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본 건축학개론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서연이 승민에게 주었던 CD와 건축모형이었습니다. 그리고 알게 된 것은 CD와 건축모형을 주고 받는 과정 자체가 서연과 승민의 관계를 나타낸다는 것이었습니다. 전람회의 CD는 서연의 사랑을 나타내는 상징물입니다. 처음에 서연은 승민에게 CD를 주지 않습니다. 하는 것봐서 주겠다고 말합니다. 아직은 그저 친한 친구 사이일 뿐 사랑을 느끼는 단계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다 점점 친해지고, 서연의 생일날 함께 막걸리를 마시며 서연은 승민에게 집을 지어달라는 계약금 조로 CD를 넘겨줍니다. 다른 누군가와 함께 살 집을 지어달라면서 건네준 계약금인 이 때의 CD는, 서연이 자신이 준 마음이 정말 자신의 진심인 줄 모른다는 것을 말합니다.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줬다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때 서연이 그린 2층집을 이용해 승민은 건축모형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모형은 승민의 사랑을나타내는 상징물입니다.
승민은 서연에게서 받은 CD(마음)를 보고 좋아합니다. 그리고 LP판을 돌리는 곳에 CD를 올려놓고 돌려봅니다. 당연히 재생되지 않습니다. 그저 가지고만 있는 것이지요. 이는 승민 역시 서연이 자신에게 준 마음이 서연의 진심임을 모른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풀어낸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저 서연이 자신에게 호감이구나라는 것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서연과 승민이 선배의 차를 타고 가는 장면에서 승민은 깨닫게 됩니다. 서연이는 날 좋아하는 것이 아니구나라구요. 선배가 가진 차, 오피스텔과 승민의 짝퉁 티셔츠는 대비되면서 승민에게 더욱 열등감과 상처를 줍니다. 거기에 서연이 하는 말까지 확실하게 다 듣고 말이죠.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승민은 서연의 집 앞으로 건축모형을 들고 갑니다. 진심을 고백하기 위해서지요. 그러나 선배가 취한 서연을 데리고 서연의 집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하면서 승민은 확신하게 됩니다. 이 여자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리고 승민은 건축모형을 서연의 집 앞에 버리고 맙니다. 자신의 사랑을 포기한 것이지요.
서연과 승민이 건물 앞에서 만나게 된 날, 승민은 한 번도 재생해보지 못한 CD을 돌려줍니다. 끝내 서연의 마음이 진심이었음을 알지 못했다는 것 역시 대사로 은유적으로 말합니다(CD플레이어가 없어 재생해보지 못했다고)
그러나 뒤늦게서야 서연은 자신의 마음이 진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서연은 첫 눈 오는날 함께 했던 공간인 빈 집에 CD와 CD 플레이어를 들고 갑니다. 여기서 CD 플레이어는 진심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상징물입니다. 서연은 승민에게 자신의 마음이 진심이었다는 것을 말해주기 위해 기다립니다. 그러나 승민은 오지 않습니다. 서연은 너무 늦게 알게 됐던 것입니다. 결국 서연은 빈 집에 CD와 CD 플레이어(진심)을 두고 옵니다.
그렇게 15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나서 승민은 서연에게 자신이 만든 모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승민은 말하지 않았지만 서연에게는 승민의 마음이 전해졌던 것입니다. 그리고 승민이 다그치자 서연은 자신의 입으로 네가 내 첫사랑이었다고 말합니다. 비로소 그 둘은 그 때 우리가 서로 사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마지막에 미국으로 간 승민이 서연에게 택배를 보냅니다. 바로 서연이 빈 집에 두고 갔던 CD와 CD 플레이어입니다. 승민이 서연에게 CD와 플레이어를 택배로 부침으로써 서연의 진심을 돌려줍니다. 자신에게는 한 눈 팔 수 없는 약혼녀가 있기 때문입니다. 서연이 플레이어에 CD를 넣고 재생하면서 첫사랑이었던 승민을, 진심이었던 자신의 마음을 추억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