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고 있다. 내 시야는 점점 흐려지고 사지 말단 끝자락부터 서서히 힘은 빠져나가고 있다. 세상 모든것과 단절되어가는 듯한 이 느낌은 그야말로 죽음이라는 마지막에 어울리기 그지없다. 그녀는 날 독살했다. 아, 이 얼마나 완벽한가. 나에게 독을 먹이지도, 어두운 곳에 숨어 독묻은 화살을 쏘지도 않은 채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내 안에서 독이 생겨나게 만들었다. 아무도 죄지은 바 없고 누구도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한명은 죽어나가는 아이러니한 완전범죄. 내가 독소를 뿜어낼 수 있는 동안에는 괜찮았다. 독과 약은 같은거라고 하질 않는가. 오히려 약에 취해 행복감을 느끼는 것 마저 가능했다. 그 독을 뿜어내지 못하고 이제 품고만 있어야 하는 지금. 나는 죽어가고 있다. .. .. .. .. .. .. .. .. .. .. .. .. .. .. .. .. .. .. .. .. .. .. .. 그 독의 이름은 사랑이라고 한다. 부디 그대들은 중독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