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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이 없는 아이, ㅇㅇㅈ는 보아라.
게시물ID : humorbest_2714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이클럽
추천 : 72
조회수 : 5671회
댓글수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0/04/19 18:16:38
원본글 작성시간 : 2010/04/19 16:00:53
나 정현이야. 내가 너한테 "너는 답이 없다. 너한테 이제 연락 안할래"라고 했던 정현이. ㅇㅈ야. 너는 지난 2월에 1주일간 뉴욕에 놀러왔다 간 뒤에 연락이 없어서 내가 삐졌다고 생각하겠지. 근데 단지 그때문이 아니야, 지난 8년동안 지녀왔던 내 참을성의 그릇이 이번에 넘친거지.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야할 지 모르겠다. 그래, 우리가 처음 친구가 되었던 8년 전부터 할게. 난, 친구의 기본적인 신상정보는 신경써서 기억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난 친한친구의 생일은 꼭 챙기고 조그만 선물이라도 줘 왔어. 나는 한국에 있을 때, 가능한 한 해마다 니 생일 챙겨서 생일선물도 하고 데이트도 했지. 그런데 너는 선물은 커녕 이번에 보니까 내 생일이 몇월인지조차 기억을 못하더라? 그저 사이좋은 사람들 싸이월드에서 "이생키 생일임 ㄱㄱ" 하면 방명록에 "이생키야 생일 축하해"라고만 해 왔지. 난 종종 너한테 영화도 보여주고 밥도 사주고 그랬는데, 너한테 뭘 얻어먹은 기억이 없다. 그리고 싸이월드에서 내가 너한테 선물해 준게 얼마나 많은지 아니? 그래도 꾸준히 조르더구나. 너 나한테 때때로 이렇게 말했지. "넌 방배동 살잖아~" 그래, 나 방배동 살어. 근데 우리집이 방배동인거에 내가 보태준것도 없는데 넌 더 없잖아? 그러는 너는 논현동 살잖아. 나, 수능 치고나서 지금까지, 군대에 있을때 빼고는 항상 아르바이트 해 왔어. 여기서도 난 하고싶은거 맘대로 못하는 배고픈 유학생이야. 너도 봤잖아. 니가 뉴욕 놀러온다는 말에, 친구가 지구 반대편에서 관광온다는 말에, 나 여기서 파트타임 일하는것도 뺀거 알지? 금,토,일 3일간만 일하는데 그 3일을 뺐어. 그 전에 고민 많이 했어. 커버 해 줄 사람 없어서, 나를 커버하기 위해 어떤 사람이 11일 스트레이트로 일해야 했어. 남한테도 피해를 주는거고 나 자신한테도 금전적으로 타격이 컸지. 1달 일하고 생활비 충당하면 저축할 것도 없는 나야. 너 가고 나서 1주일은 굶으면서 살았어. 너 있던 1주일동안 먹여주고 재워줬지. 아, 먹여준건 별로 없구나, 대부분 외식했으니까. 그동안 가이드 하고, 통역사 하고, 사진사 했지. 3~4일동안 잠만 재워줬던, 하나도 친하지 않은 내동생 친구 ㅁㅇ이 기억나니? 걔는 돌아가기 전에 고맙다고 장문의 노트를 남기고 갔더라. 매트리스 빌려준 거 밖에 없는 내가 민망할 정도로. 근데 넌, 페이퍼타올에 매직으로 "정현아 고마워 ㅋㅋ 서울에서 맛난거 사줄게 ㅋㅋㅋ" 라고 성의없는 노트만 남기고 갔더라. 그건 니가봐도 쫌 아니지 않니? 너 뉴욕 오기전에 나한테 그랬지, "야 돈비싸서 국제전화 어떻게 하니? 니가 해." 니돈만 돈이냐. 그래도 내가 했다. 내가 전화해서 항공편 물어보고, 시간 물어보고, 일정 물어보고 공항에 픽업 갔다가 택시타고 오고. 넌 회사일이 무지 바빠서 나한테 연락하기가 힘들다고 했지? 근데 돌아가고 나서 뉴욕 사진을 백수십장 올리는 동안 방명록 한장, 전화한통 없더라. 사진 올리는게 무지 바빴구나. 그것도 회사에서 올렸던데. 기억나? "나 뉴욕 갔다와서 너한테만 연락 안한 거 아니고 ㅈㄴ한테도 안했거든?"이라고 한거? 나한테 그건 "나보고 양아치라니! 나는 개양아치라구!"라고 들리더라. 넌 나를 "정말 자상하고 착한 친구"라고 소개시키더구나. 내가 그동안 너한테 너무 자상하고 너무 착했나보다. 이렇게 함부로 대하도록 아무말 안할 정도로. 그리고 넌 나를 "소심하고 뒤끝 있는 친구"라고 했어. 내가 좀 그렇지? 근데 친구가 소심하고 뒤끝이 있으면 그 친구한테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되지 않겠어? 내가 나보다 심한 ㄱㅅ나 ㄷㅇ이한테 하는것처럼. 이럴땐 니가 이렇게 말할 거 같아. "너도 내가 이기적이고 허영심 많은거 알면 친구로서 존중해 줘야지." 응. 그랬지. 이해해왔어. 8년동안. 더 이해하고 넘어가기엔 내 내공이 부족하다. 언젠가, 내가 연애할 때, "연애 잘해~ 근데 나중에 결혼은 나랑 해야되는거 알지?"라고 한거 기억 나? 마치 우린 서로 Backup인 것처럼. 물론 장난이었겠지. 나도 장난으로 받아들였지만, 내 대답은 "입닥쳐,안웃겨"다. 새로운 친구가 생기면, 내숭도 좀 떨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도 키워. 그렇지 않으면 넌 나중에 정말 외롭고 쓸쓸할 거야. 난 너한테 연락 안하기로 한 뒤로 메신져에서 삭제하고, 내 방명록에 니 글 전부 지웠어. 혹시나 이번에 미국왔다 간 뒤에 안부 없어서 그것때문에 내가 이러는거라고 생각할까봐, 니가 볼 기약도 없는 여기에 글 남긴다. 끝으로 한번 더 말해줄게. "넌 답이 없다. 너한테 이제 연락 안할래." 어때? 존나 소심하고 뒤끝 쩔지? ps - 넌 이런식으로 어장관리 하려는 속셈이었다면, 몽타쥬가 너무 딸린다. 그래서 주위에 남자가 없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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