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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단편,브금]등산
게시물ID : panic_271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4
조회수 : 222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3/27 12:59:26
"별로, 썩 좋은 여자는 아니더라고.” “그래?” “씀씀이가 헤프다고 해야 하나.. 왜, 겉치레만 화려한 여자들 있잖아.” 난 그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녀석의 말을 듣고 있었다. 가끔씩은 대수롭지 않게 남의 기분을 무시하는 녀석의 면상을 한 대씩 갈겨주고 싶기도 했지만 사실 그 문제는 나와 관계가 없는 것이기는 했다. 다른 여자애들과 나와 녀석을 포함한 몇 명이 재잘거리며 산을 오르는 동안 녀석은 계속해서 혜민을 욕하고 있었다. 장혜민. 그녀는 작년에 살짝 안면을 익힌 사이였는데 나보다는 한 살이 어렸다. 잠시 그녀에게 접근을 하기도 했었지만 뭐라고 해야 하나, 그녀에게는 다가설 수 없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 그래도 나는 괜찮았는데. 아, 언제였던가. 이 녀석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었다. 그런데도 내가 반발하지 못했던 건 그녀와 나의 사이엔 진전이 없었고 누구도 그녀를 향한 내 호감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난 참 내 스스로가 못난 놈이라고 생각했다. 난 뭣 하러 이렇게 기죽어서 살아야만 하는 걸까. 나란 소심한 놈은 언제나 불공평한 일을 당해오면서도 억울한 줄을 몰랐다. 그것만큼 비참한 일이 있을까. 난 최소한의 용기도, 자존심도 없는 셈이었다. 그래서 녀석에게 혜민을 빼앗기고서도 울분할 줄 모르고 그저 가벼운 인사로 지나치는 혜민을 보면서도 입 한 번 뻥긋하지 못했다. 녀석이 내 앞에서 버젓이 그녀를 욕하는 데도 맞장구나 치고 있는 꼴이라니. 난 그저 안일한 태도로 오늘 등산에 그녀가 참가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기고 있을 뿐이었다. “등산코스는 여기서부터 정상까지야. 암벽 중간 중간마다 안부(산줄기가 움푹 들어간 곳)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조심하고. 두 명씩 짝을 지어 올라가는데 안자일렌(로프로 서로 묶어 매고 가는 것)상태로 가도록 한다. 자, 그럼 로프 챙겨가.” 난 녀석과 짝이었다. 앞에 나와 로프를 챙겼다. 로프 옆에는 고정로프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뭐, 이런 낮은 산에서 고정로프가 필요하겠는가. “로프 잘 연결했어?” “어.” 녀석은 자신의 가슴에서 허리로 이어진 로프를 한 번 잡아 당겨보고는 담배를 한 대 물었다. 그러더니 이내 내 얼굴에 자욱한 연기를 내뿜었다. 녀석은 히죽거리며 웃고 있었다. 먼저 등산에 능숙한 선배들이 등반코스를 오르기 시작하면서 로프를 아래로 연결해 주었다. 경사가 비교적 낮은 편이라 쉽게 등반이 가능할 듯했다. 하나 둘 로프를 잡고 올라가면서 마지막으로 우리의 차례가 돌아왔다. 앞장 서는 건 나였다. 장갑으로 로프를 당기면서 암벽에 발을 붙였다. 차가운 느낌이 와 닿는 것 같았다. 곧 이어 녀석이 나를 따라 오르는지 어깨 너머로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다. “아, 맞다. 강성준.” 경사가 완만한 바위를 오르면서 녀석이 따분했는지 입을 열었다. “너, 혜민이 좋아하지 않았냐?” 난 대답하지 않았다. 녀석이 그걸 어떻게 아는지가 의문이었고 설사 안다 쳐도 대답을 하면 그 이상 초라해 질 순 없을 것만 같았다. “아냐?” 다시 한 번 되묻고는 녀석 특유의 비웃음이 들려왔다. 손이 부르르 떨렸다. 개자식, 제가 잘나면 얼마나 잘났다고 날 이렇게 깔보는 걸까. 이어서 찰칵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담배냄새가 풍겼다. “등산 중에는 담배 피지 마. 로프를 잘 잡으라고.” “아아, 어련하시겠어.” 그러면서 녀석은 한 손으로 나의 허리로 연결된 로프를 보란 듯이 당겼다. 우리가 꽤 뒤쳐졌는지 위로 올라가던 선배들과 그 뒤를 졸졸 따르던 여자애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온통 나무였다. 어떻게 보면 꼭 세상이 멈춘 것 같기도 했다. “으악!” 갑자기 발이 미끄러지며 몸이 아래로 쏠렸다. 