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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개한 인간들을 공략하는 시대는 갔다. 대세는 새다. ~너랑나랑새랑~
게시물ID : animation_2722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licker
추천 : 13
조회수 : 1122회
댓글수 : 57개
등록시간 : 2014/10/01 01:47:41


KakaoTalk_20140813_203239197.jpg


안녕하세요. 이화여자대학교 야생조류연구회 새랑의 일개 부원입니다....
올해 초에 제가 그린 포스터를 여기서 그렇게 좋아해주셨다고 해서...(눈치)
왠지 저번 주 주말에 했었던 2014 새랑 가을전시에 쓰인 미조류 연애 시뮬레이션게임~너랑나랑새랑~도 
좋아하실 것 같아서 소개해드리려고 왔습니다ㅋ...ㅋㅋ...말 그대로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야생조류를 공략 대상으로 하는 연애 게임입니다. 
실제로 캐릭터들의 성격이나 설정은 실제 새들에게서 볼 수 있는 특성을 기초로 만든 것입니다. 하트풀 그대와는 다르다, 하트풀 그대와는!


플레이2.PNG
전시회장.PNG


모든 미연시 게임이 그렇듯차근차근 포인트를 쌓아 굿 엔딩을 보는 게 목표입니다.
제가 양다리걸치는 여주를 싫어하기때문에 양다리 걸치면 베드엔딩(화전농엔딩)이 뜰 수밖에 없게 설정했습니다. 
다섯 번 했는데 다섯 번 다 화전농 엔딩 나온 사람도 있었습니다. 
굿 엔딩을 보면 공략한 새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포토존도 꾸몄습니다.

두견.PNG
꼬물.PNG
솔붱.PNG



전시라고 했지만 거창한 건 아니고그냥 매년 소소하게 이것저것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새에 대한 관심도 불러일으킬 겸... 
일 년동안 우리가 이렇게 고생했구나~하고 자축할 겸 하는 행사인데, 끽해야 30장정도 나올 거라 생각한 대본이 70장이 나왔습니다.
 아무리 별 생각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썼다해도 그냥 폐기처분하기엔 아까웠습니다. 
저번학기 문예창작론 들을 때 7페이지짜리 소설 쓰는 데도 한 학기 다 잡아먹었는데....
좀 더 살을 붙여서 가볍게 할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볼까 생각중입니다. 
(혹시 관심있으시면 [email protected]으로....^^...마땅히 구해지지 않으면 겨울방학동안 제가 혼자 만들 생각입니다.) 

전부 다 적기엔 너무 길고, 이 게임이 크게 꾀꼬리/꼬물이/두견이 루트 1set와 혹고니/솔부엉이/장끼 1set로 나뉘어지는데...
각 set의 대표로 스왈로브스키와 두견이 성공루트를 보여드리겠습니다....하.... 사실 이 둘이 제일 오글오글거려서 보여드리는 거...
.....맞습니다. 캐릭터별 엔딩 6개와 배드엔딩 5개가 있습니다.

22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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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8.PNG

여러분 부딪히다가 아니라 부딪치다입니다

출력용-복구됨.png




등장인물 소개


캐릭터소개(세로)2.png


꾀꼬리
노래를 잘 불러 교내 락밴드『황조가』의 보컬을 맡고 있다. 노란 깃털이 특징적인 새이니 만큼 머리도 노란색으로 물들인 상태이다. 평소의 call은 매우 신경질적이나 song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정도로 매력적이다. 소위 잘 나가는 학생이며 이복 형제인 두견이와는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서먹해졌다.
좋아하는 음식: 곤충류

혹고니
풀네임 스왈로브스키 드 혹고니, 유명한 스왈로브스키 가문의 자제이지만 풀네임을 제대로 불러주는 이가 아무도 없다. 쿨하고 과묵한 이미지로 무엇이든 힘들이지 않고 완벽하게 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고상한 생김새와 달리 경박한 목소리 때문에 웃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물밑에서 어마어마한 노력을 함으로써 완벽함을 유지하고 있다.
좋아하는 음식: 어류

