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 산하의 조사심의관실이 사찰 대상이 아닌 정치인과 민간인에 대한 사찰을 벌이면서 불법 계좌 추적까지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당시 작성된 보고서에는 이번 총선에 출마한 여야 정치인들의 비리 내용도 포함돼 있어 공개될 경우 이번 선거에 직접적인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2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정부의 조사심의관실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비리 관련 인사에 대한 조사 결과와 함께 금전거래 내역이 담긴 통장 사본도 다수 첨부돼 있다”며 “당시 조사심의관실에 계좌추적권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통장 사본은 불법적인 조사 방법을 통해 확보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사심의관실은 당시 사찰 대상자의 비리 의혹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벌인 뒤 결과를 건별 보고서로 작성해 보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보고서는 노무현 정부 말기에 대부분 파기됐으나 현 정부 출범 이후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남아 있는 일부가 발견됐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노무현 정권 당시 총리실의 사찰 자료가 더 존재한다”고 밝혀 추가 공개 여부가 주목된다.
총리실은 이들 자료를 국가기록원에 이첩했다가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이 불거진 직후 국회의 자료 요구로 재이첩 받았다고 밝혔다. 조사심의관실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의 사찰 내용이 담겨 있으며, 이번 총선에 출마한 현직 의원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었던 윤모 전 장관과 전모 전 의원, 민주당 의원이었던 김모 전 의원 등도 사찰 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시 민주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이적한 인사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조사가 진행됐던 것으로 밝혀져 당시 사찰이 ‘정치적 보복’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앞서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1일 조사심의관실 보고서를 토대로 김영환 민주당 의원 등 일부 사찰 대상자를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