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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미국을 엿보다(5) / 유렵을 흉내 낸 펠리스 오브 파인 아츠
게시물ID : travel_273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막인생
추천 : 2
조회수 : 60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9/02/14 12: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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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유럽을 흉내 낸 펠리스 오브 파인 아츠
 
우리는 제일 먼저 <펠리스 오브 파인 아츠>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공원을 찾았다. 차에서 내리자 그림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우와, 멋진데.”
차에서 내리자 나는 스마트폰 셔터를 눌러댔다. 별로 크지 않은 호수(호수라기보다는 연못이 더 어울릴듯했다)가 거의 전부인 공원이었는데 호수 한쪽으로 고대 그리스의 신전을 본뜻 건축물이 웅장하게 서 있어 특이했다. 아마도 그 역시 유럽인들에 비해 왜소할 수박에 없는 문화적 열등감을 감추기 위한 것으로 읽혔다. 1915년 엑스포를 위해 지어진 기념물이라고 하는데 로마와 고대 그리스 건축 스타일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설명에서 그들은 유럽을 베꼈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라도 유럽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열망이 가득하게 느껴졌다.
 
일천한 역사 때문에 딱히 무엇 하나 내세울게 없는 그들인지라 오늘날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가 되었음에도 그들 마음 한 구석에는 그 나름의 허전함이 있었으리라.
마치 조선 후기 시대 양반 반열에 들지 못하는 하위 계층 사람이 벼락부자가 되어서 양반이며 벼슬을 돈으로 사서 행세했던 것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그들 신흥(?) 양반들은 항상 재력이 넉넉해도 진짜 양반을 보면 범접할 수 없는 그 무언가로 인해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을 것이다.
거대한 파르테논 신전을 떼어 옮겨 놓은 것 같은, 어찌 보면 그 모조품 같기도 한 기둥과 그 기둥이 받치고 있는 천정이 웅장해 보였으나 천정에는 유명화가들의 그림이 나 조각이 있을 리 없다. 그저 외양만 흉내 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한 흉내 내기는 돌기둥에서 절정을 맞는 둣했다. 돌기둥은 거대한 돌을 포개서 건축한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중간을 이어붙인 형태로 세워놓았다. 교묘한 눈속임 같은 생각에 웃음이 났다. 옛날 우리네 사이비 양반들은 족보를 엉터리로 만들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미국 사람들은 그걸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싶었다.
 
우리는 돈이 많으므로 하고자 하는 것은 무어이든 어떤 방법으로든 한다는 자부심일까? 아니면 오히려 모조품 같은 건축물을 보고 유럽 문화에 대한 경외심을 더 키울까 -
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공원은 규모가 작아 한 바퀴 둘러보는데 그저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호수 맞은편의 신전 모양의 구조물 쪽으로 갔더니 생각보다 훨씬 높아보였다. 석조기둥 어딘가에 그리스의 전설이라도 한 도막 있을 듯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인의 자존심상 어림없는 일일 것이다. 사람들이 석조기둥 이곳저곳에서 제 나름의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진 만이 여행의 흔적일 테니까. 사진은 언제나 필요한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야기는 때로 사실을 넘어선다. 그래도 사진이라는 객관적 사실 때문에 사실을 넘어선 허구도 종종 사실이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진을 찍는지도 모른다. 그건 나 혼자만의 은밀한 이야기이므로.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호수 주변 잔디밭에서 듬성듬성 앉아 자기들만의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남자들은 하나 같이 웃통을 벗어젖혔고, 여자들은 최대한으로 제 몸을 드러내고 있었다. 참으로 햇살이 그리운 사람들이다. 늘 그렇듯이 그리움은 그리움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움도 문화가 된다.
참으로 보잘 것 없는 역사이나 호수 주변의 나무들은 상당한 수령을 자랑할 만한 것들이어서 파르테논 신전을 흉내 낸 석조기둥과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내가 사는 곳 송도신도시는 인공 섬으로, 매립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역사랄 것이 전혀 없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호수며 공원이며 모두가 그저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기는 하나 도무지 연륜을 느낄 수가 없어 늘 아쉬웠었는데 이곳 공원은 그런 수령 깊은 거목들 덕분에 적어도 그런 걱정은 필요 없어 보였다. 거목은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한껏 추켜올려 주고 있는 듯해 보였다.
 
어떻든 <팰리스 오브 파인 아츠>라는 곳은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기에는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수 주변을 느리게 걷는 장면을 생각해 보면 절로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질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런 탓인지 이곳을 배경으로 영화 촬영이 이루어지기도 했단다. 호수 주변으로 빙 둘러선 집들도 오후 강한 햇살을 가득 안고 여유롭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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