두견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자신이 꾀꼬리의 가족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두견이과의 새들은 새끼를 남의 둥지에 낳는 탁란 특성을 갖고 있다.) 왠지 모를 외로운 분위기를 풍기며, 어쩌다 발견되는 장소들도 어딘지 쓸쓸한 곳들 뿐. 학교도 잘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 외로운 시조에 자주 출몰하는 새이다. 
좋아하는 음식: 곤충

꿩(장끼)
튼실한 다리를 가진 만큼 교내 육상부의 스프린터로 활동하고 있다. 튼튼하고 다부진 육신을 가졌음에도 겁이 매우 많다. 가만히 있다가도 조금만 기척이 나면 꾸엉(?)같은 소리를 내며 아주 빠르게 도망간다. 걱정이 많은 성격 탓에 종종 홀로 눈물짓고 있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한다.
좋아하는 음식: 곡식, 지렁이와 곤충

꼬마물떼새
밴드 『황조가』의 멤버. 귀여운 생김새와 밝은 성격으로 가는 곳마다 분위기 메이킹을 담당하고 있다. 빠른 움직임이 특징이니만큼 매우 활동적이다.
좋아하는 음식: 갯지렁이등의 갯벌 속 생물

솔부엉이
지혜의 상징이라는 부엉이과 답게 성적도 완벽, 품행도 방정하다. 남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엄격해서 학교의 모든 새들이 기도확보를 위해 셔츠 앞섶을 풀어 둘 때 혼자 끝까지 잠그고 있다. 항상 빨간 얼굴을 하고 있는데 그게 답답한 셔츠 때문인지 부끄러움을 잘 타서 그런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좋아하는 음식: 육류(쥐…?)


로고 및 캐릭터디자인/각본- 국문 13 곪은알
인터페이스디자인/포토존- 서양화과 14 알
자료수집/ 여자주인공 디자인- 경영 13 댕기물떼새
후원- 이화여대 야생조류연구회 새랑
고노 게이무와 고란노스폰사 데쿄데 오쿠리시마스- 댕기머리물떼새샴푸/ 도요다자동차

이 작품에 나오는 연애소설은 작가의 취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희 만화 덕질하는 동아리 아닙니다... 저도 라이트덕이에요...모쪼록 그 점 착각해서 들어오시는 일이 없기를...
 




111.PNG



서기 2028년. 인류는 조류에게 정복당했다. 


정확히 말하면 인류는 이미 이전부터 정복당하고 있었다. 
멍청한 인류가 자신이 생태계의 지배자가 아닌, 피지배자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한 시기가 2028년일 뿐이었다.
조류는 인간이 태어나기 이전부터 지구에서 살아왔으며, 모든 생명체중 유일하게 육, 해, 공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다. 
이토록 우수한 신체능력과 적응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왜 인류는 조류가 위협이 될 것이라고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을까? 
우리들의 무의식속에서 조류는 멍청하고, 연약한 존재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인식은 조류들이 일부러 심어놓은  것이었다. 조류는 인간만큼의 지성과 사고력을 지닌 존재들이었다. 
일면 멍청해 보일 수 있는 행동거지들은 일부러 인류를 방심하게 만들기 위해 한 행동이었다. 
위협이 되는 생물체는 제거 대상이 되기 쉬우니, 짐짓 멍청하고 연약해 보이도록 연기를 한 것이다.

