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4월 7일 제주도의 한 해안초소에서 전투경찰대원 한명이 K2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같이 생활하던 후임병이 이를 발견하여 경찰에 신고하였고 10여명 남짓되는 다른 동료 대원들과 당시 근무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하였다.
수사결과 타살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고, 사망한 전경대원의 부모가 별거중인 점과 자신의 낙서장에 죽고싶다는 글을 써놓은 점을 들어 우울증에 의한 자살사건으로 결론 내려졌다.
1999년만 하더라도 제주도에는 육군이 존재하지 않았다.(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관광지라서 총을 든 군인이 해안경계를 하는 모습이 관광객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때문에 그런다고 들었다.)
때문에 전투경찰이 육군이나 해병대의 해안경계를 한다는 것이 제주도외의 지역과는 다른 점이다.
제주도의 전체 해안선을 따라서 해안초소들이 수십개가 있으며 보통 15명 내외의 전투경찰대원들과 한명의 기간요원들(일반 경찰이 전투경찰에 파견되어 근무하는 것, 군대의 장교와 같은 역할을 한다)이 생활한다.
15명정도의 적은 인원수가 생활하기에 고참들이 진짜 좋다면 진짜 가족같은 분위기에서 군생활을 할 수 있겠지만, 절대로 그럴 일은 없었다.
고참은 말그대로 왕과 같은 생활을 하고 후임들은 기분나쁘면 쳐맞는 그런 개만도 못한 존재였다. 1999년 당시에는 어떤 초소에서도 그랬다. 일부 초소는 기간요원들이 아예 존재하지 않고 전경대원들만 생활하여 고참들의 횡포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기간요원들이 같이 생활한다고 해도, 경찰의 특성상 군대와 다르게 외출, 외박이 엄격하지 않고 상급부대의 순찰이 오지않는이상 초소에 있는 경우도 많지 않았다.
해안초소의 주업무중 하나가 야간경계이다. 보통 저녁6시부터 야간근무가 이루어 지는데, 크게 매복근무(분견초 및 매복지에서 근무하는것)와 초소경계, 상황실 근무로 나누어 진다.
매복근무는 보통 3인1조가 되어 초소를 벗어나 초소에 배정되어있는 분견초와 매복지에 파견나가서 그다음날 아침6시까지 근무를 하고 복귀는 하는 것이다. 보통 한초소에서 하루저녁에 두개의 매복지에 파견나간다.
상황실 근무는 상황실에서 주요전화를 받거나 무전기를 통해 매복자들과 통신하며 정보를 얻고 취득하는 업무를 하는것이며, 저녁6부터 12까지는 초소의 제일 고참(1석이라 불렀다)이 근무를 섰고, 12부터 아침6시까지는 두번째 고참(2석이라 불렀다)이 상황실을 지켰다.
1999년 4월 7일 당시 자살했던 이상경(상경은 전경의 계급으로 이경, 일경, 상경, 수경 순이다)은 초소의 6석이었고 보통 6석은 아침6시부터 상황실 근무를 하며 후임들의 하루 일과등을 챙기는 한마디로 실세고참중에 하나였다.
경찰의 사망추정시간은 새벽4시에서 새벽6시 사이로 추정하였고, 6시가 지났는대도 교대자가 나오질 않아 2석이 초소경계근무를 보던 후임을 시켜 찾아보게한 결과 탐조실에서 죽어있는 이상경을 발견하였다.
당시 외부 분견초 두곳에 파견근무하던 6명과 상황실 근무자1명, 초소경계근무자1명 그리고 내무실에서 자고있던 6명, 그리고 함께 생활하던 소대장은 이날 초소에 있지 않았다.
초소근무는 크게 상황실 근무와 경계근무, 탐조근무가 있다. 탐조라는건 해안선을 감시하기 위해 서치라이트같은 강력한 불빛을 해안에 비추면서 수상한 배등을 감시하는 업무이다. 달의 밝기에 따라서 근무시간이 조정되며 보름달 전후로는 근무자체가 없어지기도 한다. 당시에는 저녁9시에서 새벽3시30분까지 탐조 근무가 있었으면 보통 후임들이 탐조근무를 맡곤한다.
그날 당시에 새벽3시까지는 초소에 3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상황실 1명 경계 1명 탐조 1명. 원칙대로라면 3시반에 근무가 끝난 탐조근무자는 내무실에서 휴식을 취해야 되지만 보통 후임들이라 일과생활을 위한 일들을 하곤 하였다.
그날의 탐조근무자도 마찬가지로 근무가 끝난후 내무실의 연탄을 교체하고 빨래를 하고 화장실청소를 하는등 바쁜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날 탐조근무자는 초소에 온지 한달된 막내였다.
새벽5시 상황실에 앉아있던 2석은 늘 그래왔듯이 1시간이르지만 교대하고 싶어서 빨래하던 막내를 시켜 이상경을 깨우도록 하였고 내무실에 자던 이상경을 깨우고, 하던 빨래를 마저하기위해 세면실로 돌아갔다.
당시 2석은 고참중에서도 쓰레기중에 쓰레기였고 자신의 기분에따라 마음대로 행동하던 개차반이었다. 원래 다른 초소의 제1고참이었지만 근무중 술먹은것이 발각되어 징계를 받고 초소를 옮겨 2석이 된 인물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최초 발견자로 기록된 박일경은 당시 경계근무자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5시경에 상황실에 이상경이 교대를 위해 들어오고 2석(이제 홍수경으로 부르겠음)이 왜 늦게오냐고 욕을 하면 구타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사건당시 이상경은 상경4호봉으로 구타를 당할 위치는 아니었지만 홍수경의 성격이 워낙지랄맞아 사람좋고 후임들에게 화도 잘안내던 이상경이 아니꼽게 보였는지 평소에도 괴롭힘을 많이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