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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요. 우리 시부모님이 너무 좋아요..
게시물ID : wedlock_27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llie.
추천 : 31
조회수 : 2137회
댓글수 : 53개
등록시간 : 2016/06/27 03:4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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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년차 20대중반 여자 30대초반 남자
8살차이라 저희 부모님과 시부모님도 6-9살 차이가 나세요.

게다가 저는 외할머니, 친할머니께서도 결혼을 일찍하셔서
저희 부모님은 두분다 50세 할머님 두분은 70대초반이세요.
시부모님께서는 50대후반 60세 시구요.

뭐랄까 처음부터 부모님세대보단 나이 대가 있으시고
할머님세대보단 어리시니 어떻게 해야 좋아하시는지 취향이 
어떠신지를 몰라 항상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시어머님께서는 저희 연애당시 반대를 꽤 하셨....
제가 그땐 20대 초반이라 결혼하기에 어리고 아무래도 장거리
연애를 했어서 인지 그냥 가까운거리에 비슷한 나이대의
여성과 연애하고 결혼하시길 바라셨데요.

남편은 그럴때마다 저를 너무 좋아한다며 적극 어필을 했고
저는 만난지 100일만에 시부모님을 뵙게 되었어요 (헉)

그 당시엔 저는 20년넘게 서울에서 살았고 저희부모님 할머님 
모두 서울분이신지라 남편 지역의 사투리도 잘 알지 못했고
특히 시부모님께서 말씀이 좀 빠르셔서 거의 알아듣질 못했어요 ㅠㅠ..

그래도 방긋방긋 웃으면서 평소 양도 적은 제가
꾸역꾸역 밥을 열심히 먹었어요.

그땐 사실 결혼생각이 없었는데 왜 뵈었는지 지금도 미스테리하긴 해요 ㅋㅋ인연이라는게 역시 있나봐요.

서론이 길었네요! 본론을 말씀드리면
저는 저희 시부모님이 너무너무너무 좋습니다 ㅠㅠ 


저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너무 바쁘셔서 늘 혼자 집에 있었고
식구끼리 같이 모여 밥먹는일도 정말 연례행사였어요.
그리고 이혼하신 부모님밑에서 자라서인지 외로움도 많았고
애정에 늘 허기가 져있었어요.


그런데 시부모님을 만나고 나서 정말 정말 행복한 일의 연속이에요. 물론 전혀 갈등이 없는건 아니지만 그때마다 제가 죄송합니다 어머님 제가 더 잘할게요하고 싱긋싱긋 웃으면

어머님은 또 제가 마음 상했을까봐 집에가셔선 카톡으로 사랑한다고 보내주시죠 ㅋㅋㅋ


에피소드가 여러개 있는데 좀 자랑해도 될까요?
음슴체도 좀 쓸게요 ㅎㅎ


1. 시부모님이 저를 처음 보셨을 때 서울아(부모님표현)라 그런지
    피부도 뽀얗고 키도 크고 늘씬하다고 어째 저리 예쁘냐며 남편한테 그래도 ㅇㅇ가 눈이 높구나 하셨음ㅋㅋㅋㅋ. 그리고 만남 이후 여러번 뵙고 나서 어머님은 제게 항상 공주야 라고 불러주심
카톡으로도 공주야 우리공주 울공주라고 만나서도 우리공주 잘있었나 하고 언제나 엉덩이를 토닥토닥 ㅋㅋㅋ 그리고 우리 아버님... 정말 무뚝뚝하시고 말수가 없으신데 나한텐 ㅇㅇ야 라고 이름을 항상 불러주심 ( 이름부르는게 별게 아니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아버님은 항상 남편과 시누이에게 성을 붙여서 ㅇㅇㅇ이 라고 부르심 언제나. 나만 성을 떼고 ㅇㅇ야라고 불러주심. 물론 어머님도 마찬가지. 나만 언제나 공주 시누이는 ㅇㅇ야라고 부르심.... 난감..)