그들이 생태계의 정점에 설 수 있는 두뇌와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인간을 제치고 만물의 영장이 되지 않은 것은, 
힘이나 지성의 부족이 아니라 단지 그것이 수지타산이 안 맞기 때문이었다. 생태계의 정점자리를 놓고 다른 생물체와 힘을 견줄 경우 
입을 수 있는 피해를 계산해봤을 때, 힘이 비등한 상황에서 자신들이 멸종할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모든 생물체들과 싸워 정점을 차지하는 것 보단
다른 생명체가 생태계의 정점을 차지하고, 그 생물이 다른 종들을 거의 다 죽였을 때, 정점에 있는 그 생명체 하나만을 없애는 게 
더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 시점부터 조류는 자신들의 능력을 숨긴 채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그들의 예상대로 가까스로 만물의 영장 자리를 차지한 인간은 2025년을 전후로 전 세계 동물의 50%를 멸종시켰다. 
그 가운데서도 인간에게 위협이 될만한 생명체, 즉 육식을 하는 동물들은 거의 씨가 말랐다. 
그 말인즉 이제 새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동물이 사라졌다는 것을 뜻했고, 
이는 결국 새들이 다시 지구를 정복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였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일어났다.인간들의 식수는 새똥으로 범벅이 되었다. 배설물로인해 식수와 생활수가 부족한 것은 물론 
전염병이 걷잡을 수 없이 퍼졌고, 특히 제2의 흑사병이라불리는 "마이너병"이 온 세계로 퍼져나갔다. 
인류는 뒤늦게 각종 무기를 동원해 새들을 없애려고 했지만, 태초부터 하늘, 땅, 수중 세 공간을 장악한 생물체인 새들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인류는 조류에게 완전히 패배하고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와중, 한 새가 휴전을 제의했다. 


"지금 인간을 다 없애버린다면 후에 다시 우리와 견줄만한 생명이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그 때가 되면 그것과 다시 싸워하야지 않은가? 그러나 man to man.....이 아니라 bird to something방법은 너무 피해가 크다. 
그러나 인간들의 '기계'를 이용하면 훨씬 더 적은 힘으로 생명체를 진압할 수 있다. 우리의 발 끝에도 미치지 못한 인간이 이정도까지 
발악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인간 본연의 능력이 뛰어나서라기보단 그들의 '기계'덕분이 아니었는가? 
그 기계를 우리 새들이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전무후무하게 강한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을 말살하기보단 선생으로 모셔서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와 기술을 새들에게 학습시키는 게 어떻겠느냐. 
게다가 일부 인간을 살려두고 노예로 부리면 우리들의 삶이 더 윤택해질 것이다." 

...그리하여 남은 인간들은 새들의 먹이셔틀이 되어 농작물을 심고 가꾸거나, 정해진 시간에 먹이를 갖다바치는 일, 
그보다 좀 사정이 나은 인간들은 새들에게 여러가지 지식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었다. 
내 나이 또래의 아이들은 슬슬 간이학교에서 밀웜 키우는 법을 배우고있을 때이지만, 나는 할머니가 이화여대 "새랑"의 창립멤버로서 
조류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이바지했다고 판단되어 특별히 새들과 같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여러분 자손들을 위하여 새랑에 가입합시다☆) 


내가 "새랑고"에 지원한다고 했을 때 피지배자인 인간으로서 새들에게 배타적인 감정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선생님들이 많았지만, 
나는 딱히 새들을 미워하거나 증오하는 감정은 없다. 예전에 한창 힘들 때는 그런 감정이 약간이나마 있었지만...(특히 중2때가 절정이었다) 
작년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가족들과 휴가를 떠났을 때 그 광경을 보고 난 뒤 부터는 더이상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 당시 휴가지를 어디로 갔더라....산이었나 물가였나...(산>@0/ 바다>@@)



~혹고니 루트~


99i9.PNG

@18

정말 매일 아르바이트 하는 것 만으로도 힘든데 왜 학교에서까지 쪼여야하는지 모르겠다. 오늘 호텔의 홀은 한 단체에 의해서 모두 빌려졌다고 한다. 
그것도 세미나나 컨퍼런스같은 게 아니라 그냥 사교모임을 위해서 통째로 한 층을 빌린 것이었다. 
무슨 다른 개체군이랑 섞이면 죽는 것도 아니고, 돈이 썩어나는 거겠지. 군집이 다른 군집이랑 섞였을 때 죽는 건 자기네들이 아니라 
조사자와 섹장인데...........난 지금 무슨말을하고있는거지.....힘들다보니까 별 헛소리가 다 나오는 것 같다.

