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보면 한국 만화가란 사람들은 죄다 일본 만화 따라한 듯한 그림만 그려댄다고 비평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그 분들이 생각하는 한국적인 만화란 무엇일까요?
현실 비판적인 내용에 극화체로 그린 만화?
현실 비판적인 내용의 만화는 한국에서 처음 그려진 걸까요?
극화체는 한국에서 시작되었나요?
그러면 둘리나 날아라 슈퍼보드는 한국 만화가 아니겠군요.
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게다가 꽤나 재미있는 현상인데 그런 분들은 미국식 코믹스 그림체나 애니메이션 그림체에 대해선 이상할 정도로 관용이 넘치는 경향이 있더군요
더 재미있는 얘기를 해봅시다.
폴란드 만화와 프랑스 만화를 구분해보라고 할 때 대답할 수 있는 분이 계실까요?
불가리아 만화와 캐나다 만화는 어떨까요?
.....
결론적으로 말하면, 일본 만화, 소위 망가라고 불리는 문화는 생각보다 영향력이 매우 큽니다.
미술로 비유하자면 로코코나 바로크처럼 하나의 양식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말이죠.
세게 200개국 중 하나의 나라의 특이한 그림이 아니라 만화에 있어선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입니다.
그 나라만의 고유한 새로운 문화는 어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그 어떤 문화도 기독교신화에서 말하듯 태초에 빛이 있으라! 하면서 빛이 생기는 마냥 스스로 갑자기 생겨나지 않아요.
다른 문화에서 끊임없이 영향받고, 자극받고, 쟤들은 저렇게 하네. 우리는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저거는 저렇게 하는 게 더 재밌을 것 같은데,
어 그거 괜찮다, 난 이렇게 해볼래, 하면서 발전하는 거죠.
한국적인 걸 만들어라! 예! 여기 대령했습니다! 이게 한국적인 겁니다! 이게 아닙니다.
물론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한 세대가 지나고, 다음 세대도 지나고, 제 생애 말미에 그 결실을 볼 지도 모를 일이죠.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데 일본 문화를 그대로 차용한 듯이 왜색이 심하게 묻어나는 만화가 아니라면 그 그림, 표현수단으로 터무니없는 비판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