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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 이해할 수 없는 광해군의 중립외교
게시물ID : history_26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일런트힐
추천 : 11
조회수 : 2581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1/10/01 14:22:03
광해군에 대한 평가가 좋은 이유는 3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임란 때, 왕세자 시절의 그의 행보.
두 번째는 대동법의 추진
세 번째는 중립외교입니다.

첫 번째의 경우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없을만큼 그의 행보가 뛰어났지만
정작 진짜 중요한 왕이 되었을 때의 그의 모습입니다.


특히 사람들이 가장 높게 평가하며, (그래서 인조는 더더욱 까이는)
중립외교에 대한 부분인데 사실 광해군의 중립외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중립외교는 말 그대로 외교술일 뿐입니다.
전쟁은 아무리 날고 기는 외교를 할 지라도 전쟁이 일어날 상황이 되면 일어날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집니다.
그럼 일어날 거 같은 전쟁을 위해 외교술과 함께 동시에 이루어져야하는 것은?

당연히 전쟁대비입니다.
선조의 경우에는 임란전에 대한 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백성들에게 전쟁 전에 무리한 전쟁준비로 민심을 고려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할 정도였음에도)
전쟁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비난을 받습니다.

그런데 광해군의 경우에는 북방에서 누르하치의 성장을 뻔히 지켜보고 있었음에도
그리고 그것을 걱정해 '중립외교'를 펼쳤음에도 내부적으로는 언제 있을 지 모르는
전쟁에 대한 대비를 전혀하지 않습니다.

그럼 전쟁대비 대신에 그가 했던 것이 무엇이냐? 

바로 궁궐공사입니다.
궁궐공사의 이유는 너무나 명확합니다. 바로 왕권강화지요.
조선의 왕들은 끊임없이 왕권 강화를 위해 노력했는데 그럼에도 대부분의 왕들이
사화나  선위하는 척 하는 선위쇼등의 정치적인 방법을 하며 왕권강화를 이뤄내려 노력했습니다.

형제들을 죽이고 여러 사화를 일으키는 건 정치적인 방법이지만
궁궐공사는 전혀 다른 방식입니다. 

그런데 그 궁궐공사의 규모가 납득가능한 수준이었냐. 그것도 아닙니다.
그가 지으려던 궁중 가장 큰 궁인 인경궁의 건물 수는 경복궁의 10배, 
그 면적은 자금성 이상이었을지 모를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였습니다.

그렇다고 인경궁만 지으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경덕궁 역시 동시에 건축되기 시작합니다.
임란전 때 불타버린 창덕궁이나 창경궁의 경우야 이해가 가지만 밖으로는 전쟁의 위험성이 날로만 높아져가는데,
내부로는 궁궐공사에 빠져있다. 이걸 어떻게 이해야할까요?

개인적으로는 이것을 이렇게 해석하고 싶습니다.
실제 광해군은 커져만가는 후금의 성장에 대해 걱정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선택에 갈림길에 놓여진 것이지요. 
첫 번째는 궁궐공사. 두 번째는 외세침략에 대한 방비입니다.

만약 광해군이 진정으로 뛰어난 왕이었다면 당연히 후자를 선택했어야합니다.
그럼 광해군의 중립외교의 진짜 목적이 명확해지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광해군은 전자를 택하고 후자를 포기해버립니다.
하지만 포기한다고 그게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궁궐공사는 포기하고 싶지 않으니 바로 이 중립외교라는 방법을 택한 것 뿐이라는 것을요.


실제 광해군 대에 변방방비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심각했습니다.
그리고 본인도 서북의 오랑캐를 대비하라며 교지를 내리기도 하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와 동시에 인경궁이라는 사상 초유의 대규모 토목 공사가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국가의 대부분의 재정을 궁궐공사의 투입하면서,
서북쪽의 방비가 불안하다며 신하들을 다그치기만 급급합니다. 

실제 전유형이 인경궁 공사를 중지하고 외세에 대한 방비에 집중하자라는 상소가 올라오지만 가볍게 무시합니다.

또 이상윤등이 군사를 징발해 보낼 것과 궁궐공사를 정지해 민폐를 덜고 오로지 방비를 할 것을 요청하지만 무시합니다.

영건 도감이 두 궁궐(경덕궁과 인경궁)의 역사가 엄청나고 용도가 끝이 없는데다
흉년까지 들었고 현재 군병을 일으키니(명나라의 원군요청) 백성들이 버틸 수가 없다.
그러니 둘 중에 제발 하나라도 그만두자고 하는 것도 너희들이 공사재료를 절약하지 않아 낭비하여
공사가 이렇게 오래 끌리게 된 것이다라고 화를 내며 거절합니다.

엄대인이란 자는 궁역을 정지하고 방비를 위해 산성을 다시 수리할 것을 청했지만 역시나 무시합니다.

생원 안여행이 변방의 위급함을 조처하기 위해 궁궐공사를 정지하자고 했지만 무시당합니다.

지사 심돈은 병력 군량마련등을 요청하며 지금은 궁궐 공사를 중지하고 오로지 방비에만 힘쓰자.
했지만 이미 절반이나 했는데 어떻게 정지하느냐고 거절합니다.

이창정이란 자는 궁궐 역사 중지를 아뢰는 상소를 올리다가 파직까지 당합니다.

형조판서 조정은 궁궐공사를 정지하고 군졸을 가려 훈련시켜 위급한 상태에 대비하자고 하지만
요귀의 재앙 때문에 공사를 멈출 수 없다.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거절합니다.

장만은 잠시만이라도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만 공사를 중지하자라고 하니
공사를 중단함으로써 인심이 더욱 붕괴될 텐데 왜 그런 생각은 하지 못하는가. 하며 화를 냅니다.

이충이 차자를 올려 지금 도감의 미포가 다 떨어져가 꾸려갈 방책이 없으니
한 궁궐의 공사만이라도 중단하여 백성의 힘을 펴지도록 하다고 하지만
역시나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라고 하며 무시합니다.

특히나 궁궐 공사에 대해 누누히 얘기했던 병조판서 장만에게는
언제 적이 쳐들어올지 모른다는 식으로 말하면서도 궁궐공사는 절대 그만 둘 수 없다라는 식으로 말합니다.


실제 실록에서는 군사를 징발하고 군량을 운송하는 것이 당장에 급한데도
밤낮으로 일삼는 것이라고는 오직 궁궐을 짓는 것 뿐이어서 산속의 나무가 다 베어졌고
세금을 거두라는 명령이 성화와 같아 백성들의 힘이 고갈되었으며
구름에 닿을 정도로 웅장한 궁궐을 짓느라 영차영차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며
공사의 비축이 다 떨어지니 관작까지 팔았다. 라고 평합니다.

자.. 이걸 어떻게 봐야할까요.
내부적으로 궁궐공사에 미쳐 외세의 침략에 방비는 하지 않으면서,
겉으로는 중립외교를 외친듯 대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자신의 욕망을 위해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은 꼼수로 해결하려고 했던 모습.
과연 이런 광해군의 행보를 대체 어떻게 봐줘야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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