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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 나비로 바위를 부수며 걷는 법
게시물ID : readers_270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빗속을둘이서
추천 : 3
조회수 : 26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2/06 01:5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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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접질리고 넘어지기를
여러 수단을 강구하며
발자국을 갈아 신고
걷는 시간을 바꿔보고
그렇게도 많은 방향과
길고 긴 길을 걸어왔지만

어떤 수단도 그때, 뒷짐에 숨긴 장미 한 송이만큼 설레지 않았으며
어떤 신발도 그때, 버선발 심정보다 가볍지 않았으며
어떤 시간도 그 정도로 걸음걸이에 신경 써본 적 없고
어떤 방향도 그보다 목적이 확고한 적 없다, 너한테 가는.

곰곰이 생각해보자.
가장 사랑한 실체가 가까워지는 뚜렷한 방법인
이동 그 자체, 걸음은 보통 숭고한 것이 아녔어.
장애가 태생의 두 다리를 대신하는 거 역시 걸음이라 치자.
바로 한 번만 내디디면 촉을 뻗어 신의 뺨을 만질 수 있다 하더라도
너와 조금이라도 멀어지는 쪽이면 난 신에게 등을 돌렸을 것이다.

영혼 깊은 곳의 두려움을 심어 오느라
유령이 핀 불모지 그 길고 긴 길 위에서
말도 안 되는 생태계라 해석한, 그 지옥에서 핀 순결한 꽃을,
너를 본 순간부터 무언가 조심스럽게 넘어야 할 경계선이 느껴졌고
더 가까이 한 걸음을 내밀자 오직 고통만이 익숙하였던
그동안의 오감 체계가 무너지고 달콤한 세포가 깬 듯싶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나비가 불어와
봄이 오는 시기를 예고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이야기는 또 길지
참 어리석게도 함께 다니던 손을 놓았고
신도 외면할 수 있다는 거창한 맹세는
너무 뒤늦게야 깨달은 말뿐이 돼버렸어.

비록 이제 나 혼자 덧없는 몽상 속에서
차디찬 눈총을 응달진 품으로 보호하며
햇살 대신 더 뜨거운 눈물을 주어
불멸의 꽃을 피우고픈 허무한 사연 속일지라도
믿는 건, 나에게 내 추억은 대체할 수 없이 아름답다.
세상이 몰락의 끝을 치닫고
최후의 2인이 서로의 목을 조를지언정
그런 순간에도
아직도 너란 꿈이랑 걷기에
너를 만나고
네가 준 것이 가득한
이 세상을 혐오하거나
지치지 않는다.

그 길고 긴 길 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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