외마디 비명을 지르면서 로프를 잡고 매달리자 땀이 송글 송글 맺혔다. “하하하하하!” 녀석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얼핏 내려다보니 녀석은 담배를 암벽에 비벼 끄면서 내 로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뭐하는 짓이야!” “사내자식이 겁만 많아서는, 크큭.” 이제 곧 굴곡이 심한 경사면이 나타날 터였다. 그런데도 녀석은 멍청하게 로프를 놔 버리는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 때 난 딱 한 번 그 생각을 했다. 아예 떨어져 버렸으면. 아예 저 아래로 떨어져 버렸으면. 그리고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내가 더위를 먹은 게 분명했다. 낮은 산처럼 보이더니 좀처럼 정상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산이라도 꽤 복잡했는지 선배들이 쳐 놓은 로프는 이리저리 흐트러져 있었다. 꼭 이렇게 보니까 우리가 길을 잃은 것 같기도 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저 위에 굴곡이 심한 바위들이 많았다. 아마 저 큰 바위 위로 올라서면 대체로 앞서 간 이들의 흐름에 합류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녀석은 나에게 아주 제 체중을 실어주고 있었다. 고로 땀을 뻘뻘 흘리며 산을 오르는 건 나 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드디어 경사면이 발에 밟혔다. 로프가 확 당겨졌다. 어찌나 바위가 울퉁불퉁했던지 로프만 잡고 올라가다간 옆으로 획 넘어갈 것 같기도 한지라 난 손으로 작은 바위 하나하나씩을 움켜잡으며 위로 향했다. 그제 서야 난 마땅히 발을 둘 곳이 없음을 알았다. 등산화를 옆으로 휘휘 저어 보였다. 닿는 건 평면적인 암벽뿐이었다. 그렇다고 로프와 손에만 체중을 실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한 번 더 손으로 바위를 잡으면서 상체를 위로 끌어올렸다. 방금 내가 잡았던 곳을 발판으로 할 셈이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뻗으면 발이 닿을 수 있었다. 조금만.. 조금만.. “으아아악!!!” 그 순간 손과 발이 암벽에서 확 떨어지면서 몸이 급격하게 아래로 쏠렸다. 손이 파르르 떨려왔다. 녀석이었다. 녀석은 아직도 이곳의 경사를 파악하지 못하고 날 비웃고 있었다. 이를 악물었다. 정말 재수 없는 자식이었다. 난 한 번더 위로 올라가려고 애를 썼다. 그 때 난 뭔가, 나를 지탱하는 뭔가가 빳빳해지는 걸 느꼈다.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내 눈에 보인 것은 날카로운 바위에 걸려 한 오라기씩 풀리고 있는 로프였다. “젠장!” 그제 서야 난 선배들에게 고정로프를 연결하지 않은 걸 후회하고 있었다. 난 이 산을 너무나 얕본 셈이었다. 이 로프가 끊어지면 끝인 것이다. 이럴 수가. 너무나 쉽게. “왜 그래?” 녀석의 체중이 한 번 더 끊어지려 하는 로프에 실려 왔다. 식은땀이 등으로 흘렀다. 입안에 침이 바싹 마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끝이었다. 여기서 떨어지면 끝이었다. 그러기에 난 너무 억울하게 살지 않았는가.. “뭐하는 거야?” 녀석이 이상한 눈으로 날 바라보건 말건 난 윗주머니를 열었다. 한 손은 암벽 모서리를 잡고 한 손으로 하는 동작인지라 매우 떨려왔다. 제발, 아직은 끊어지지 않기를. “으아아악, 미친 새끼!! 넌 돌았어! 그만 두지 못해!!” 칼을 쥔 손이 급격하게 떨려왔다. 난 이를 악물고 녀석과 나를 연결하고 있는 로프에 칼날을 댔다. 두꺼운 로프가 한 가닥씩 천천히 풀려 나갔다. “제발 그만 둬, 제발... 제발, 장난하는 거지? 그만 둬, 부탁이야!” 녀석은 로프를 바라보면서 애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게 다 이 녀석 탓이었다. 녀석이 급경사에서 장난을 치지만 않았더라도. 최소한 날 깔보지만 않았더라도. 우리의 목숨을 지탱해 주고 있는 건 너무나 사소했다. 그저 줄 하나 뿐이라니.. “혜민이? 그 딴 거 다 너 줄게. 제발, 제발 살려 줘!!” “....닥쳐, 개자식아....” 로프는 일정수준을 지나자 술술 잘 잘라졌다. 끊어지기 직전, 난 녀석의 얼굴을 보았다. 하얗게 질린 얼굴이 눈물 투성이 였다. 난 궁금했다. 지금 내 표정이 어떨지. 아마 난 웃고 있었는지 모른다. “.....경수야.. 너 말이야.. 아, 넌 모를 거야. 그렇지? 