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그것도 전방 지역에서 보내다 보면 별 엽기적인 날씨들을 접할 때가 있습니다.
가끔은 여기가 과연 한반도가 맞기는 한건지 의문이 들 정도인 경우도 있죠.
제 경우엔 철원에서 군 생활을 해서 날씨하면 폭설과 혹한이 먼저 생각납니다. 전남 남해안 출신이라 겨울에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씨는 군대에 와서야 접하게 되었고, 눈이 무릎까지 쌓일 수 있다는 것도 군대에서 처음 알게 되었죠.
가장 기억에 남는 추위는 2010년 1월로, 지금도 짤방으로 돌고 있는 그 추위입니다.
2010년 1월 6일, 엽기적인 날이었죠. 철원에 이 추위가 닥쳤을 때 저는 제대 1달 남은 말년이었습니다. (말년에 강추위라니! 이런 젠장!) 분명 실내에서 난방을 틀었는데도 입김이 하얗게 나오는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추위가 닥치기 며칠 전인 1월 4일, 엄청난 폭설을 맞이했었죠.
다들 기억하시나요? 박대기 기자가 눈사람이 되던 날을. 중부 지방이 하얗게 덮여버린 날을.
그 때 철원에도 당연히 엄청난 눈이 내렸었죠. 서울이나 다른 지역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우리 부대에서는 워낙 눈이 많이 오자 부대 입구를 제외하고는 제설 작업을 포기했습니다. 워낙 엄청나게 퍼부어대니 당장 치워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요. 그것도 병사들이 건의한게 아니라 간부들이 먼저 판단을 내린 것이니...
결국 눈이 그친 다음날에야 제설 작업을 시작했는데, 그동안 쌓인 눈이 무릎까지 쌓인 건 기본이었고, 약간 움푹 들어간 곳은 허리까지 쌓인 곳이 많았습니다. 보통 다른 때는 하루이틀이면 끝나는 제설이 1주일 넘게 걸렸습니다. 빗자루로 쓸어 내는게 불가능해서 일일이 눈삽으로 떠내서 치웠음 ㅡㅡ;; 말년에 겨울 제대로 보냈죠.
다른 분들은 군생활 최악의 날씨로 어떤게 있으십니까? 폭설, 혹한, 혹서, 폭우, 가뭄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