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은 단일하고 고정된 것이 아니다.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듯이 개인의 정체성은 언어, 신체, 사회적 위치에 영향을 받는다. 단순히 개인의 의식이 독립적으로 정체성을 구성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사회구조와 담론 속에서 개인의 의식과 무의식이 결정되는 것이다. 우리는 때때로 평소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모습과 정반대의 행동을 하고 스스로 깜짝 놀라는 정체성 불안정의 경험을 한다. 남이 보는 나의 모습을 듣고 그건 내 모습이 아니라고 부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은 파편화된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회적 맥락에 따라 언제든 변할 수 있다. 에네스가 세월호 참사에 와서 케밥 봉사를 한 것이나 보수적 견해를 피력해 온 것, 결혼 후 바람 피운 것, 거짓말을 하는 행동 모두 그를 구성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의 정체성은 무슬림으로서의 특성과 한국적 정서가 특정 형태로 결합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에네스가 아니다. 매스미디어가 긍정적 이미지를 포장한다는 사실이 이번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그 사실은 체제 차원의 문제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배신감 느낄 필요없이 이번 기회에 매스미디어와 자본주의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이 다소 극적으로 알려졌을 뿐이지 이와 유사한 사례는 크고 작게 수없이 많으며 앞으로도 유사하게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