네가 내 기분을 얼마나 뭉게 놨는지..” “미안해, 미안해! 다음부턴 잘할게..제발.....제발...” “다음? 다음이란.... 이제 없는데?” “아아아악!!!” 로프는 끊어졌다. 녀석의 목소리는 내 바로 아래에서부터 저 먼 아득한 아래로 멀어져 갔다.난 녀석이 그랬던 것처럼 녀석을 비웃었다. 사내자식이 겁만 많아서는, 크큭..하고 말이다. 아직 저 위로 이어진 로프는 끊어지지 않았다. 난 조심스럽게 그 로프를 잡고 기어 올라갔다. 혼자가 되자 더 홀가분하고 가벼웠다. 로프는 내 무게를 충분히 지탱해 냈다. 그건 사고사였다. 단순한 사고사. 아니, 아주 빌어먹을 재수 없는 사고사. 그리고 난 그 죽음을 애통해 하는 친구였다. 동호회 회원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 특히 나는 가장 넋이 나간 사람처럼 녀석의 이름을 울부짖었다. 그건 나의 잘못이 아니었다. 산의 문제였고 녀석의 불운의 문제였고 안전의 문제였다. 녀석은 흰 천에 덮여 실려 나갔다. 녀석이 영안실에 안치되었을 때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며 달려온 녀석의 어머니는 그만 안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오열하면서 주저 앉아버렸다. 난 창백한 안색을 하고 그녀를 일으켜 주었다. 그녀는 퉁퉁 부은 눈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가...우리 경수 친구인가?” “네, 어머니..” “흐흑..말려주지 그랬어, 그렇게 위험한 일 못하게 말려주지 그랬어...” “어머니, 제가 죄인입니다.. 제가요.. 제가 나쁜 놈입니다...” 그러자 그녀는 울면서 그래도 자네 같은 좋은 친구가 있어 아들놈이 편하게 갔을 거라고 하며 외려 날 다독였다. 난 그녀에게 안겨 빙그레 웃었다. 아무도 몰랐다. 내가 녀석을 얼마나 미워하고 증오했는지. 난 모든 걸 철저히 감추고 살아왔으니까 말이다. 난 누구에게도 내 감정을 내비친 적이 없다. 난 그저 착하고 성실한 강성준일 뿐이다. 용기 없고 소심한 그런 녀석일 뿐이다. 그 후 산악 동호회는 폐쇄되었다. 그 뒤의 이야기를 좀 하자면, 참 아이러니하게도 녀석의 죽음을 계기로 난 혜민과 가까워졌다. 우린 둘 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혜민은 그래도 녀석을 사랑했다고 말하며 울었고 난 너희가 갈라지게 된 게 슬프다며 울었다. “오빠, 수업 끝났어?” “응, 너는?” “나도 방금.” 그녀는 계단을 내려오면서 내게 팔짱을 끼고는 활짝 웃었다. 그런데 사람이란 참 이상한 동물이지 않은가. 예전의 난 그녀를 그렇게 끔찍이 원했으면서도 막상 갖게 된 지금은 외려 그녀가 질린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쩌면 그 점에서는 경수가 옳았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예쁘고 사랑스럽기 보다는 씀씀이 헤프고 겉치레만 화려한 골 빈 여자였다. “오빠..?” 문득 그녀가 날 바라보았다. “응?” “무슨 일 있어? 표정이 굳었어.” “아...아니.” “그럼 오빠. 우리 날씨도 좋은데 등산이나 갈까?” “등산?” 순간적으로 난 안색이 확 굳는 걸 느꼈다. 사실상 경수 사건으로 인해 ‘등산’ 하면 안 좋은 이미지가 많았다. “응. 전에 오빠랑 나랑 같이 산악 동호회였잖아. 경수 씨가....불운의 사고로.. 그래서 해체되긴 했지만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되지 않겠어? 우리가 다시 즐겁게 등산을 하면 먼저 간 경수 씨도 기뻐해 줄 거야.” 난 차마 그녀의 말에 거절을 할 수 없었다. 어째서인지 그 제안을 거절하면 내가 녀석을 죽인 범인 이라는 게 들통나는 듯한 섬뜩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렇게나 날 따르는 혜민에게 이별을 고하기엔 등산만큼 멋진 소재가 없을 것 같았다. 그녀와 처음 만나게 된 것도 산악 동호회가 배경이지 않았는가. 그렇게 우리는 주말에 등산을 떠났다. 오르기 전에 같이 도시락도 먹고 시시콜콜한 얘기도 나누면서 천천히 등산 채비를 마쳤다. 먼저 그녀가 로프를 잡고 올라갔다. 그 뒤엔 그녀에게 연결되어 있는 내가 올랐다. 그녀는 올라가면서도 가끔씩 아래를 내려다 봐 내가 안전하게 올라오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배려도 보여 주었다. 참 아까운 여자기는 했다. 하지만 이제 정상에 닿으면 난 정식으로 이별을 선언할 셈이었다. “혜민아, 이제 경사면에 접어든 거 같다. 조심해.” “알고 있어.” 그녀는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했다. 