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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데자뷰.
게시물ID : panic_270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erdi
추천 : 2
조회수 : 187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03/25 04:17:48
어디선가 언젠가, 꿈에서 본듯한 장면이 현실에서 나타날때
그때 다음장면이 뭐였는지에 대해서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분들이 있으려나?
나는 어릴때부터 데자뷰현상을 겪어왔다. 

자전거가 넘어져 팔꿈치가 까이기 3초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자전거는 저 턱에 부딪혀 넘어지고, 내 팔꿈치는 작살이 날거란걸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 장면이 실제로 이어질지 아닐지 하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매혹적인 호기심에의해
그 꿈에서 일어난 일련의 행동들을 이어갔고, 내 팔꿈치는 피범벅이 되었다, '꿈이랑 똑같네 헤헤' 

어릴때에는 단지 이런일들만 있어 처리가 단순했지만 나의 데자뷰는 점점 수위가 높아져갔다. 
내가 다른사람에게 피해를 입히기 시작한것은, 어느날 학교앞 문방구에서였다. 
뽑기를 하던중 족자를 옮기다 옆에 있던 여자애 얼굴에 족자가 닿아 심각한 화상을 입힌일이 생겼다, 
분명 나는 이때일이 일어나기 몇초전에 이렇게 될거란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그걸 애써 막으려 
하지 않았다, 

왠지 꿈에서 일어난 그대로 현실에서도 이어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저번달부터 조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꿈속에서, 얼굴도 모르는 중년의 남자를 돌로 찍어 죽이는 꿈을 꿨다. 
예지몽인지 아닌지는 데자뷰현상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나조차도 모른다. 아니 기억에서 묻힌다.

하지만 나에겐 징크스가 있다, 반복되는 꿈은 데자뷰현상으로 곧 잘 나타난다는 거다.
내가 3번째로 그 꿈을 꾸었을때, 잠에서 도망치든 깬 나의 등에선 식은땀이 한사발 흐르고 있었다.

내가 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죽이는거지!?라는 자괴감부터 시작해서 나는 이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고 죄의식에 시달릴 이유가 전혀없어 같은 위안까지 다양한 심적 압박에 시달렸다.
비록 꿈속이였지만 실제처럼 생생한 느낌과 현장감때문에 실제로 내가 살인을 저지른듯한 죄의식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나를 점점 쇠약하게 만들었다.

내가 저지르지 않은일에 대해서 스스로 죄의식을 느끼는 병신은 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뱉으며
아무한테도 하지못할 신세한탄을 하며 집 옥상에서 담배를 피웠다.

그리고 몇일내내 비가와서 축축하고 음습한 기운이 감도는 늦은밤의 골목길을 내려다 보았을때
나는 담배를 입에 문채로 굳을 수 밖에 없었다.

꿈속에서 종종 봐왔던 그 중년의 남자가 틀림없었다, 긴 코트를 입고서 머리가 반쯤은 벗겨진
흔한듯 하면서도 너무나 흔해 흔치 않은 그런 '아저씨'였다. 물론 꿈에서는 항상 뒷모습만을 보았기에
정면 얼굴을 제대로 본적은 없었다. 하지만 꿈속에서의 느낌이란게 있지 않은가. 분명 그 느낌이였다.


나는 2층 주택옥상에서 담으로, 그리고 골목길로 고양이처럼 떨어져내리듯 내려갔고, 그남자를 뒤쫓아 갔다.
'그는 누굴까?', '이 시간에 이 인적드문 골목길에서 뭘하는 거지?', '집에 가는걸까?'

문득 남자가 향하던 방향에 다다랐을때, 골목길 구조상 필히 지나야하는 삼거리 코너가 바로 목전일때
나는 망설였다. 꿈에서 처럼 뒷목이 싸하고 온몸이 경직되며 떨려오고 다리는 무거워졌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나는 꿈속이었지만 그남자를 죽였다,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나는 사람을 죽였다. 왜그랬을까? 그사람이 죄를 저질렀나? 나를 위협했나? 나쁜사람인걸까..?

