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차가운 비가 부슬부슬 내렸죠. 남고생인 동생이 야자 끝나고 집에 올 시간인데 비는 더 굵어져서 우산 들고 마중 가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렇지만 동생도 나름 예민한 시기의 사춘기인데 누나가 머리도 감지 않고 잠옷 차림으로 나가면 싫어할까 생각이 들어, 머리도 감고 가볍게 화장도 하고 옷도 좀 차려입고 나갔습니다.
비 내리는 남고 앞, 누나가 마중 나온대서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멀리서 혼자 비를 맞으며 오는 동생. 안쓰러운 맘에 달려가서 우산을 씌워주니 조금 멋쩍어합니다. 성가시게 뭐하러 이렇게 꾸미고 나왔냐며, "누나 완전 허세쟁이네~ 남고생들 앞에서 허세 부리고 싶어서 나온 거지?" 하고 툴툴거리지만 그래도 쑥쓰러워하며 고마워하네요.
그리고는 앞에 가는 남학생들 무리가 자기네 반 아이들인데, 별로 친분이 있는 사이가 아니라 마주치면 껄끄럽다고 그냥 조용히 가자면서 총총총.
그리고 다음 날, 남동생이 학교에서 다녀와 말하더라고요. 결국 몇몇 아이들이 누나를 본 모양이라고. "그래? 애들이 뭐라든? 엄마나 이모로 보진 않든?"하니,
"아니, 어제 옆에서 같이 걷던 여자 누구냐고 물어보길래 내가 '그건 왜 물어?'하니까 애들이 '여친이냐?' 묻는 거야. 그래서 '그냥 누난데.'했더니, 몸매 완전 연예인이라는 둥 번호 알려달라는 둥 소개해달라는 둥 하길래 그냥 '남친 있어.'라고 대답했지."
아, 누나를 보호해주려는 남동생의 훈훈한 마음^^
........은 시밤 개똥이고ㅠㅠ 네 살 연하까지는 커버할 수 있어! 걔들 다시 데려와 흐엉엉엉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