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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겪은 약한 사이다 2잔(욕주의)
게시물ID : soda_27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53
조회수 : 8512회
댓글수 : 28개
등록시간 : 2016/01/28 2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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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일단 노인 공경정신이 투철하신 분들은 이 글을 읽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제가 어른께 욕을 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수돗물이 얼어서 물을 못쓴지 4일째라...집에 물이 음슴으로 음슴체.
 
 
집에 물이 안나온지 4일째, 회사 갔다가 퇴근하면서 찜질방 내 목욕탕 간지도 4일째.
3일차 부터 불친절한 때밀이 아저씨가 계속 눈에 거슬렸음. 항상 짜증이 나있는 상태인듯 했음.
눈빛에도 항상 짜증이 묻어나오는 느낌이 들었음. 
 
중국인들이 자주 목욕탕에 오는데, 그닥 별거 없는데도 애들이 중국말하고 있으면
때밀이 아저씨가 투덜투덜 중국놈들...하는게 마음에 안들었음.  다행히 애들이 한국말을 모르니까 딱히 뭐라하진 않았음.
 
제일 마음에 안드는건 목욕하고 나오면 왠 할머니가 평상에 앉아서 삶은계란을 까먹고 있음.
첨엔 좀 멘붕했음. 남자들이니까 그냥 있지, 반대 상황이 벌어졌다면 경찰서행일지도...
때밀이 아저씨 어머닌지 와이픈지 모르겠지만, 할머니였음. 어쨌든 알몸의 남자손님들 속에서 태연히 계란을 까먹고있는게
대단하기도 했지만, 눈에 거슬렸음. 불친절한 때밀이 아저씨랑 하하 호호 떠드는것도 보통 배짱이 아닌듯 했음.
 
사설이 길었음. 자랑거린 아니고, 본인도 이러면 안되는건 알지만, 집에 양말이 거의 다 떨어져갔음.
빨래는 해야 겠는데, 물이 안나와서 목용탕에 3켤레를 챙겨갔음. 요즘 발에 땀이 많이나서 양말에 냄새가 심함. 하루 더 신을 순 없었음.
 
퇴근 후, 집에서 양말을 가지고 목욕탕에 갔더니 마침 늦은 저녁이라 손님이 5명밖에 없었음.
목욕탕에서 빨래하는건 진상이지만...4일째 매일매일 7천원씩 내던 돈이 아까워..살짝 진상을 피워보기로 생각..
 
구석에서 눈치보면서 조용히 양말 3켤레를 빨았음...
후딱 빨고 다다닷 품속에 3켤레를 숨기고 옷장으로 달려가는데, 오늘도 여전히 할머니와 계란을 까먹는 때밀이 아저씨...
본인의 양말을 포착해버렸음.
 
아저씨: "어이 자네. 목욕탕에 빨래하러 왔어?"
 
나: "아. 어르신 죄송합니다. 집에 물이 안나와서, 3켤레만 좀 가지고 왔어요. 죄송합니다."
 
아저씨: "아니 젊은 사람이 공중도덕을 몰라?"
 
나: "알고있습니다. 죄송하지만 사정좀 봐주십쇼."
 
아저씨: "아니 목욕탕 물은 씻는데 쓰는거지 자네 빨래하는데 쓰는게 아냐."
 
뭐랄까...그냥 뱃속의 흑염룡이 꿈틀꿈틀 했음. 사실 흑염룡은 그러기엔 명분이 약하다고 속삭였으나. 그 옆에서 계란까먹으며
혀를 끌끌차는 할머니가 흑염룡을 승천시킴.
 
나: "아저씨. 저는 집에 물이 안나와서 4일째. 매일매일 여기와요. 때를 미는것도 아니고 그냥 샤워만 하고 나가거든요. 제가 양말 3켤레
     빤 수돗세가 7000원은 안나올 겁니다. 개인적으로 다른 손님들 피해 안가게 조심했습니다."
 
아저씨: "뭐라? 지금 잘했다고 그러나?"
 
뭐랄까...군대에서 갈굼먹던 생각이들었음...끝없이 이어지는 레파토리.....그게 정말 싫었음..
 
흑염룡: (할머니를 휘둘러 할아버지를 제압한다..)
 
나: (할머니를 돌아보며)" 근데 씨X. 여기 왠 미친X이 앉아있어!!!!!!!!!!!!!!!!! 야이 썅X아 남자 목욕탕에 쳐자빠져서 계란이 넘어가냐?!!!!!!!!!!!!!"
 
할머니, 아저씨: (움찔) 할머니 도망감.
 
나: (핸드폰으로 촬영하며) "씨X. 경찰불러. 완전 변태 할망구아냐?"
 
아저씨: "아아..이 사람 내 마누란데. 뭐 어때, 나이도 들만큼 들어서.."
 
