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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기가 열리는 나무여서
육즙이 풍부한 살을 내주었다.
지축에서
내가 선 자리
너의 자리
저울에 잰 감정만큼 고스란히 지불한 터라
이 별에서 최고의 다이어트를 너로 정해보마.
생기로울 때 이파리 뜯어가고선
속절없이 사라진 포식자여, 아름답게도 나비였는가?
날갯짓이 빙하기로 부풀었는지 모르겠다.
차디찬 시대를 못 피하여
나는 앙상한 가시니
이제 아무도 곁에 두지 않을 거란 듯
다가오면 상처만 준다.
부드러운 영역이 남은 건 뿌리, 내 핏줄뿐
토굴 같은 집구석만 그리워하며
오누이와 아버지요, 이외의 누구도 정 붙지 않겠나니.
뿌리 집착은
그다지 각별하게
깊어지다가
일정 깊이에서
잊은 줄 안
식은 사랑의 화석이 된 너였고
모두가 갖고 싶어 하는
검은 정액이다.
그 정액은 흰 것과 달리
육신이 없는
환상 속의 아이를 수정하오.
나는 내 아이를 슬픔이라 하였고
목을 메 죽였소.
결혼이었을지 모를, 행복한 꿈을.
누구든지 첫사랑이란 화석에서
불꽃만이 잘 붙는다.
오직 정 붙는 거 뿌리를 더듬으며
타기 직전
마주하게 되오.
다신 사람, 사랑 잊었다면서
횃불을 든 변절자가
아버지는 먼저 세상을 떠날 것이다.
지층을 원 없이 뚫어온 내 뿌리 집착이
도화선처럼 내재한 마그마를 시추하고 말아
뽑혀야 하느니라.
이미 끝난 환상 속의 뿌리가
아직도 못난 현실의 뿌리를 집어삼키기 전에
바람을 만들어 끄고프겠지.
바로
난간에서 맞이할 그 바람처럼
돈이 허공에 사라지던 부양이었소.
아버지 죄송합니다.
그 애를 포기한 게 다 가족 때문 같습니다.
아니, 다시 죄송합니다.
든든한 뿌리조차 없었으면 진즉에 못 살았을 놈의 망언인 거 잘 알아
나의 누이 없이 내가 얼마나 외로웠을지도 상상 못 한다.
이도 저도 나의 뿌리가 어둠 속에서 흐르는 눈물을 닮았소.
오늘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