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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최근 김재규에 대한 생각... "순욱 + 브루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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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킬라칸
추천 : 1
조회수 : 86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12/04 22: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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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개인적 원한관계 해소를 위한 살해"설을 지지하는 쪽이었는데... 최근에는 (물증하나 없는 순전한 망상에 근거하여 심리를 상상한 것 만으로) "신념에 따른 암살"설을 지지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애초에 5.16도 박정희랑 함께 한 사람이 뭔 민주주의 신념이고 뭐고가 있겠나... "혼노지 사건은 노부나가에 대한 미츠히데의 원한"설처럼, 점차 권력의 이너서클에서 밀려나고 차지철 무리 같은 찌질이들에게 밀리기 시작하면서 좌절과 분노가 걍 폭발한 사례... 이렇게 생각했는데...


이게 차츰, "김재규는 상당한 로맨티스트/이상주의적 나르시즘이 있지 않았을까"...라고 가정을 하고 생각을 해봤더니 갈수록 "신념설"이 설득력이 있게 들리기 시작하더라구요. 

이게 물론, 김재규의 '신념', '이상주의'라는게 민주화투쟁한 사람들처럼 민주주의 개념, 시스템, 자유와 평등... 이런 깊은 이론적인 밑바탕을 깔고 들어간 무거운 신념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김재규가 과연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나 했을까... 전 회의적입니다. 그냥 어떤 "굉장히 좋은 것", "이상적인 것", "국민들이 기 좀 펴게 해주는 것", "국제적 대세"... 정도로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아바이연합 xx들이나 전두환 지지자들이 '자유민주주의' 운운 하는 정도로 개념모독 하는 수준은 아니겠지만) 


다만, 김재규라는 인간이 낭만주의적인 나르시즘이 있었다고 가정을 하면, 예컨대 그가 5.16에 무슨 생각으로 참여했는지도 은근히 수긍이 갑니다. 개인적인 친분도 그렇지만, 박정희가 발휘하고 있던 카리스마에 동조하고 있던 상황에서는 아마 구체적으로 "권력탈취"라는 목표를 향해 5.16에 가담했다기 보다, 진짜로 "낭만적"으로 "역사에 길이 욕을 먹는 기록을 남긴다 할지라도 우리들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일어선다"라는 명분을 진짜로 믿어버린게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쿠데타 쌍놈들이 그럴듯한 말로 '구국'을 외친 것과 달리, 진짜로 그게 '구국을 위한 의로운 봉기'라고 믿어버렸다고 말이죠. 예컨대, 그런 성향은 사실 장준하 선생도 좀 보이죠. 그 분도 정치인이긴 하지만 정치문화와 이론이 성숙하지 못한 시대의 한계가 있던 만큼, "민주주의"란 것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서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군사혁명을 지지한 것부터가 사실, 강경한 민주주의자라면 어떤 이유에서건 있을 수가 없죠. 하지만 초기에는 장준하 선생도 5.16을 쿠데타가 아니라 말 그대로 "혁명"으로 인식했죠. 

김재규도 아마 비슷한 성향이었으리라 봅니다. 

결국 그 가정 아래에서는 박정희 최후의 날이 가까워 오면서 행동의 동기, 심리상태가 대충 짐작이 가는데, 정권의 핵심, 박정희의 최측근 중 한 명이었던 만큼 "5.16"이라는 것이 정말로 큰 대의를 품고 구국을 위해 일어난 봉기라고 믿었고, 박정희가 정말로 이상적인 지도자가 될 수 있으리라고 진심으로 믿었던 것이 김재규라고 생각합니다. 


....넵... 김재규에 대한 제 생각은... 역덕들이 잘 아는 "한나라를 구할 영웅으로 조조를 생각한 순욱" 포지션입니다;;;;;; 

물론 조조와 같은 초엘리트에 왕좌지재급 인재는 당연히 아니죠. 하지만 5.16 부터 박정희와 함께 한 김재규는, 말하자면, 제정신 박힌 사람이라면 누가 봐도 황제를 능멸하는 무례를 수 없이 저지르고, 조정을 무시하고 전횡과 독단을 일삼은 조조를 보면서도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시국이야,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한 순욱과 아주 흡사한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 박정희가 강력한 영도력을 발휘하여 독재 좀 해도, 민주주의를 좀 농단해도 상관 없다... 일단 그 '민주주의'라는 것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금 혼란한 상황을 바로잡고 쓰레기 새끼들을 싹 치워버려야 한다... 그리고 나서 박정희가 깨끗하게 정권이양하고 물러나면 (수... 술라?;;;) 구국의 완성이다... 그렇게 이상적으로 그리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물론, 권력이 어디 그렇습니까. 결국 유신정권 말기로 접어들면서 20년 째를 곧 맞이하는 상황에서 박정희가 흐리멍덩해지고, 사회에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주변을 차지철 같은 간신배로만 채워가면서 그 환상이 박살났겠죠. 깨끗하게 물러나고 아름다운 전설로 남기는 커녕 아마 죽을때까지 해쳐먹으려 들게 분명해진 순간에 나르시즘적 이상주의자로서 역사와 민족을 위해 자신이 그에 책임을 지고 제거하여 불의를 바로잡겠다는 도취감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가 어떤 심정으로 박정희를 쏘았느냐... 제 추측으로는 셰익스피어의 연극 속에 나오는 브루투스의 연설이 김재규의 스스로에 대한 변론 그 자체가 아닐까 싶어요. 카이사르 이상으로 로마를 더 사랑했기에 죽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식으로 말이죠. 


결국 박정희가 뜨는 것을 돕고 정권의 핵심으로서 협조한 초중반까지는 순욱과 같은 경우, 마지막에 죽여야겠다는 결심을 한 순간부터는 (실제 역사상이 아니라) 셰익스피어 연극 속의 브루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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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시 삭제하겠습니다.
출처 http://cafe.daum.net/shogun/8jpK/9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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