홀에서 바쁘게 접시를 치우고 음식을 나르던 와중, 눈에 띄는 한 새를 보았다. 혹고니선배였다. 선배는 다른 한 무리의 새들에게 둘러싸여있었다. 
다른 새였으면 눈에 띄지 않았을텐데 모딜리아니의 작품마냥 길고 쭉 뻗은 목 때문인지, 눈부시도록 하얀 깃털때문인지, 
선배의 몸에서 풍겨져나오는 우아함과 숭고미가 선배를 다른 새들과 구별시켰다. 응? 잠깐...이 기분은 왠지 전에 어디서 느껴본 것 같은.......


-쨍강쨍강쨍그라라랑쨍쨍


"......"

선배에게서 눈을 떼지 못 하고 음식을 나르다가 결국 어떤 새와 부딪혀 접시를 떨어뜨리고말았다. 
혹여 드레스에 소스가 조금이라도 묻을까봐 머리 높이 쟁반을 들고다닌 탓에 음식물은 바로 내 머리위로 떨어졌다. 
홀의 음악이 멈추고, 모든 새들의 시선이 알리오올리오모를리오모르지오소스로 범석이 되어있는 내게로 향했다. 
어찌해야할지 몰라 홀 내부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혹고니선배와 눈이 마주쳤다. 

선배와 나는 다른 의미로 이물질같았다. 

그건 내가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이 파티장에서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한 시기와 따돌림인 척 애써 외면하고 있었지만 그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내 존재가 이런 이상 어느 집단에서도 환영받지 못 할 존재라는 사실은 중학생때 왕따를 당하면서 이미 다 깨친 사실이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 상황이 개선될 리 없다는 사실도. 노력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 본질적인 문제에서 눈을 돌리려고 했던 것이다. 

파티장 구석에서부터 수군대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 내 얘기인 것 같다. 잊고있었던, 외면하려했었던 감정과 현실들이 마구 뒤섞여 들어왔다. 
더이상 자리에 서 있을 수 없어서 나는 홀을 박차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g point 3이상>@^^로
t point 3이상>@$$로
둘 다 해당 안 될 경우>@m으로


333.PNG

@^^

정처없이 달려나가던 나를 붙잡은 것은 혹고니선배였다. 선배는 다짜고짜 내 팔을 잡더니 어디론가 성큼성큼 날 끌고들어가기 시작했다. 
선배는 약간 화가 나 보였다. 팔목이 아프다. 내가 선배의 깃털에 찔려 아픈 소리를 내자 그제야 팔을 놓고 나를 쳐다봤다. 
내 손은 선배의 깃털에서 나온 기름으로 축축했다.

"왜 말을못해. 눈은 어따두고다니냐고, 한 마디 해줬어야지 왜 바보같이 서 있어"

"어떻게그래요. 인간주제에"

"네가 왜! 남들이 너를 깔보니까 정말 네 자신이 가치없는 것 같아? 남들은 그렇게 말해도 하나하나 다 받아쳐줘야지! 
나한테는 잘만 그러더니 왜 저 사람들 말엔 대꾸도 못하고 가만히 듣고있어?"

"나도 내 주제를 아는데... 사실 선배한테 대든 것도 제 자격지심때문에 그랬던 거에요. 제 자신이 당당해서 그런 게 아니라고요. 
저는 평생 이 추한 꼴로 살아야 해요. 내가 노력한다고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 상황에서 뭐라고 대꾸해봐야 더 비참해질 뿐이잖아요."

"넌 예뻐." 

"...."

"처음 봤을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

"....거짓말치지 마요."

"그만 울고. 날 봐봐."

고개를 들어 선배를 바라봤다. 선배는 어느덧 무릎을 꿇어 내 눈 아래에 있었다.