2. 1번 일로 인해 결혼전 시누이가 내게 약간 신기해하며 질투 아닌 질투를 한 적이 있었음. 남편에게 톡으로 생긴게 너무 여우?같다며 어떻게 했길래 아빠엄마가 그리도 오빠여자친구를 좋아하냐며 간이고 쓸개고 빼주지 말라고 매일같이 톡을 보내왔음 ㅠㅠ 우연히 데이트 중에 그 톡을 내가 보게 되었고 속상한 마음에 남편과 그 자리에서 좀 다툼이 있었음. 남편 안되겠는지 몇주후에 시부모님과 시누이와 같이 식사자리를 마련했음. 불편한 와중에 다들 말이 너무 없으셔서 혼자 재잘재잘 떠들어댔음. 한 두시간 떠들고 집에갔는데 이후 시누이가 남편에게 "왜 엄마아빠가 좋아하시는지 알겠다 완전 애교많네" 하고 약간의 편견이 벗어난 계기가 됨ㅋㅋ 그래도 이후에 약간씩 쓴소리?를 할때가 있는데
결정적으로 어머님이 부엌에 계시는데 나에게 약간 눈치를 주던 시누이에게 "너나 잘해라" 라고 시크하게 말씀하심ㅋㅋㅋ 게다가 아버님은 들어오시자마자 신발벗기도 전에 ㅇㅇ야 라고 내이름을 불러주시는 바람에 시누이 얼굴이 새빨개짐... 참 민망하긴 한데 그래도 결혼 후엔 시누이한테도 잘하려고 하고 사이좋게 잘 지내려고하니 차츰 마음도 열리고 지금은 나름 친...친함!



3. 이게 진짜 눈물이 났던 일화인데 항상 시부모님은 내가 온다고 하면 약속도 다 취소하시곤 집에만 계심 ㅜㅜ 뭔가 기다리게 해드리는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에 하루는 연락안드리고 불쑥 찾아뵘 안계시면 마당에서 놀자고 남편이랑 얘기하고 ㅋㅋ 마침 집엔 어머님만 계셨음. 연락도없이 왔다고 찬거리도 제대로 안했는데 하면서 엉덩이 툭툭 맞음 ㅠㅠ 그래도 저녁식사를 차려주셔서
먹고있는데 아버님은 약속이 두개가 있으셔 나가셨다고 들었음.
근데 어머님이 그새 전화를 하셨는지 아버님이 헐레벌떡 집으로 뛰어들어오셨음.. 깜짝놀라서 아버님! 약속 있으시다고 하시지않으셨어요? 하니 한마디없이 웃으시며 들어오셔선 저녁얼른 먹으라며 본인은 드셨다며 밥먹는 나를 계속 아빠미소로 바라봐주심 ㅠㅠ 어머님은 옆에서 공주온다니까 아빠가 약속 중간에 와버렸나보네 하고 웃으시는데 그날 눈물콧물 다 빼며 울었음 ㅋㅋㅋ당황스럽게 해드려 죄송할따름 ㅠㅠㅠ 나는 자라면서 한번도 누군가가 나를 보려고 중간에 약속을 취소하고 온일을 경험한적이 없었기 때문에 밥먹다 말고 눈물이 뚝뚝뚝 떨어졌고 남편은 밥먹다 운다고 놀렸음 ㅜㅜ


4. 아버님은 꽤 오랫동안 애주,애연가셨음. 하루에 담배한갑 매일 소주한두병씩 꼭 드셨다고 하는데 우리가 연애하는 초반까지도 늘 그러셨다고 함. 어느날 아버님께서 너무 배가 아파 병원을 갔더니 큰 용종이 있다해서 용종 제거 수술을 하게 되셨는데 입원을 이틀정도 하게 되심. 그 당시 장거리연애에 학생이라 학교에 있던 난 학교수업이 끝나자마자 4시반 기차로 내려감. 남편 퇴근시간에 맞춰 같이 병원으로 가서 아버님께 술 담배 끊으셨으면 좋겠다고 손을 잡고 말씀 드려버렸음 (사실 좀 건방졌을까 걱정이 되긴했다는..) 그리고 나는 다음날 학교를 가야하기 때문에 11시 기차로 다시 서울로 옴. 아버님 퇴원 이후부터 지금까지 술 담배 입에도 안대심.. 그렇게 몇십년을 끊지 못하셨다는데 남편도 시누이도 어머님도 다 엄청 놀라셔서는 지금도 그게 늘 이슈거리임ㅋㅋ
정말 ㅇㅇ때문에 끊으신거냐고 여쭤보면 껄껄 하고 웃으심.
나는 아버님의 웃음이 너무 좋음.


