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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차에서 폐차까지
게시물ID : wedlock_27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호텔르완다
추천 : 15
조회수 : 880회
댓글수 : 19개
등록시간 : 2016/06/26 09: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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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두 남녀가 차를 사러 갔습니다.

이차, 저차를 살피며 꼼꼼히 따져봅니다.

"나는 안정성이 최고야, 차는 안전한게 먼저지."

"나는 디자인이 좀 더 괜찮으면 좋겠는데."

오랜 시간 저울질해보고 애기해본 끝에, 차를 한대 구입합니다.


두 사람은 즐거운 마음에 차에 올라탔습니다.

신나고 즐거운 마음에 드라이브를 나갔는데 앞에 차가 갑자기 급정거를 하네요.

"저렇게 운전하는 정신나간 사람이 어딨어? 저런 사람은 두들겨 패서 반쯤 죽여놔야 돼."

이걸 듣고 있자니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꼭 저렇게 화를 내며 욕을 해야 할까? 그냥 나처럼 한번 웃고 지나가면 안되는 걸까?'

이번에는 두 사람이 자리를 바꿨습니다.

횡단보도 근처에서 우회전 하는데 앞에 사람이 지나가네요.

가까스로 지나갔지만 사람을 거의 칠뻔했습니다.

생각했습니다.

'왜 저렇게 조심성이 없을까? 나라면 저러지 꼼꼼히 살펴보고 갈텐데."


한참을 한참을 가다가 갑자기 소낙기가 퍼붓습니다.

분명, 분명 아까까지는 맑았는데...

와이퍼가 쉴새 없이 움직이지만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점점 불안이 찾아왔습니다. 아직 목적지까지는 한참이나 남았기 때문입니다.

그때 옆에서 말 없이 팔을 쓸어내려 주는 당신이 있어서

그때 큰 힘이 되었습니다.


두 사람만 있던 차에 미니미들이 타게되었습니다.

갑자기 차 안이 시끄러워졌습니다. 그리고 챙겨야 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였습니다.

카시트부터 분유, 기저귀, 장난감 등등... 차는 점점 더 좁아져 갑니다.

아이가 울 때마다 서로에게 아이 좀 챙기라고 말합니다.

"내가 운전할 테니까 당신이 좀 챙기라니까."

"아니, 일단 내가 운전대를 잡고 있잖아. 그러니까 당신이 좀 챙겨."


미니미들은 쑥쑥 크고 크더니 이제는 머리가 차 천정에 닿으려고 합니다.

이제는 예전처럼 울지도, 떠들지 않습니다.

차타는게 많이 재미없나 봅니다. 아무말 없이 계속 창 밖만 보네요.

어느날 앞에 앉은 두 사람에게 말합니다.

"저, 이제 제 차 사게 됐어요. 그만 내릴게요."


이제 다시 차에는 두 사람 밖에 없습니다.

차는 조용합니다.

더이상 싸우는 소리도

더이상 웃음 소리도

더이상 울음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어디를 가야할 지 불안해하거나 묻지 않습니다.

묵묵히 운전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어느날, 동승자가 갑자기 차에서 내립니다.

운전대를 잡고 있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차에서 내려 사라집니다.

차마, 어디가느냐 물어볼 틈도 없었습니다.

한참 지나서야 다시는 같이 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혼자 있는 차안에서 그날,

한참을 울었습니다.


이제 차도 늙고 사람도 늙었습니다.

차는 더이상 굴러갈 수 없게 됐습니다.

폐차장에 가서 차를 건네주었습니다.

폐차장 주인이 묻습니다.

"당신은 이 차를 타고 가장 멀리 가본 곳이 어디인가요?"

대답했습니다.

"운전하는 것에 신경 쓴 나머지, 어디 멀리 가봐야 겠다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저는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이곳저곳 들려본게 전부네요."
"그 거리들을 다 합치면... 지구 10바퀴도 더 되지 않을까요? 하하"

그가 타고 갈 차는 더이상 없습니다.
차는 그의 가슴 속에 계속 달리고 있지만
이제 그는 걸어야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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