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빌딩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방범벨이 울렸기에 급히 뛰어나가자, 범인은 이미 창 문에서 뛰어내려 도망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밤이었고 경황이 없던 터라, 저는 그저 검은 그림자 밖에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 이외에는 그저, 아마 남자, 그리 살이 찐 체격은 아니다, 정도 뿐. 신장조차 짐작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일단 목격자였기에 경찰의 조사를 받았습니다. 정말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만 경찰의 조사는 사실상 거의 유도심문이었습니다.
「범인은 파란 옷을 입고 있었지 않아?」
그런 거 몰라요, 아무 것도 모른다니까요. 그렇지만 너무나 끈질긴 경찰의 심문에 어느덧 전 경찰이 말하는대로 믿어버리게 되었습니다. 범인은 푸르스름한 복장에다 40대의 보통 체격, 구두는 스니커즈...
곧 범인은 잡혔고, 나는 재판에서 경찰이 불러준 그대로의 범인상을 증언해버렸습니다. 분명히 말해 귀찮았기 때문에 그랬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사실 무엇을 증언했는지도 지금은 제대로 기억이 안 납니다. 왜냐하면 그림자 이외 에는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까맣게 잊었던 두달 전, 한 남자의 목소리로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세요, OO(나)입니다」 「OO인가?」 「네, 그렇습니다만, 누구세요?」 「정말로 OO인가?」 「네, 누구신가요?」 「너, 15년 전, 재판에서 거짓 증언 했었지? 각오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