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이었고, 40만원만 써서 선거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했지요. 정확히 어느 구에 출마한 누구였는 지는 잘 기억이 안 납니다 구글링해보면 나올지도...
그 때 그 사람이 40만원을 홍보전단 인쇄하는 데 썼습니다. 부가세가 몇 만원이 나왔는데, 그 당시 그 사람이 그 몇 만원 더 나와서 죄송하다고 그랬지요. 그런데 그 사람이 죄송해야 할 돈이 4만원이 다가 아니었습니다. 기탁금이 천만원이 있었지요. 그가 주변인들에게 항상 하던 말이 "기탁금 반환 받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소. 하나는 득표율 5% 이상 달성하는 거, 하나는 내가 죽는 것."
이 사람은 안타깝게도 결국 득표율 5%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이 사람 어떻게 됐을까요? 그래도 사람 목숨이 더 귀한데,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이랬을까요? 내가 사실 40만원만 쓰겠다고 한 게 아니라...하면서 발뺌했을까요?
자살했습니다. 그래야 40만원만 쓴 선거가 되기 때문이지요.
누군가는 개죽음이라면서 비웃을 지도 모르지요. 저는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기 인생과 자기 죽음에 담긴 무게는 오로지 자신만이 잴 수 있지요. 고인께서는 자신의 신념과 말 한 마디에 당신의 인생을 거셨고, 깨끗하게 그것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20년이 지났습니다. 손수조라는 어린 아이가, 3천만원만 쓰겠다며 출마했더군요. 20년 전 그 분의 인생을 지켜보았던 제게, 손수조라는 어린아이의 행보가 얼마나 가소로워보이는 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