그래.. 그사람이 나쁜사람일지도 모른다, 이 늦은 밤에 인적드문 골목길을 코트를 입고서 돌아다니는게..
수상하다, 머릿속에서 몇단계의 추론이 거듭되자 이내 그는, 수상한남자가 되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자 모든것이 명쾌해졌다, 재개발이 이루어져 이미 사람이 다 빠져나간 판자촌,
늦은 시각, 긴 코트, 그리고 내가 그를 죽일만한 이유. 그건 분명 그가 중범죄자거나 심각한 위협을 
나에게 가한다는 암시와도 같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꿈속이지만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착하고 모범시민인 내가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초면에 살해한다는건 상식적으로나 이성적으로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는 분명 수상했고.

나는 그를 쫓았다.

여하튼 그렇게 생각이 정리되고 나서 나는 재빨리 삼거리로 진입했다.
골목길 어귀로 들어선 순간 가로등이 깨어져 있는것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그가 바로 나를 기다렸다는듯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그것도 손을 뻗으면 잡힐 거리에서!!!.
그의 거친 숨소리가 얼굴에 확 느껴졌다.

그도 적잖이 당황한듯 했다.
나만큼이나...

소름이 돋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고 서로 굳어버렸다
하지만 그는 이내 재빨리 돌아서 오던길을 되돌아 뛰기 시작했다.

나는 쫓았다.

그가 멈춰 섰다.

나도 멈춰 섰다.

그가 나를 돌아봤다.

나는 모골이 송연해지는걸 느꼈다.

그의 눈빛, 골목길 풍경, 모든게 오버랩되기 시작했다.

그래 나는 이 골목길에서 저 남자를 죽였다.

그가 골목끝 막다른 문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문을 두드렸다.

더 크게 두드렸다.

하지만 그집은 내가 작년에 이사오기 전부터

아니 그전부터 비어있었다.

그가 웃는다.

어깨가 들석인다.

이내 그 문이 닫힌걸 확인하고

나를 돌아 보았다.

뭔가 각오를 한듯 했다.

눈빛이 매서웠다.

무협지에서나 보던 살기라는게 골목길의 풍경
그리고 때마침 불어오는 칼바람에 실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에 전율을 일으켰다.

그러고보니 이 남자 낯이 익다.

나는 어제 본 현상수배명단을 떠올렸다. 살인범일까?

어쩌면.. 이남자가 연쇄살인범 김창식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발치에 떨어져있는 벽돌을 주웠다.

그러자 그가 품속에서 무언가 광택이 나는걸 꺼내들었다.

손에들고서 나를 향해 내밀었다.

지금이라도 도망갈까?, 아냐 꿈속에서는 내가 벽돌로 내려찍어서 피칠갑을 만들었잖아..?

이건 데자뷰야 꿈속에서 보여준 그대로라고 라며 자기암시를 걸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이길거란 왠지모를 확신이 생겨났다.

그래, 선빵 선빵필승 벽돌로 내려찍어버리는거야!!!

나는 그를 향해 달려가며 벽돌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가 손에들고있던 광택이나는 물건을 던졌다.

다행히 얼굴옆으로 비껴나갔다.

나는 더욱 더 박차를 가해 달려갔다.

그는 내 기세에 놀랐는지

닫힌문을 열어보려 시도한다!

하지만 어림없는 소리!!!

- 뽥!!!

꿈에서처럼 나는 그의 뒤통수에 벽돌을 매섭게 꽂았다.

... 벽을 열려던 몸부림을 마지막으로 그는 이내 추욱 늘어졌다.

골목길에 피가흥건했다.


나는 피가 떨어지는 장면이 역겨워져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일단 경찰에 신고해야되나? 일단 이 골목길에서 빠져나가야겠다.


그리고 다시 삼거리 깨진 가로등아래에서 신고하려는 순간

이미 경찰이 도착했다.

왠일로 빠른 경찰들이네 라고 생각한 순간 

나는 발치에 떨어진 광택이 나는 검은 핸드폰을 주워들었다.

누군가 떨어트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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