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 관한 책을 읽다가 놀라서 침대에서 떨어질 뻔했다. 의도가 좋고 좋은 내용이 많아서 꽤 많은 판매고를 올린 책인데, 결정적인 잘못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에너지원의 지나친 섭취로 포도당이 많이 존재하게 되면” 당뇨병이 생긴다고 기술해 놓고 있다. 다시 말해서 단 걸 많이 먹으면 당뇨에 걸린다는 얘기. 과연 그럴까?
당뇨병은 1형과 2형이 있는데, 1형은 혈중 포도당의 수치를 낮춰 주는 인슐린이란 호르몬이 췌장에서 분비가 안 되어 생긴다. 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 세포가 스스로의 항체에 의해 파괴되어 생기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다. 2형은 혈중 인슐린의 양은 충분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인슐린에 저항성이 생겨 인슐린이 제구실을 하지 못해서 생긴다. 체외에서 인슐린을 공급해 줘야 하는 1형과 달리 2형 환자에게는 혈당 강하제를 투여해야 하는데, 2형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비만이라고 추측된다.
비만이 당뇨의 원인 중 하나라면, 지나친 에너지원의 섭취가 당뇨병을 일으킨다는 그 책의 말이 전적으로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하지만 비만이라고 해서 다 2형 당뇨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며, 거기엔 유전과 환경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 책이 과학 지침서를 표방하는 책이라면 좀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데, 그 책의 저자가 그런 말을 하게 된 배경은 아무래도 인터넷 같다. 당뇨의 원인을 네이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설명과 마주치게 된다.
“설탕의 과다섭취는 당뇨가 될 수도 있습니다. 췌장이 엄청나게 견디려고 하다가 더 이상 못 견딜 때 혈당이 200 넘어가고 이때를 당뇨라 합니다.” 이 분의 견해대로라면 췌장을 다시 쉬게 해주면 당뇨병이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췌장에서 인슐린을 아무리 만들어도 비만으로 늘어난 넓은 면적(세포)에는 턱없이 모자라 혈당은 계속 증가하게 된다.” 살이 찐다 해도 모든 세포에는 혈액이 공급된다. 이 분 식으로 말하면, 비만인이 아무리 밥을 먹어도 포도당 수요에는 턱없이 모자라 혈당이 감소하겠네?
“당뇨병의 원인은 먹기만 하고 운동을 안 해서 생기는 거라고 합니다.” 그럼 운동선수는 당뇨병이 없을까?
“젊은층의 당뇨가 많아진 원인도 영양 불균형에 때문인 듯합니다.” 영양은 예전이 더 안 좋았다.
“당뇨는 불규칙한 식생활과 술, 담배, 방탕한 성생활 등 복잡한 구조에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술, 담배를 안 하는 소아가 당뇨에 걸리는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성생활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인터넷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생활의 필수품이며, 나 또한 인터넷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여기서 보듯이 인터넷에는 온갖 가짜 지식이 판을 치며, 진실과 거짓이 뒤섞여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다른 거야 잘못 알아도 큰 상관이 없겠지만, 정말 의학적으로 중요한 질문이라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얼핏 생각하기에 잘 모르는 사람이 왜 답을 올리나 의아해하겠지만, 답을 올리면 내공 점수가 올라가고, 점수에 연연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들로선 당장의 점수에 눈이 어두워 잘못된 지식을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을 누가, 무슨 수로 말리겠는가. 그러니 인터넷에 올라온 지식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하고, 건강이 달린 문제는 전문가와 상담하려는 자세를 갖는 게 중요하다. 인터넷을 너무 믿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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