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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서의 의견입니다.
게시물ID : bestofbest_2718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rinus
추천 : 158
조회수 : 14543회
댓글수 : 16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6/10/04 15:16:17
원본글 작성시간 : 2016/10/04 12: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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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신경외과 의사는 아니고, 내과 의사입니다.

체외 투석을 하지 않았다고 하여 적절한 치료가 되지 못하였으니 병사로 한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무기록을 보지 않은 입장에서, 의료 행위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은 적절치 않겠지만,
현재까지 나온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해 본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처음에 수술이 필요하였냐?
 
 -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과연 수술을 하는게 적절하였냐에 대해서는,
수술이 필요하였다고 봅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i) 뇌는 두개골 내에 들어 있고 두개골은 매우 단단합니다.
 
  경막외 출혈이란 것은, 뇌와 두개골 사이에 피가 난 것입니다.
 (뇌와 두개골 사이에는 여러겹의 막이 있는데 이 중 가장 바깥쪽 막, 즉 두개골에 붙어 있는 막이 경막입니다)

 여기에 피가 나면 짧은 시간에 대량 출혈이 나타나며, 이로 인해 뇌가 눌리게 됩니다.

 만약 배나 팔/다리에 이런 피가 나면 크게 부풀어서 압력을 상쇄시켜 줄 수 있지만,
두개골에 덮여 있는 뇌는 이것이 불가능합니다.

이에 따라 뇌압이 증가하여 바로 사망하게 됩니다.
(이 때 사망하는 이유는 뇌에서 심장 기능 및 호흡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가 눌려서 이 부위가 기능을 못해서 입니다.
이렇다 하더라도 꼭 죽는 것은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ii) 따라서, 경막외 출혈이 있을 때, 피가 난 것을 제거하고, 두개골을 열어주어 압력을 제거해 주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만약, 사고 후 수술을 하지 않으셨다면, 300여일간의 생존은 불가능하였을 것입니다.


따라서, 사고 직후의 수술은 필요하였을 것으로 봅니다.


  iii) 현 시점에서 처음에 수술이 필요하였냐, 필요치 않았냐, 그리고 생존 가능성이 없는데 왜 수술했냐는 논점이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2. 체외 투석 장비의 필요성?
 
 이것이 중요한 논점일 것입니다. 체외 투석을 해야 하는데 안해서 사망하였다는 것이 주장인 것으로 보입니다.


 i) 사람이 죽는 이유를 쉽게 이해하려면, 약간 관점을 돌려서, 사람이 죽지 않는 이유 (생물학적으로)를 생각해 보면 됩니다.
  (사람이 죽는 다는 것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느냐는 논란은 접어두겠습니다.)

  생물학적으로 죽지 않기 위해서는 
   a) 영양 공급  b) 산소 공급   c) 노폐물 제거

  만 해 주면 됩니다.

  ii) 심장이 멈추면 피가 돌지 않아 개개의 세포에서 위의 3가지를 해 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심장이 멈추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뇌사의 경우, 장기 이식을 위해 특별히 만든 기준이므로 여기서는 제외하겠습니다)

 iii) 그런데, 현대 의학 기술은, 호흡이 멈추건, 심장이 멈추건, 콩팥이 멈추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a) 호흡이 멈추면 인공 호흡기 (mechanical ventilator)를 달게 됩니다.
  b) 심장이 멈추면, 혹은 인공 호흡기로도 충분한 산소 공급이 안되면 체외 순환기 (ECMO) 라는 기계를 답니다.
  c) 노폐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투석 (간헐적 투석 혹은 CRRT라고 불리는 24시간 투석)을 합니다.

 물론, 이러한 장비도 영구히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사용하다보면 여러 합병증들이 생기게 되어
이로 인해 결국 사용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iv) 예를 한가지 들어보겠습니다.
    SCUBA를 할때 공기통을 매고 들어갑니다. 물에 들어가면 숨을 쉴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호흡을 도와주는 인공호흡기나 마찬가지죠)

   그렇다고해서 공기통을 매고 들어가서 평생 그곳에서 살 수는 없습니다.
   가지고 들어간 공기통이 다 소진되기 전에 물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만약, 결국 공기통 소진시까지 밖으로 나오지 못하여 사망한다면, 
   그 사인은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여서 일까요, 
   아니면 공기통을 많이 가져가지 않아서, 혹은 누가 추가로 가져다 주지 않아서 일까요?

  
백선하 교수님의 주장은, 공기통을 추가로 가져다 주려고 했는데 가족들이 그걸 원치 않아서 사망하였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돌려 생각해보면 이는 잘못된 주장입니다.
 만약, 물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즉 원인 제공한 외적 요인이 없었다면, 사망으로 이르렀을까요?


SCUBA로 물에 들어간 사람이 못나오고 있으면 공기통만 추가로 가져다 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을까요?
식사는 어떻게 하고, 노폐물은 어떻게 하고, 주변에서 공격해 오는 물고기들 (원내 감염)은 어떻게 하나요?




3. 사람은 결국 셋 중 한가지로 죽습니다.
  a) 산소 공급 차단   b) 영양 공급 차단  c) 노폐물 제거 불가.

이를 초래한 근본 원인, 즉 병원에 온 사유, 주소 (chief complaint)가 사망의 원인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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