나: "닥치고 사장불러. 이놈의 목욕탕은 고객이 존X 만만한가 보지? 지 마누라면 씨X 남탕에 앉혀놔도 되나? 공중 도덕은 니기X.."
 
아저씨: "어허이...자네. 미안해 내가 미안하네."
 
나: "됐구요. 다음에 내눈에 또 남탕에 남자 아닌게 보이면, 그땐 당신도 여탕 다니게 만들어줄테니까. 일 똑바로 해요."
 
아저씨: (돌아서며...)"허....요즘 젊은 사람들 무섭구만........"
 
조용히 평상 구석에 한없이 작아진 마냥 쪼그리고 앉은 아저씨를 보니 가슴한켠이 시큰 했음.
 
뭐.....어쨌든 꿀꿀한 기분을 뒤로한채, 자주가는 단골 해장국집에 들어갔음.
 
거긴 아르바이트 아줌마들이 바뀌어서, 예쁜 조선족 아줌마 2명이 서빙을 하고있음. 아직까진 서빙이 좀 서툴러서
우왕좌왕하는 경향이 좀 있음. 예를들면, 다른 테이블 음식을 배달 잘못하는.....
 
본인은 족발보쌈을 하나 시켜서, 상추에, 보쌈을 포개고, 된장을 발라, 무말랭이 3개를 얹어 우걱우걱...
방금 승천한 흑염룡을 잠재우려 노력하고 있었음.
 
근데 옆 테이블에 또 약간 중년쯤 되어보이는 아저씨들이 시끌시끌 떠들면서 들어옴.
아줌마들은 한국말에 너무 조선족 억양이 섞여있어서 딱 봐도 조선족임.
 
아저씨들: "언니. 언니는 어디사람이야? 중국이야 한국이야?"
 
......개인적으로 조선족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음. 만약 중국에서 조선족을 마주한다면 어떻게 행동하는게 좋을지....
과연 그들은 자신들을 중국인이라고 여길지 한국인이라고 여길지.... 그런데 답이 나오지 않았음.
그래서 조선족을 만나면 중국이냐 한국이냐 물어보는건 큰 실례가 아닐까 생각해본적이 있음. 본인은 조선족의 역사를 모르니까.
내가 마치 대단한 애국자인 마냥 한국말 할 줄 아니까, 우리는 한 민족이니 뭐니...할 말은 아닌듯 싶었음.
 
아줌마: "중국사람이요."
 
아저씨들: "아니~한국말해서 여기서 살고있으면, 한국사람이라 해야지~ 중국사람이 여길 왜왔어~~~~?"
 
아줌마는 짜증이 나 보였음. 대답도 안하고 물을 탁! 놓고 가버렸음.
쏘주를 한병 주거니 받거니 하며, 아저씨들의 대화 주제는 죄다 중국얘기였음. 뭐 중국이 가봤더니 못살더라.
중국은 문화가 미개하다 더라... 서빙하던 아줌마 두명은 양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계산대에서 둘이 우두커니 듣고있었음.
 
본인은 삼키고 있던 보쌈이 역류하는 기분이 들었음. 오지랖이 넓은 성격...
과연...입장을 바꿔놓고, 다른 나라에서 다른나라 사람이 나 들으라는 듯이 옆에서 한국에대해 욕을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기분이 더러울꺼임. 그렇다면 해서는 안되는 말인거임.
 
왜 사람들은 잠깐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을 해보지 못하는건지...그게 젊은 사람이 아닌 중년의 아저씨들이 모른다는게 용서되지 않았음.
 
나: "아니 씨X. X나 시끄럽네.."
 
아저씨들: "뭐라고?"
 
나: " 嗨, 两个姐姐。他们说的你们听的懂吗?你们对他为什么不抗议吗?“ (어이, 누님들 쟤네들 하는말 알아들어요? 왜 항의안해요?)
 
누님들: (중국어로) 싸워봤자 뭐하겠어?
 
여기서 아저씨들 움찔...본인을 조선족 남자로 여긴듯....
 
나: 저기요 아재들. 동북여자들 우습게 알다가, 흑룡강바닥 구경합니다. 적당히 합시다. 적당히."
 
아저씨들: "...."
 
그렇게 해장국집은 평온을 찾음.
 
다먹고 계산하는데 누님들이 조선족이냐고 물어봄. ㅎㅎㅎㅎ
아뇨...그냥 한국 남자입니다. 했더니 누님들 눈에 하트 뿅뿅. 자주 와달라고 손을 잡아 주셨음.
 
암튼...오늘의 약 사이다였음.
 
쓰다보니 재미없네요...빨래한거 때문에 욕을 먹을거 같군요...ㅎㅎ 좋은밤 되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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