"그리고 말 받아치는 걸 보면 나보다 훨씬 똑똑하고. 허례허식에 눈이 멀어서 진짜 중요한 것에는 눈길조차 안 주는 새들보다 
사람인 네가 더 나아. 이건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야. 네가 남들보다 못할 게 대체 뭐가있어?"

"...."

"...이리 와 봐."


선배는 내 얼굴을 천천히 깃털로 쓸었다. 눈물이 깃털에 부드럽게 쓸려나가는 게 느껴졌다.


"됐어. 예뻐."

그리고 선배는 곧장 다시 그 파티장으로 들어갔다. 파티의 주인공이 갑자기 재등장하자 장내는 일순 정적이흐르다 이내 다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저 애, 여기서 접시 나르던 애 아냐?'
'혹고니씨는 어디갔다온거지?'
'둘이 같이 나갔다 온 거 아냐?'
'저 여자애랑?'
'설마...스왈로브스키 가문의 후계자가 그렇게 격떨어지는 일을 할 리가...'

"여러분. 저는 이 여자애와 약혼할 겁니다. 그리고 졸업후엔 결혼해서 아내로 맞아들일 생각이고요."

'새랑 인간이? 그것도 스왈로브스키집안같이 알 만한 데에서?'
'후계자가 될 사람이 저렇게 무책임한 말을....'

"사실 저희는 여기서 처음 만난 사이가 아닙니다. 학교에서 만난 사이죠. 모든 생명체들이 학생이란 이름으로 평등해지고, 
성적이나 외모, 혹은 출신성분에 의해서도 판단되어서는 안 되는 곳 말입니다."

"...."

소란스럽던 장내가 일순 조용해졌다. 방금전까지 이러쿵저러쿵 떠들던 사람들은 서로 잔만 홀짝거리며 서로 눈치를 보고있을 뿐이었다. 
아마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열심히 머리굴려가며 계산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 나처럼 말이다. 선배는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그러나. 모든 분들은 제 출신성분에 신경쓰시더라고요. 오늘 파티에 오신 분들이 싫든좋든 제게 다가오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제가 어떤 노력을 해도 출신성분 덕으로 돌리고. 혹시 조그만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시기와 질투가 가득한 눈으로 저를 쳐다보거나 
여차하면 저와 엮여보려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새들뿐이었습니다.저는 그런 생활에서 더없이 지쳐갔습니다. 
그리고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해 주마,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안하무인으로 굴었던 시기도 있었고요. 그 때 이 아이를 만났습니다."

선배는 나를 좀 더 무대 중앙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당황스러워하는 내 얼굴을 보고 안심하라는 듯이 한 번 웃더니, 
다시 언제그랬냐는듯 앞을 바라보고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새로운 종에 대한 호기심정도로 치부했습니다. 학교에 다니는 인간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고, 
저에게 막말을 할 수 있는 생물체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든 편견을 버리고 이 아이를 바라보자 이 아이의 진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여러분도 지금은 인정하지 않으시겠지만, 언젠가. 이 아이가 어떤 매력을 지녔는지. 어떤 가치를 지니고있는지. 
분명 아시게 될 것입니다. 저에겐 분명 그럴 것이란 확신이 있습니다. 약혼식을 올릴 홀과 증인 여러분들. 음식과 음악. 그리고

반지가 있으니. 이대로 약혼식을 올려도 괜찮겠죠."


"반지?"

놀란 건 관객들뿐만이 아니었다. 선배의 주머니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 한 물건이 나오자 나도모르게 입 밖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자기랑 나랑 이런 관계도 아니었으면서 어떻게 준비했다는듯이 반지가 나오는 거지? 사실 이거 다 각본 아닌가?하는 생각이 일순 들 정도였다. 

"...반지는 갑자기 어디에서 난 거에요?"

"늦든 빠르든. 언젠간 너에게 주려고 항상 가지고 있었어. 오늘 갑자기 욱해서 저지른 결정이 아니야. 
난 오래전부터 이렇게 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거든."

"...저는 선배가 저를 그런식으로 생각하시는지 전혀 몰랐어요. 그저 나를 마음에 안 들어한다고만..."

