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의 인기구단 롯데도 그 같은 저주에 시달릴 뻔했다. 때는 2002년. 당시 롯데의 사령탑이었던 백인천 감독은 구단에 “이대호를 트레이드 카드로 쓰자”고 제안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기동력 있는 팀을 만들고자”였다. 그러니까 뚱뚱하고 발이 느린 이대호는 자신이 지향하는 팀 성향에 맞지 않는다는 것.
설상가상으로 그즈음 이대호는 백 감독의 지시로 ‘쪼그려 뛰기’를 하다가 무릎을 다친 상태였다. 이때 백 감독을 뜯어말린 이가 이상구 전 롯데 단장이었다. 이 전 단장은 백 감독의 제안을 ‘팀 전력강화와 무관한, 사적 감정이 개입된 요구’라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자신보다 윗선과 교감을 나누던 백 감독의 요구를 마냥 거절할 순 없는 법.
이 전 단장은 앞에선 열심히 트레이드 협상을 하는 척하고, 뒤에선 차일피일 협상을 미루는 식으로 시간을 벌었다. 눈치 없는 몇몇 구단이 백 감독에 직접 트레이드 카드를 내민 통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백 감독은 채 1년도 안 돼 퇴진하며 이대호 트레이드는 촌극으로 끝났다.
사실 백 감독이 트레이드 카드로 쓰길 원했던 선수는 이대호만이 아니었다. 에이스 손민한도 대상이었다. 백 감독은 손민한에게 “너무 설렁설렁 던진다”라고 지적하곤 했다. ‘설렁설렁’은 선수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백 감독이 자주 쓰는 말.
이후 백 감독은 구단에 손민한의 트레이드를 요구했다. 이번에도 이 전 단장이 온몸으로 막아 흐지부지됐다. 이 전 단장이야말로 사전에 ‘저주’를 막은 ‘롯데의 수호신’이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