5.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사정상 혼인신고 먼저하고 식은 좀 뒤로 미루게 되었음. 본인의 사정때문에 미룬거라 시부모님께 너무너무 죄송해서 약간 주눅이 들었던 때가 있었음. 그때 어머님께서 몰래 남편에게 나 예물 해주라고 돈을 주셨음. 갑자기 남편이 예물보러가자길래 무슨소리냐 했더니 아무말없이 반지를 보러감.
다이아를 자꾸 보라길래 당황스러워서 비싸다고 가게를 나가버리니 남편이 사실대로 말을 해줌. 그래서 다이아는 정말 아니라고 내가 어려서 보석관리도 못하고 안된다고하며 결국 둘이 커플링을 맞추게 되었음. 어머님께 전화드려서 감사합니다 항상 받기만 해서 죄송해요 라고 하니 어머님이 왜 커플링만 했느냐며 귀걸이 목걸이 팔찌 이런 세트로 맞추라고 남편한테 말했는데 하시며 혼을 내심 ㅠㅠ 나는 제가 어려서 아직 좋은거 해도 좋은지 잘몰라요 어머님 나중에 나이 조금 더 들면 그땐 예쁜거 좋은거 꼭 할게요 하니 아니라고 그 돈 남으면 남편이 다쓴다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편 억울해하는 표정이었음ㅋㅋㅋㅋㅋ
그러다 갑자기 아버님이 바꿔달라고 하셨는지 아버님께서 받으심. 예물 왜 안했냐며 이차로 혼남ㅋㅋㅋㅋ 그래서 결국 그럼 아버님 목걸이랑 귀걸이 조그만걸로 할게요! 하니 아버님 갑자기
큰걸로 해야지!!! 하나밖에 없는 며느린데!! 하시면서 큰소리로 말하심;;;; 남편은 꼭 어머님아버님이 나의 어머니아버지같다며
질투하는 척을 했음. 하지만 그 때도 죄송하면서 감사한 기억이었음.



6. 최근 들어서 복숭아가 너무 먹고 싶었음. 사실 겨울부터 내내 아삭하고 딱딱한 복숭아가 너무 당겨서 주변에서 임신한게 아니냐는 말을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테스터기에 두줄이 떠서 어안이 벙벙했음. 남편은 좋아서 시부모님께 전활 드렸었는데 아버님이 먹고 싶은게 없냐고 하셔서 복숭아가 너무 먹고 싶은데 아직 안나와요 하니 한숨을 쉬시면서 먹고싶은건 먹어야할긴데 하셨음. 그런데 내가 이후 유산을 하게되었음.. 힘들어서 침대밖으로 안나가고 종일 소리없이 눈물만 흘렸음 내 몸이 약한 탓인가 싶어서.. 남편도 반차쓰고 집에 와서 힘없는 나를 보고는 손잡고 펑펑 울었음. 그와중에 내가 어머님아버님 실망하시겠다 그치 하니 남편이 화를 내며 아기가지려고 결혼한것도 아닌데 실망을 왜하셔 하며 알아서 잘 말할테니 신경쓰지말라 말했음. 이후에 남편이 따로 말씀을 드렸다는데 어머님 아버님이 연락이 없으셨음. 그래서 약간 나는 오해를 가지고 있었음 실망하셨다고 생각하곤.
그런데 며칠 후에 아버님이 집 앞에 오셨다고 연락이 왔음. 
내려가보니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계셨음. 연락없이 왔다고 집에 들어오시라는걸 한사코 거절하시곤 봉지를 안겨주시고 그대로 가버리심...  봉지안에 자두랑 복숭아가 있었음 ㅜㅜ약간 시기가 일러서인지 무르기도 하고 덜익었는데 너무너무 맛있게 다먹었고 울기도 참 많이 울었음.. 어머님도 따로 불러내셔서 나중에 한우 사주시고 아기얘긴 꺼내지도 않으심.. 그래서 더 금방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됨.

이 외에도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있는데
항상 어머님아버님이 제게는 어렸을 적 못받았던 사랑에 대한 
결핍을 생각나지도 않게끔 해주시는거 같아요...


12월 31일 에는 시부모님께 손편지를 써서 우편으로 보냈는데
항상 문자나 카톡만 보시다가 손으로 쓴 편지를 오랜만에 받게되서 너무 좋으셨다고 언제나 제가 복덩이라고 말해주시는 우리 
어머님아버님, 아니 저의 엄마아빠... 사랑합니다.!


어머님이 항상 우리행복하게 잘살자 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행복이 뭔지 새삼 느껴요 정말. 

그리고 또 예쁜 아기천사가 빨리 찾아와줘서 
엄마아빠께 저도 행복을 안겨드리고 싶네요.  
  
출처 우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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