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정지출 규모를 줄이지 않으면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2050년께가 되면 국가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명목GDP)을 능가할 것이라는 경고를 국책연구소가 제기했다. 15일 한국조세연구원이 공개한 '우리나라 국가부채의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경제 분야 지출을 줄이지 않고 복지 분야 지출을 계속 늘린다면 국내총생산(명목GDP) 대비 30% 수준인 국가부채는 2035년에는 42.7%로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정부가 국가 채무를 줄이기 위한 적절한 대책을 취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국가부채 규모는 2050년 113.7%, 2060년 226.7%, 2070년 371.9%까지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로 인해 성장잠재력(잠재성장률)이 갈수록 위축되고 사회복지 분야 지출은 계속 늘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경제 분야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더 걷지 않는다면 국가채무 규모가 위험한 수준까지 커질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조세연구원은 정부가 발표한 '2005~200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주요 지표들이 2009년 이후에도 계속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이 같은 결론을 도출해 냈다.
기획예산처에선 현재까지 매년 5년 단위로만 국가채무 규모 증가 예상치를 공개하고 있고 5년을 초과하는 장기간에 걸친 국가채무 증가 속도나 규모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발표했던 '비전2030'에서도 중장기 재정에 대한 뚜렷한 계획을 제시하지 않아 많은 비판을 받았다.
국가부채가 늘어나면 국민 1인당 세금 부담액이 크게 늘어나게 될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민간 투자가 위축돼 경제성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보고서는 현행 국가부채 규모가 1년 또는 5년 이내에는 지속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탱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어 주목된다.
보고서 작성에는 나성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박기백 한국조세연구원 기획조정실장, 박형수 한국조세연구원 재정분석센터 소장 등이 참여했다.
나 교수는 "이 연구 결과에 국민연금개혁 등이 반영되지 않았지만 정부가 씀씀이를 조절하지 못하고 지금 같은 지출증가세를 이어간다면 보수적으로 잡아도 2040년께부터는 우리 경제가 국가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참여정부 출범 전인 2002년 133조6000억원이었던 것이 지난해 말에는 283조500억원(추경 기준)으로 급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세수입, 자본수입 등을 포함한 통합재정수입은 2070년까지 명목 GDP 대비 23~24%로 추정됐다. 하지만 통합재정지출은 2020년까지는 현재와 비슷하게 GDP 대비 23.35% 정도로 유지되다 2035년 28.6%, 2050년 34.96%, 2060년 40.63%, 2070년 47.48% 등으로 늘어난다. 장기적으로 재정수입 증가 속도에 비해 지출확대 폭이 훨씬 커 국가부채를 늘리는 원인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사회보장과 복지에 투입되는 정부지출이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또 정부지출이 단기적 경기부양이나 사회복지 같은 데 집중되면 미래 경제성장률 증가로 이어지지 못해 국민경제에 막대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 교수는 "정부가 적절하게 국가채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비 등을 급격히 늘려서는 안 된다"며 "경제성장을 통해 조세수입을 늘리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용 어> 국가부채 :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내외에서 돈을 빌려 생긴 빚이다. 국가채무는 중앙정부 채무와 지방정부 채무를 합한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으로는 정부가 직접적인 원리금 상환의무를 지고 있는 채무다. 국회에 따르면 1997년 12.3%에불과했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34.1%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는 IMF 기준에 따라 국가채무를 좁게 해석하고 있지만 조세연구원에선 정부투자기관과 민간관리기금 부채도 함께 포함해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