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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무서워하고 잘 믿지 못하겠어요.
게시물ID : humorbest_2718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보Ω
추천 : 82
조회수 : 5479회
댓글수 : 1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0/04/21 17:54:36
원본글 작성시간 : 2010/04/21 17:38:46
(좀 길수도 있어요 찬찬히 읽어주실분 봐주세요~)


참 고민이에요. 
그 전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는데 서울와서 
사람을 무서워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저는 고향이 시골이에요.
초.중.고 친구들이 거의 다 같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동네에 살았다가
대학생이 되서야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처음 대학교와서 알바를 하면서 한 오빠랑 친해졌는데, 
성격도 활발하고 저랑 통하는 것이 많았어요. 
고향 남자친구들처럼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 처럼요.


그러다 어느날 같이 술마실 기회가 있었는데,
그날 이 오빠가 자꾸 절 좋아한다고 하는겁니다.
그런데 오빠는 장거리 연애하던 여친이 있었거든요.
그러면서도 저에게 '니가 원하면 깨겠다',
'내맘 받아주면 지금 당장 헤어지자고 전화하겠다'.. 등등
별 소리를 다 하더라구요.


근데 전 바람피우는거 정말 혐오할 정도로 싫어하고
친구처럼 생각했던 오빠가 이러니까 부담스럽기도 하고 해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오빠가 힘들어서 그런거라고,
여자친구도 얼마나 오빠가 보고싶고 힘들겠냐, 
그런 생각 들 수록 여친한테 더 잘해야 된다 ...
좋은말로 다독이면서 술을 마셨어요 



근데 좀 평소보다 많이 마시고, 빨리 마셔서 그런지
자리에서 일어나니까 취기가 확 올라서 
거의 정신이 없었어요 


이때 진짜 엄청 취해서 술집에서 나와서
오빠가 부축을 해주면서 
어딘가에 도착을 했는데
너희집이라고 쉬라고 하는거에요.
근데 둘러보니 우리 집 구조가 아니어서 
이상하다 이상하다 이러고만 있는데 

오빠가 갑자기 자기 옷을 벗으면서 
절 침대로 눕히고 자꾸 만지려고 하길래
그렇게 만취 상태에서도 모텔?여관? 
아무튼 그런 곳에 데려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취해서 정신 없었지만, 머리속에서 아.. 이거 아니다 싶어서
계속 하지말라고 소리지르고 발로 차고 그랬는데
힘이 딸리더라구요


그러다가 
"오빠 잠깐만 나 술좀 더 먹고싶은데 맥주 사오면 안돼?"
괜히 이렇게 말해서 오빠가 맥주사러 간 동안 도망을 갔어요
그 상황에서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잔머리를 굴렸는지... 


근데 속은 그렇지 않았나봐요
너무 무서워서 집에오자마자 몸이 덜덜덜 떨리고..
그냥 주저앉아서 막 울었어요
남자랑 모텔같은곳 가본것도 처음이고
더군다나 사귀는 사이도 아니었고
술 취한채로 ... 정말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었어요.
눈물만 계속 나오더라구요.


지칠때까지 울고난 다음 날, 오빠가 문자로 
'너 그렇게 안봤는데 참 선수다?'
'남자랑 술마시면 그럴 맘 없다고는 못하는거다.'
'너도 당연히 원하는줄 알았다 근데 그렇게 도망을 가냐' 
'아무일 없었으니까 너도 특별히 기분나쁠건 없지않냐
오히려 내 기분이 나빴으면 나빴지'
이런식으로 말을 하더라구요.
.......


저는 또 그 문자보고 눈물이 났지만
괜히 '아 됐으니까 연락하지말자' 
이러면서 아무렇지도 않은척하구 연락 끊었어요


그렇게 멍하게 앉아있는데 별별 생각이 다 들더라구요.

