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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gomin_3091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꼭힘내자아자
추천 : 3
조회수 : 335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2/03/28 23:01:07
안녕하세요. 

오유를 보고 웃으면서 힘을 얻는 눈팅 회원입니다.

어쩌다보니 눈팅 회원에서 벗어나, 글을 남겨보네요.

요즘 힘든 일이 있어서 오유 회원님들에게서 힘을 얻어보고자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저는 81년 생, 32살의 늙은 공익입니다.

올해 9월에 소집해제를 하게 됩니다.

왜 이렇게 늦게 복무를 하는지 궁금하실 거에요.

몇 년 간 병원에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여기 저기, 특히 왼쪽 다리쪽에 염증이 생기는 병으로 아직 진단을 받지 못한 상태로 지내고 있습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류마티스성 관절염이나 퇴행성 관절염은 아니라는 것은 확인했습니다.)

아마도 반응성 관절염일 것이라고 세브란스 병원에서는 추측하더라고요.

(반응성이라면, 원인 질병이 있을 것인데, 그것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약을 먹고 나면 염증 수치는 좀 낮아지지만, 한 달 정도 지나면 다시 염증이 생겨서 다른 약으로 바꾸고 바꾸고 하다가 선생님께서 잘 모르겠다며, 다른 선생님께 진료를 보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서울 성모병원으로 옮겼습니다. 그게 2년 전 일입니다.

그리고 작년 11월까지는 그곳에서 신세를 졌습니다.

그간 마이폴과 리리카 등을 처방받아 먹으며 지냈습니다.

희안하게도 마약성 진통제와 신경통 약은 통증을 감소시켜주더라고요 *^^*

하지만, 작년 12월부터는 약을 먹지 않고 지내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14일에 어머니께서 쓰러지셨거든요.

뇌경색으로, 좌측 뇌를 다치셨네요.

다행히도 컨디션이 안 좋으시다며, 집에서 조금 떨어진 의원에서 링거를 맞으시다가 발병하셔서 조금이나마 빨리 큰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집 근처에 상계백병원이 있어서, 그곳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으셨습니다.

3시간 이내라서 혈전 용해 주사를 맞을 수 있었습니다.

다행이었지요.

하지만, 뇌경색이 온 부위가 큰 곳이라, 말씀도 못하시고 오른쪽 몸을 전혀 못쓰셨습니다.

그래도 처음 구급차에 실려 오실 때의 모습, 의식이 전혀 없이 마비 되어버린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조금이나마 차리셨을 때는 '감사합니다' 라는 말밖에 떠올릴 수 없었습니다.

살아계신 것 그 자체로 감사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신경과 병동으로, 그리고 재활의학과 병동으로 93일 동안 상계백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재활 전문 병원으로 옮기셨습니다.

그 동안 나아지셨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오른쪽 몸을 못쓰셔서 혼자서는 전혀 거동을 못하십니다.

제가 공익요원으로 복무 중인지라, 간병인을 둘 수밖에 없습니다.

평일에는 간병인 아주머니께 어머니를 부탁드리고, 토요일 2시부터 일요일 2시까지 제가 어머니 간병을 합니다.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속으로 울음이 납니다.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5년 뒤에 그 후유증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서, 우리 어머니는 가장으로 살아오셨습니다.

그런데 못난 아들은 분수도 모르고 대학원까지 다녔습니다.

그리고 아프기까지 했습니다.

어머니의 고생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대학을 마친 후 취직을 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돈을 벌어서, 모아두었어야 했습니다.

어머니께서 편찮으신지 5개월.

이제는 한 주, 한 주 주말이 오는 것이 두렵습니다.

엄마를 보러 간다는 기쁨보다도 간병비를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하루에 7만원.

토요일이면 42만원을 들고 병원에 가야 합니다.

병원비는 그래도 실비 보험을 들어 둔 것이 있어서, 카드로 결제 후 보험 회사에 청구하면 바로 채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간병비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조금이나마 모아둔 돈과 그때 그때 짬짬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로 충당을 했습니다.

헌데, 이제는 잔고가 바닥을 보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임대 아파트 보증금으로 대출을 받아보려 했습니다.

안 되더군요. 어머니께서 계약자인데, 뇌경색으로 쓰러지신지라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동사무소에 들러 상담을 해보았습니다.

생활 안정 자금을 대출하는 것이 있다지만, 공익요원이라 자격 요건이 안 되어서 신청도 못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한 부담감을  안고 병원으로 돌아갔습니다.

재활치료 중인 어머니를 보았습니다.

마음 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을 움직이려 식은 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하시는 어머니.

저를 발견하시곤 웃으려 애쓰시는 모습에,  

다시 힘을 얻습니다.

'엄마, 난 엄마를 포기하지 않아.'

나도 모르게 마음으로 되뇌였습니다.

그리곤 내 마음 속 한켠에서는 포기하려 하는 생각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글을 씁니다.

그런 마음을 먹었다는 그 자체를 반성하고, 사랑하는 우리 엄마를 포기하지 않고 지킬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해.

이 글을 씁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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