"...그런 식으로 말을 붙이지 않으면 너랑 대화할 일이 없을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나랑 친하게 지내면 네가 더 안좋은 일을 당할까봐 
나름대로 조심한 거였어. 너는 당차지만 한편으론 유리같이 연약하단걸 나는 어렴풋이 알고있었으니까....

보통 유리같이 연약한 멘탈을 가진 사람한테 그런 식으로 말을하나요. 닝겐노 유리는 그다지 튼튼하지 않은데요.


"그래서....대답은 어때?"

확실히 그동안 나에게 재수없이 군 건 어쩔 수 없었다고 치면 솔직히 혹고니선배를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잘생겼지 머리좋지 집 좋지....완벽해도 너무나 완벽한 게 오히려 흠이 되는 사람이었다. 보통때같으면 격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면서 
거절했을 이야기지만, 선배가 한 일장연설을 들어보니...이 사람이라면 괜찮지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사람은 나를 조건없이 바라봐줬는데, 내가 선배를 조건때문에 거절한다면. 그건 말이 안 되는 일이지 않은가.

"좋아요"

love....is....miracle....선배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있을줄이야....그리고 이런 꿈같은 일이 나에게 벌어질줄이야~
랄랄라 신바람이 난다~ 난다~ 난다요~그렇게 나는 스왈로브스키집안의 안주인이되어 평생 화전을 몇십개나 거느리며 떵떵거리면서 잘 살았다.





~두견이 루트~



6666.PNG

@11


동아리 활동 후 다시 옥상으로 갔다. 혹시 오늘도 옥상에 왔을까. 

"쿄-킷-쿄쿄"

노랫소리가 또 들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두견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저기요!! 어디계세요? 저 혹시 기억하세요? 꾀꼬리선배 공연때 불렀었는데! 

"..."

"잠깐 얘기를 하고 싶어요! 대답좀 해 주세요!"

"...여기야."

하는 말과 동시에 두견새선배가 문 위쪽에서 날아내려왔다. 거기있어서 아무리 찾아도 안 보였던 거구나.


"할 말이라는 게 뭐지"

"..."

q 3이상-#3로 갈 것
q 2이하-#4로 갈 것



#4

2.노래....잘 부르시네요...

"노래는 내 주 종목이 아니야. 나는 드러머지."

"아. 말씀은 들었어요. 밴드부에 있으셨다고...."

"꼬마물떼새가?"

"네, 그리고 꾀꼬리선배와의 일도요...."

"...하여간 말 많은 새끼.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니까 오지랖 피지 말고 가."

"그래도, 이대로 꾀꼬리선배와 멀어지실 거에요?"

"어쩔 수 없잖아. 핏줄이라는 건 고칠 수 있는 게 아냐. 저어새의새끼는 아무리 노력해도 제 부모랑 똑같이 부리로 논 밑바닥이나 
저으면서 살 수밖에 없는 거고, 비둘기가 아무리 정지비행을 하는 척 해도 야장에 맹금으로 오를 수는 없는 거라고."

노을을 등진 채 그 말을 하는 두견선배의 회색 깃털이 마치 삭막한 도시의 아스팔트같았다.
과연 그런가? 종은 바꿀 수 없는가? 알을 깨고 나오는 그 순간부터, 두견선배는 이렇게 될 운명이었을까?

"종은 바꿀 수 없을지도 몰라요.."

이건 확실히 바꿀 수 없는 사실이다. 내가 사람으로 태어나고. 이 선배가 새로 태어난 것 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새가 된다든가 선배가 사람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하지만 저는 종에 의해서 관계가 결정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뭐냐... 악어는 악어새와 공생하잖아요? 
그건 악어와 악어새가 종이 같냐 다르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서로의 신뢰관계에 의해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종은 달라도, 가지는 관계는 다를 수 있으니까요."

"..."

"제 생각을 강요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선배의 울음소리가 너무 슬프게 들려요. 
제가 여기 다시 온 것도 그 소리가 너무 슬프게 들려서 그런 거에요."