남자랑 술마시면 당연히 관계하는건 아니잖아요.
전 그 오빠를 평소 친한 친구처럼 생각했고,
절 좋아한다는 말에 당황했지만  
요즘 여자친구랑 힘들어서 그런가보다 싶어 
잘 다독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저한테 좋아한다고 거짓말하면서 술먹인 그 오빠도 싫지만
제가 너무 쓰레기 같은거에요... 
제어 못하도록 술마신 제가 너무 병신같구요.
먹인 사람만 탓 못하잖아요. 마신사람은 나니까.


성관계가 없었다고는 하지만 저 진짜 죽고싶었거든요.
엄마한테 전화왔는데 왜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이러라고 서울 올려보내준거 아닌데 이런 생각이 막 들구요
그래도 엄마때문에라도 죽지는 말아야겠다.. 생각하고 참았어요.



이후에 알바자리 옮기려고 말씀드리고 인수인계 해주러 갔다가 
또 그 오빠랑 자주 마주치게 되었어요. 

정색하면서 나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오빠도 나 아는척하지 말라고 했더니 
자꾸 와서 장난치고 갑자기 키스할라고 덤벼들고
큰 가슴좀 만져보자 이딴말을 하면서 만지려고 들고..


그럴때마다 저는 괜히 약한모습 보이기 싫어서 
일부러 더 웃긴다고 코웃음치고 
별거 아니라는 듯이 비웃으면서 빠져나오고 그랬거든요
근데 또 집에오면 그게 너무 상처라서 막 눈물이나요.


그 오빠는 그날 이후로도 저한테 
미안한 마음이 요만큼도 없는것 같아요. 
아니, 전 그렇게 취급해도 되는 애로 생각하나봐요.
차라리 그때 아무렇지 않은척 하지 말걸 그랬나 싶어요







그날 이후로 저한테 좀 호감을 보이는 남자들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를 못하겠어요.
좋아한다고 말해놓고 또 어떻게 해보려는건 아닐까 싶어서요
'순수하게 좋아하는게 아니구나, 성적인 대상으로만 보는구나.'
이런 생각부터 듭니다. 


이제는 다른 오빠들이나 남자인 친구들이랑 
그냥 평소랑 다를 바 없이 잘지내다가도
그쪽에서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게 되면
갑자기 무서워져서 연락을 끊게되요


상대방이 나쁜 사람도 아닌데 제가 지레 겁먹고
연락도 끊어버리니... 
괜한 제 의심 때문에 좋은 친구 잃어서 슬프고
또 그 친구에게 너무 미안하면서도.. 어쩔수가 없더라구요




이런 상태가 오래 되다 보니 
이제는 남자의 존재가 점점 저에게는
싫고, 무섭고, 거부감 들고.. 그렇게 되어 가고 있어요.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런 남자들 보다도 
내가 그런 상황을 미리 방지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모든 것이 다 내 잘못이구나,  
내가 너무 한심스럽다는 생각에 힘들어요. 
내가 그렇게 싸보이나? 하는 비참한 생각마저 듭니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 이게 정말 모순인데
남자친구를 안사귀고 싶은건 아니거든요
저도 순수하게 누군가를 좋아하고 싶고
의심없이 믿고 싶은데 그게 정말 잘 안되요..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달라질거다...라는데
진짜 좋아하는지 아닌지 어떻게 아는 건지 모르겠어요.. 
이런 상태로는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기는 할지 의문이에요.



남들이 듣기엔 '별거 아니잖아?' 싶으실지 몰라도
저한테는 4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도 
너무 큰 상처와 충격으로 남아있는일이라서..
아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겉으로는 어디가서 말도 못할 일이고해서... 
친구들은 제 평소 성격상 이러리라고는 상상도 못할거고..
그래서 저를 모르는 익명의 게시판에 써봤습니다.


두서가 없이 막 쓰긴 했는데
그냥 이렇게라도 말해보고 싶었어요.


보기에 안좋은 글이면 재빠르게 삭제할게요 죄송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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