉전화로 밥 한술 편히 뜰 수 없는 상황에서 동생댁의 이혼 얘기는 동감을 넘어 부채질을 해도 시원찮을 판이었다.

그래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했던가? 말려야 했다. 아이를 위해서도 아무것도 남은 거 없이 신용불량자라는 딱지만을 안은 동생을 위해서도 동생댁을 막아야 했다.

"염치없고, 뻔뻔한 거 아는데, 이혼까지 해버리면 우리 동생 진짜 폐인되는 거 올케도 알잖아…. 그러니까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 죽으란 법은 없다잖아."

가족 협박도 서슴지 않는 빚독촉전화

동생이 참 원망스러웠다. 한두 살 먹은 애도 아니고, 어떻게 사채를 끌어다 쓸 생각을 했는지. 어찌 그리도 세상 무서운 줄을 모르고 사채를 쓰게 된 건지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었다. 5부 이자에 허리가 휘청대고, 명절날이면 우르르 쫓아와서는 엄마의 머리채를 한 줌씩 뽑아놓던 빚쟁이들의 그 우악스러움을 어찌 잊어버릴 수가 있는지….

하루도 빚 없이 살아온 날이 없는 아버지가 "남한테 빚지고는 살지 말라" 귀에 못 박히도록 하신 그 말씀을 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려 이 곤욕을 치르는지 동생이 밉고 또 미웠다.

지금도 빚을 갚을 능력도, 갚을 수도 없는 동생은 주민등록까지 말소된 채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나와 가족들은 한동안 밤낮없이 걸려오는 빚쟁이들의 독촉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당장 돈을 갚지 않으면 아들을 구속시켜 버릴 테니 빨리 돈 갚으세요! 부모님이 안 갚아주면 누가 갚아주겠어요. 정 이런 식으로 나오면 부모님 재산까지 모두 차압하겠습니다."

힘없고 마음 여린 시골 부모님에게까지 전화해서 어르고 달래고 뺨치고 협박까지 서슴지 않던 그 사채업자들!

내게도 전화해서는 "남의 돈 빌려가고 다리 뻗고 자게 할 줄 아느냐?"고 협박해서 한동안 남편과 아이들까지 몸을 사려야 했다.

처음에는 미안한 마음에 "언젠가는 갚을 겁니다. 남의 돈 떼먹고 다리 뻗고 잘 애가 아닙니다" 사정하기도 했지만 그들의 협박 수위는 갈수록 도를 넘었다.

"어디 사는지 다 안다. 애가 둘인 것도 안다!"

 
 
조금 덜 가져도 세상 돌아가는 이치 정도는 깨우치고 있던 난데, 사람 아닌 사람에게 사람의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남의 돈 빌려서 안 갚는 것도 죄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해 가족들까지 협박하는 건 더 큰 죄다.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나, 이건 개인정보유출이니까 신용정보관리위원회에 전화해서 당장 당신네들 고발하고 말 테니까 그리 알라고, 부모님한테도 한 번만 더 전화하면 그땐 정말 가만두지 않겠다고 윽박질렀더니 그 뒤로는 조용하다.

동생은 지금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빚도 갚을 것이다. 연락처도 모르고, 연락할 길도 없지만 가끔 전화해서 내 안부를 묻곤 한다. 내가 안부를 채 물을 새도 없이 전화는 끊겨 버리지만 어디에 있든 건강하기만 하면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말하고 싶다.

오늘도 누군가는 "무보증! 무담보! 한 달 무이자! 5분 안에 신속대출!"이라는, 유명연예인을 앞세운 대출업체의 솔깃한 광고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번호를 꾹꾹 누를 테지만 그전에 딱 한 번만 더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 길밖에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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