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나는 유머러스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이 날 보고 배실배실 웃으며 즐거워 할 만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되고 싶다. 될 수만 잇다면...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도 그런 이유다. 그래서 난 지금까지 살면서 경험했던 유머의 고수들과 유머가 있었던 순간들을 되돌아 보기로 했다. 나를 위한 정리의 글이다. 당신께도 도움이 된다면 더없는 영광이고. 유머글게시판에 이런 종류의 글 하나 정도 있어도 좋겠다 싶다 ..
난 이 시리즈의 첫 부분에서 가장 먼저 떠올린 사건은 내가 대학교 다닐 때 노가다현장에서 겪은 일이다.
건설현장에는 기술자들이 있다. 조적(벽돌쌓기), 미장(벽에 시멘트바르기), 목수, 타일, 도배, 전기 등등. 그 기술자들을 보조하거나 현장의 잡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들을 잡부(데모도)라고 부른다. 내가 잡부로 일할 때 생긴 일이다. 현장에서 일한 지 얼마 안되었을 무렵이었다. 서툰 동작으로 등에 벽돌을 지고 건물 5층으로 나를 때였다. 차곡차곡 뒷머리높이까지 쌓은 벽돌을 등에 지고 올라가고 있는 중이었다. 철판과 나무로 임시로 만든 현장계단을 따라 올라 가던 중 그만 발을 헛딛였다. 순간 중심을 잃고 등에 쌓아둔 벽돌이 순식간에 1층 바닥으로 우루루 쏟아 졌다. 작은 회색벽돌이지만 2층에서 떨어지는 무게는 대단하다. 큰 소리를 내며 바닥에 부딪혔고 나는 간신히 난간을 붙잡아 아래로 추락하는 건 피할 수 있었다.
벽돌이 떨어진 지점 바로 1m 옆에서 아저씨 한분이 시멘트랑 모래를 배합하고 있었다. 그 미장 기술자아저씨는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떨어진 벽돌을 잠시 쳐다 보다가 나를 올려다 봤다.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하는 나와 시선이 마주 쳤다. 순간 현장에는 정적이 흘렀다. 그 때 아저씨가 하는 말.
"이건 조적(벽돌쌓기) 갖다 줘. 난 미장이야."
주위분들도 웃는다. 난 내려가서 연신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여 사과드렸다. 아저씨는 특별히 꾸짖거나 훈계같은 것도 없었다. "난 살고 싶어. 도와 줘." 미소 지으시며 그 한마디 하시더라. 어쩌면 크게 다칠수도 있는, 어쩌면 죽을 수도 있는 생사가 왔다갔다한 사건이었다. 욕은 커녕 농담 한마디로 끝날 일은 아니었다.
불가항력적인 위험한 순간이 닥쳤을 때 우리는 온갖 부정적인 결과를 떠올린다. 죽을 뻔 한 일이 아니더라도 예를 들어 단순한 (차량)접촉사고였다 하더라도 최대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며 상대에게 욕과 비난과 폭력을 쏟아 낸다. 그게 현실이다. 그것에 분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마저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더 심각한 결과가 아니었다는 걸 감사하는 사람들. 어쩌면 꾸짖고 욕하고 때리는 것보다 더 상대에겐 강력한 메세지를 전달한다. 상대가 실수를 알아 차렸고 반성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난 그 아저씨의 유머로 백배는 더 미안했고 백배는 더 앞으로 조심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래서 그 뒤로도 현장에서 오래 일했었지만 별다른 불상사가 없었던 건 아마도 그 아저씨 덕분이었을 것 같다.
내가 그 아저씨의 상황이었다면. 난 지금 아주 위험한 순간이 겪었다. 주위사람들 모두 겁에 질려 있다. 이건 내가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다가온 일이었다면..... 웃을 수 있을까?
웃음이 나올 만한 상황에서 웃음짓게 만드는 사람이 있고 평범한 상황조차도 웃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차마 웃음이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도 미소 짓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