제대로 듣고 있나? 앞을 힐끗 쳐다보니 얼굴표정까진 보이지 않지만 일단 제대로 이 쪽을 보고있는 것 같다. 
계속 얘기해도 되는건가? 맞진 않겠지?

"그대로 사는 게 괜찮다면 상관없지만, 혹시 후회하고있다면, 꾀꼬리선배한테 솔직히 털어놓으세요. 
꾀꼬리선배는 틱틱대긴 해도 그정도도 이해 못 해줄 사람은....아니...조류는 아니에요. 음. 집안싸움에 끼어드는 것도 좀 웃기지만." 

어떻게 끝내야하지? 여기서 끝내야하나? 아니면 그러겠다는 대답을 들어야하나? 
무슨상관이냐그러면 어쩌지? 막말로 아무 상관 없긴 한데... 

"아무튼 제 생각은 그래요. 안녕히 계세요."

하고싶은 말이 뭔지,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몰라 서둘러 끝을 맺고 옥상문쪽으로 뛰어갔다. 계단에 한 발 내딛으려는 찰나,

"저기."

"네?"

"고맙다."

두견이선배가 여전히 노을을 등진 채 말했다. 
역광때문에 선배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한 결 부드러워져있었다.

e point 3이상-%5로 가시오
e point 2이하-@7로 가시오


666.PNG


%5

여느때와 다름없는 쉬는시간. 나는 이전시간에 배운 내용이 이해가 안 돼서 혼자서 필기한 내용을 썼다 지웠다 하면서 암기를 하는 중이었다. 
저번 퀴즈를 잘 못 풀어서 시험이라도 잘 봐야 석차가 괜찮게 나올텐데... 
그렇게 머리를 싸매며 골을 썩이던 중, 복도쪽에서부터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거, 두견이오빠 아냐?'
'뭐? 누군데?;
'꾀꼬리오빠 형제! 학교 잘 안나온다들었는데... 그것도 1학년 복도에 왜 나온거지?'
'야. 이쪽으로 오는 것 같은데?'

"야."

"아. 네?"

고개를 들어보니 두견이선배가 내 책상 바로 앞에서 날 내려다보고있었다.

"나 꾀꼬리랑 화해했어."

"네? 아. 잘 됐네요."


그거 보고하러 온 건가. 나는 다시 노트로 시선을 돌렸다.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대체 왜 참매랑 새매는 매과가 아니라 수리과이고 청다리도요는 크기가 35m나 되는거지?

"....그게 다야?"

"....네?"

"나 학교도 이제 잘 나와. 지각도 안 하고. 부모님이랑도 사이좋게 지내."

"잘 됐네요."

다행이다. 그럼 꾀꼬리선배의 그 히스테릭한 성격도 한 풀 꺾이겠지.

"...내가 이러는 건..."


선배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네가 한 말 덕분이야. 너는 내게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친 거야.... 마치...정부주도의 간척사업이 
겨울철새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미친 것처럼 말이지."

"....."

"내 인생에 이렇게 큰 변화를 준 사람은....아니. 새까지 통틀어서도. 네가 처음이야. 
솔직히 그 뒤로 이전과는 다른 생활을 할 때마다, 네 생각이 났어. 아침을 먹을때도. 아. 그 애가 없었다면 이렇게 다같이 밥을 먹는 일은 없었겠구나. 
학교에 올 때도. 아. 그 애가 없었다면 내가 이 시간에 학교를 올 리도 없었겠구나. 하면서. 하루종일 네 생각이 났어. 
나는 그게 네가 내 삶을 바꿔놨기때문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문제집에서 눈을 떼고 위를 쳐다보았다. 두견선배와 눈이 마주쳤다. 선배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아닌 것 같아. 그렇게 네 생각을 하다보면. 노을 아래서의 네가 생각나고. 날 보던 그 눈동자가 생각나. 
다른생각을 하려고 해도. 네 생각이 계속 나고. 정신을 차리고보면 시간은 훌쩍 지나가있고. 
전에는 어떤 일을 할 때마다 네 얼굴이 생각났는데, 이제는 네 얼굴이 생각나서 어떤 일도 못 하겠어."

