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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나라당에 묻는다 / 조국 (한겨레 펌)
게시물ID : sisa_272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피식...Ω
추천 : 29
조회수 : 31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07/02/08 11:28:08
[기고] 한나라당에 묻는다 / 조국 
조국/서울대 법대 교수 
 
 
  
 
   
 
» 조국/서울대 법대 교수 
 
  
 
최근 박근혜 의원은 ‘인혁당 재건위’에 대한 법원의 무죄판결, 유신시절 긴급조치 위반 유죄판결을 선고한 판사들의 실명공개가 자신에 대한 ‘정치공세’라고 비난하였다. 박 의원과 이명박씨는 합천군의 ‘일해공원’ 명명 시도를 지자체가 하는 일이란 견해를 밝혔다. 또한 유석춘 ‘참정치운동’ 공동본부장은 고진화 의원을 ‘친북좌파’로 규정하고 탈당을 요구하였고, 김용갑 의원도 이에 동조하며 원희룡 의원에게 경선 포기를 요청했다. 
이런 소식을 듣고 나니, 한나라당에 몇 가지 공개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유신체제와 긴급조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유신헌법이 민주주의를 전면 부정하고 종신 대통령제를 추구하였음은 법학계의 상식이다. 국민투표가 있었다고 하나, 그 과정에서 반대의견은 철저히 억압된 채 투표가 진행되었기에 민주적 정당성이 갖추어질 수 없었다. 그리고 긴급조치는 유신체제를 비판하거나 유신헌법의 개폐를 제안·청원하는 사람과 긴급조치 위반을 보도하는 사람을 법관의 영장 없이도 체포·구속·수색한 후 엄벌에 처했다. 유신헌법과 긴급조치는 법률의 껍질을 쓴 ‘국가폭력’이었던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 평가에 동의하는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근거에서 그러한가? 동의한다면 나치 패망 후 독일 집권 보수정당의 예처럼 긴급조치를 무효화하고 그 피해자를 구제하는 법률을 주도적으로 제정할 계획은 없는가?

둘째, 일해공원으로의 개칭을 방관할 것인가? 민주화 이후 여야는 광주 민주화운동의 명예를 회복하고 피해자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법률을 합의·제정하였으며, 법원은 ‘12·12’와 ‘5·18’을 주도한 전두환씨 등에게는 내란, 군사반란, 살인 등의 죄로 유죄판결을 확정하였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하여 공식적인 사과 표명을 한 바 있으며, 소속 대선후보들도 5·18 광주묘역을 참배한 바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 소속 합천군수와 한나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군 의회는 90여원을 들어 세워진 공원을 전두환씨를 기념하는 공원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6월 항쟁 20돌을 먹칠하는 일해공원으로의 개칭에 대한 당의 공식견해는 무엇인가? 5·18 광주묘역 참배와 일해공원 추진 중 어느 쪽이 본심인가? 지자체의 일이라고 미루지 말고, 당 차원에서 일해공원으로의 개칭을 철회하도록 건의할 생각은 없는가?

요컨대, 한나라당의 자기 정체성과 “참정치”의 내용은 무엇인가? 겉으로는 합리적·개혁적 보수를 말하지만, 실제 행동은 ‘유신 회고당’이나 ‘도로 민정당’을 추구하는 것 아닌가? 여권이 사분오열·지리멸렬의 상태에 빠지면서 당의 지지율도 우위를 차지하자,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한나라당에서 일어난 자경자계와 혁신의 조짐은 사라지고 있다. 이제 당내에는 수구적 고정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여권에 염증을 내는 유권자의 표를 모으는 노선이 우위를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참정치”는 대통령과 여권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 이상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유권자는 유신이나 5공과는 구별되는 보수정치 세력을 보고 싶다. 한나라당 정강에도 명시된 것처럼, “퇴행적 잔재를 남김 없이 청산”하고 “과거의 부정적 유산을 극복”하는 “21세기 미래지향적 국민정당” 말이다. 그리고 이제 원내 제1당까지 되었으니, 노무현 반대라는 단순전략에서 벗어나 대국적 차원에서 정국을 이끌며 민생·사법 개혁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안정적 국정 운영 능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필자이지만, 보수정치 세력의 진정한 발전을 위하여 드리는 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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