나도 더 이상의 조언은 않기로 했다. 그래도 오늘은 고정로프를 사용하지 않았는가. 녀석이 죽으면서 그것 하나는 가르쳐 주고 간 듯 싶다. 그 때였다. 암벽의 굴곡에 그녀가 갸우뚱거리며 힘겹게 오르는 동안 난 그녀를 천천히 따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내 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드드득..” 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 “드드득...” 한 번 더 그 소리가 들렸다. 난 혜민을 올려다보았다. “혜민아, 이게 무슨 소리니?” “응, 오빠, 무슨?” “뭔가 드득 거리는 소리 안 들리니?” “지반이 약해서 그런 소리가 나는 거 아냐? 어쨌든 조심해, 오빠. 천천히 올라와.” 난 고개를 기웃거리며 다시 천천히 발을 뗐다. “드드드득..”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대체 무슨..? 난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전히 아무 일도 없었다. “드드득...드드드득.....” 혜민은 여전히 멀쩡하게 로프를 타고 오르고 있었다. 그럼 이 소리는 대체 어디서 나는 소리일까.. 그 때 내 눈이 아래로 쏠렸다. 그리고 그리고 “드드드드드드드득!!!” 커다란 소리와 함께 내 아래에서 기어 올라오고 있는 것은 한 쪽 머리가 터져버린 경수였다! “으아아아악!!!” 녀석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내 쪽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 때의 복장 그대로였다. 피투성이가 된 채로 여전히 히죽거리며 웃고 있는 녀석! 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난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력으로 기어 올랐다. “오빠, 왜 그래! 경사가 급해서 그렇게 빨리 올라오면 위험해!” 혜민의 목소리가 아득하게만 들렸다. 숨이 차올랐다. 장갑이 찢겨서 손바닥에서 피가 흘렀다. 그리고 천천히 드득 거리는 소리와 함께 차가운 것이 내 위로 올라탔다. “아아악!!!” 난 미친 듯이 비명을 질러댔다. 녀석의 썩은 피부가 내 얼굴위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발을 헛디디고 균형을 잃은 채 밑으로 쏠렸다. “꺄아악!” 그녀가 휘청거리면서 비명을 질렀다. “오빠!” 그녀가 나를 내려다봤다. 그녀는 놀랐는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혜민아, 살려줘!!” 난 그녀를 향해 외쳤다. 그러면서도 내 등에 탄 다른 한 사람의 체중을 견디지 못해 몸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툭-” 그 순간 로프가 끊어졌다. 몸이 다시 한 번 덜컹 거리며 바위에 부딪혔다. “오빠, 로프가 끊어졌어!” 혜민의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이 아찔했다. 하지만 아직 난 안전했다. 아직 고정로프가 날 지탱해 주고 있었다. 그러나 몸은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추기가 코를 찔렀다. “개자식아!! 꺼져, 꺼지라고!!!!!” 난 아무 것도 잡지 못하고 그저 힘없이 매달린 채 비명을 질러댔다. 이제 고정로프만이 세 사람의 무게를 견뎌 내고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혜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이대로 가다간 고정로프도 끊어질 것 같아.” 그 목소리가 왠지 싸늘했다. “사실대로 말해 봐. 오빠. 이젠 나를 사랑하지 않지?” “..뭐?” “이제 날 사랑하지 않잖아. 그렇지?” “아니야...아니야...안 돼....안 돼!” 난 그녀를 하얗게 질린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지난 날 누군가의 얼굴과 매우 흡사해 보였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리고... 그녀가 뽑아드는 잭 나이프가 반짝였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시나브로H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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