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여자아이가 어른의 손을 이끌고 음식점으로 들어 가였다. 가게 주인은 두 사람의 옷차림과 이상한 냄새를 맡고 동냥을 하러 온 줄 알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향해 신경질적으로 말하였다. 이봐요! 아직 음식 준비가 안되었으니 다음에 오슈! 하고 말했다. 그런데 여자아이는 아무 말 없이 앞을 보지 못하는 아빠의 손을 잡고 자리에 앉았다. 가게주인은 그때서야 그 부녀가 음식을 먹으러 왔다는 걸 알았다. 그때 여자아이가 가게 주인에게 말했다. "아저씨 순대국 두 그릇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가게 주인은 여자아이를 불러 말하였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음식을 팔 수가 없구나, 그 자리는 예약이 되었거든." 아저씨의 말을 들은 여자아이는 말했다. "아저씨, 빨리 먹고 갈께요. 오늘 우리 아빠 생일에요." 여자아이는 잔뜩 움츠린 목소리로 말하다 말고 주머니를 여기저기 뒤졌다. 그리고는 비에 젖은 천 원짜리 몇 장과 한 주먹의 동전을 꺼내 주인 아저씨께 보였다. 주인 아저씨가 말했다. "그럼 최대한 빨리 먹고 나가야 한다. 또 아빠하고 저쪽 끝으로 가서 앉아라 여긴 예약 손님이 앉을 자리니깐" "예, 아저씨, 고맙습니다." 아이가 말했다. 아이는 자리로 가더니 아빠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화장실이 바로 보이는 맨 끝자리로 가서 아빠와 앉았다. 잠시 후 가게 주인은 순대국 두 그릇을 갖다주었다. 그리고 나서는 계산대에 앉아 두 부녀의 모습을 봐라보았다. "아빠, 내가 소금 넣어줄게 잠깐만 기다려" 여자아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소금 대신 자신의 국밥 그릇으로 수저를 가져갔다. 그리고는 국밥 속에 들어 있던 순대와 고기들을 떠서 아빠의 그릇에 가득 담아 주었다. 그리고 나서 소금으로 간을 맞췄다. "아빠, 이제 됬어 어서 먹어. 아저씨가 우리 빨리 먹고 가야 한댔어. 어서 밥 떠, 내가 김치 올려줄게," 아빠는 조금씩 손을 떨면서 국밥 한 수저를 떴다. 수저를 들고 있는 아빠의 두 눈 가득히 눈물이 고여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가게 주인은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리고 조금 전 자기가 아이한테 했던 일에 대한 뉘우침으로 그들의 얼굴을 바라 볼 수 없었다. 여자아이와 아빠는 음식을 다 먹고 나서 가게 주인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계산대 위에 천 원짜리 넉 장을 올려놓고 주머니 속에 있는 동전 을 꺼냈다. 주인 아저씨는 말했다. "얘야, 그럴 필요 없어, 식사 값은 이천 원이면 되거든. 아침이라 재료가 준비되지 않아서 국밥 속에 넣어야 할 게 많이 빠졌어. 그러니 음식값을 다 받을 수 없잖니?" 가게 주인은 미소를 지으며 아이에게 천 원짜리 두 장을 다시 건네주었다. 여자아이는 가게 주인 아저씨께 고맙다고 말하였다. 가게주인은 출입문을 나서는 아이의 주머니에 사탕 한 움큼을 넣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