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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뱀파이어.novel (1)
게시물ID : readers_271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갓필
추천 : 2
조회수 : 28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2/21 14: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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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은솔,

나는 매일 아침 내가 뱀파이어임을 자각한다

 

나는 어김없이 오전 10시에 일어나는데

내 책상엔 일회용 커피잔 하나가 놓여져 있다

그 안에 반 정도 담겨 있는 것은 뜨겁고 걸죽하고 벌건 피다

이 정도 양이면 하루종일 사냥에 실패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

더군다나 인간 피가 제일 맛있다

 

뽑은 지 반나절이 채 안 된 사람의 피를 볼 때 심장이 두근거리고 특수한 시각효과가 등장한다

시선이 고정되고 그것이 확대되어 보인다

심장이 뛸 때마다 그것이 요동치듯 보인다.

테레비전의 화면조정음 마냥 귀에서 일정한 소리도 끊기지 않고 들린다

 

추측하건대, 나의 아침은 사람들의 아침보다 더 흥분되고 즐거울 것이다.

 

하지만 내가 중학교 2학년이었을 때 이것은 신나는 일이 아니었다.

인간 피를 마신다는 것이 부모의 피를 마시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피를 마셔야 한다는 본능의 강렬한 외침들을 애써 무시한 채 살아보려 했다

온 몸에 힘이 주욱 빠지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날의 일상을 버텨냈고 무사히 침대에 누웠다.

그 다음 아침은 병원에서 맞았다

 

땀 흘리며 안절부절 못하는 부모를 보았을 때 나는 깨달았다,

피를 마시지 않는 것이 그들의 피를 마시는 것보다 더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래도 그들의 피를 마시는 것은 싫었다

그래서 나는 의사에게 물었다.

 

"나는 매일 아침 부모의 피를 마시며 사는데 그것은 이제 싫어

그러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

 

의사는 놀라지 않고 말했다.

 

"네 맘 때 자주 떠오르는 생각이야.

만족스럽지 못한 맛이겠지만 너는 짐승의 피를 먹고도 살아남을 수 있단다."

 

짐승의 피를 마신다는 거

사람들에게 힘든 일일 거라고 생각한다

근데 나한테도 힘든 일이라는 게 문제였다

 

컵에 정갈히 담긴 액체를 마시다가 

들짐승을 깨물자니 고역이었다.

비위생적인 행위 아닐까.

 

사흘 간 실패하고 부모의 피를 마실 수 밖에 없었다,

첫째 날은 감히 들짐승을 만지는 것이 꺼려져서,

둘째 날은 잡은 동물을 깨무는 것이 꺼려져서,

셋째 날은 깨물긴 깨물었는데 피가 나오기는 커녕 내 이가 아파서.

 

넷째 날 학교에서 나는 시무룩해 있었는데 짝꿍, 연이가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런 이유라면 유튜브를 통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은 일상의 문제에 대해 해결하고자 할 때 유튜브를 보곤 하거든."

 

"유튜브? 그게 뭐야?"

 

"유튜브 모르는구나. 우리 집에 같이 갈래? 알려줄게." 

 

연이 집에서 유명 뱀파이어 유튜버들이 찍은 사냥법 영상들을 보았다

신체 중 가장 연약한 부위인 목덜미를 뾰족한 송곳니로 단숨에 힘줘서 깨물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연이는 보는 것을 괴로워하다가 내게 물었다.

 

"너도 뱀파이어 맞긴 맞나봐."

 

"?"

 

"이런 거 안 무서워 하잖아. 너 지금 되게 침착해."

 

"그런가."

 

"되게 열심히 공부하네?"

 

"그만 쳐다봐."

 

"왜 부끄러?"

 

"너 나 신기해서 보는 거잖아."

 

"신기하지 그럼."

 

"그런 거 싫어. 너랑 다르다는 거잖아."

 

"다른 거 싫어?"

 

"."

 

"난 너랑 다른 거 좋은데."

 

"?"

 

"남자랑 여자는 서로 달라서 더 친해질 수 있는 거잖아

근데 너랑 나는 성별도 다르고 종도 다르니까 두 배로 더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요즘엔 동성커플도 많아."

 

"또 다큐로 간다. 어쨌든 나는 너랑 다른 게 좋아. 어쩌면 그래서 좋아. 그러니까 너랑 같이 있는 시간이 재밌어."

 

"나 이제 갈래."

 

"더 놀다 가."

 

"오늘은 사냥 성공해야지."

 

"사냥이라고 하니까 되게 웃기다. 나도 같이 갈래!"

 

"안돼."

 

"되게 재밌을 것 같은데. 한 번도 못 봤단 말이야."

 

"나 간다."

 

"."

 

"오늘 고마웠어."

 

나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길고양이가 보이곤 하는 골목으로 향했다.

노란 눈동자, 얼룩무늬 회색 고양이를 잡아 매뉴얼대로 깨물었다

성공이었는데 맛이 좋지 않았다.

비린 맛이 났다

첫 모금은 그대로 뱉었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깨물어 빨았다

고역이었지만 이제 부모의 피를 마시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즐겁게 먹었다.

 

옆에 비슷하게 생긴 새끼 고양이가 보고 있었다.

내일까지는 밥 걱정 안 해도 되겠구나, 안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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