"선배 저는...."

"알아. 당황스러울거. 오늘은 사귀자고 말하려고 온 게 아니야. 깨달은 걸 전하려고 온 거야. 나는. 너를 좋아해. 
너도 나를 좋아하도록, 그렇게 만들 거야."

"..."

"일단은, 이 펜을 쓸 때마다 내 생각이 났으면 좋겠네."

선배는 볼펜에 살짝 입을 맞췄다.

"내가 널 생각하는 거의 1/10만이라도 나를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이 볼펜을 쓸 때 만이라도. "

선배는 그렇게 말한 뒤 나갔다. 나는 선배가 건네준 볼펜을 쥐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교실은 엄청나게 시끄러웠지만 내 귀에는 아무 것도 들이지 않았다. 어떤 막이 내 주위를 둘러싸고있는 것처럼. 
정확한 소리는 들리자 않은 채 웅웅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수컷에게 이렇게 열렬한 구애를 받는 건 처음이라 아직도 얼떨떨했다. 
앞으로도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나를 좋아한다고? 얼이 빠져있는 사이 수업종이 울렸다. 
나는 공책을 펴고 선배가 입을 맞추고 간 펜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다른 펜을 꺼냈다. 그런데도 수업을 하는 내내 필통 속에 있는 펜이 신경쓰여서 
수업을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계속 생각나는데, 거추장스럽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는건, 적어도 싫어하는 건 아닌 건가?

...오늘도 선배는 옥상에 있을까.
선배에 대한 내 감정을 딱히 뭐라고 정의하기는 이르지만. 선배의 바뀐 노랫소리를 한 번 들어보고는 싶다고 생각했다.



아 참고로 꾀꼬리루트 공략중 꾀꼬리 포인트가 부족하면 두견이가 동반자살을 합니다. 
새명이 두견이인 언니가 이 루트를 보고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10

그렇게 각종 새들 사이에 둘러싸인 꾀꼬리선배를 멍하니 본 지 몇 십분쯤 지났을까. 
누군가가 대기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모두 꼼짝마!"

중간에 나갔던 그 회색 새였다. 강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너...이게 무슨짓이야! 뭘 하려고!"

"저어새의새끼는 아무리 노력해도 제 부모랑 똑같이 부리로 논 밑바닥이나 저으면서 살 수밖에 없는 거고, 
비둘기가 아무리 정지비행을 하는 척 해도 야장에 맹금으로 오를 수는 없는 거라고. 내 처지를 바꾸러면 죽는 수밖에 없다는 거지. 그런데.
날 죽게 만든 장본인인 너는 이렇게 잘 먹고 잘 살텐데, 나 혼자만 죽는 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왜 내가 가해자라는거야!"

"시끄러워!"

갑자기 쳐들어온 그 새는 들고온 휘발유를 꾀꼬리선배한테 뒤집어씌우고 통을 선배의 가슴팍에 던졌다.
그 충격으로 선배가 넘어졌고, 상황을 파악한 암컷 조류들이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악!!

"타죽고싶지않으면 다 나가!"

당황하는 새 방금전까지 꾀꼬리를 둘러싸고있던 팬들이 출구쪽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 인파에 떠밀려 같이 대기실에서 빠져나왔다. 
아니, 사실은 나가고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에 파묻힌 척, 내 의지가 아닌 척 나온 걸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그 공간에서 빠져나왔고, 
곧이어 대기실에선 불길이 치솟았다. 화재소식을 듣고 돌아온 꼬물이선배와 함께 점점 더 거세지는 불길을 보며 소방차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다음날, 완전히 연소된 건물에선 바짝 탄 오븐구이통닭마냥 나뒹구는 새 사체 두 개체가 있었다고 한다. 

>>bad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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