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건축학개론을 보고 난 후.. 제 이야기 들어 보실래요?
게시물ID : gomin_3131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잉게바라
추천 : 12
조회수 : 2014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2/04/07 02:24:26
건축학개론을 봤습니다. 두번 봤습니다. 분명 이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나랑 다른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 장면 장면 옛날이 곂칩니다. 그 아이가 생각납니다. 영화가 끝나도 그 여운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변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 하는 헛소리라고 생각하고 들어주셔요. 버스 맨 뒤자리에 함께 앉아 있었습니다. 버스 맨 뒷자리에 5명이 모두 앉으면 어깨가 닿습니다. 처음으로 살과 살이 닿습니다. 그게 그렇게 좋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때는 그게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같이 버스를 탈 때면 버스 맨 뒷자리가 제일 좋았습니다. 그리고 함께 노래를 들었습니다. 나는 오른쪽 너는 왼쪽. 그리고 노래가 나옵니다.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궁금합니다. 이 노래 가사를 나와 함께 듣고 있는 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처럼 두근 거릴까? 좋았습니다. 얼굴을 보고 있으면 좋았습니다. 그래서 같이 있을 때 많이 웃었습니다. 그 아이가 말 하고 있을 때 그 아이가 글을 적고 있을 때 그 아이가 걷고 있을 때, 눈치 채지 못하게 많이 쳐다 봤습니다. 얼굴에 햇살이 부딫히면 그렇게 빛나 보입니다. 가로등 불 빛 아래에서 그런게 아련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 아이가 이렇게 이뻤던가?' 세삼 생각합니다. 집에 가서 침대에 누으면 다시 생각이 납니다. 그 얼굴 그 움직임 그 말투. 너무 너무 웃음이 나서 잠이 오질 않습니다. 그렇게 밤잠을 설칩니다. 별게 다 놀랍습니다. 그 아이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서 다양한 의미를 찾습니다. 이때 이렇게 웃은건 무슨 의미지? 이때 이렇게 말한건 무슨 의미지? 이때 이렇게 쳐다본건 무슨 의미지? 그리고 친구에게 병신 같은 질문을 해 봅니다. '야 모닝콜 부탁하고 이런건 아무한테나 하는건 아니지 않냐? 막 좋아하는 감정 있고 호감가야 하는거 아니냐?' 친구들이 병신 같다고 쳐다봐도 그냥 좋습니다. 나에게 모닝콜을 부탁하던 그녀가 너무 고맙습니다. 지각을 밥 먹듯이 하던 내가 절대로 1교시 수업을 넣지 않던 내가 5시 50분이 되면 자동으로 일어납니다. 그리고 목소리를 다듬습니다. 그리고 할 말을 정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녀가 잘 일어날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전화를 합니다. 그녀의 목소리를 처음 듣는 사람이 나라는 사실이 너무나 기쁩니다. 너무나 행복니다. 그녀가 나에게 의지를 하고 있다 그녀가 나를 믿고 있다. 그 사실이 너무나 기분 좋습니다. 그녀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가 나에게 잘 해주는건 그녀가 그냥 착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무슨 의미일까? 매일 고민하게 됩니다. 그녀가 좋은 만큼 그 고민도 큽니다. 그녀와 내 마음의 차이가 너무나 커 보이고 그 차이만큼 나는 괴롭습니다. 괴로워서 술도 마셔보고 담배도 펴 보고 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눠 보지만 혼자서 하는 생각에는 결론이 없습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인생 최고의 용기를 내어 봅니다. 그녀에게 고백을 해 보기로 합니다. 그녀의 학원 앞에서 기다립니다. 1시간 2시간 그녀의 학원이 끝나기만을 기다립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쁜 옷을 입고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멋진 말을 준비합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습니다. 자꾸 용기가 사라집니다. 하지만 마음을 되 잡습니다. 고백하지 않고 그녀를 계속 만난다면 가슴이 터져서 죽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나타납니다. 그녀는 오늘도 아름답습니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도 이렇게 아름답습니다. 함께 지하철을 탔습니다. 그녀와 나는 방향이 같습니다. 어디서 고백할까? 어떻게 고백할까? 그 생각 밖에 없습니다. 그러는 사이 그녀는 집에 도착했습니다. 그녀가 나에게 인사를 합니다. 나는 그녀와 함께 내립니다. 그녀가 왜 지금 내리냐고 놀라지만 나는 집까지 바래다 주겠다는 옹색한 변명을 합니다. 그녀의 표정이 조금 변합니다. 평소 같지 않은 나를 보고 눈치를 챘나 봅니다. 그리고 우리는 걷습니다. 여기서 한다. 여기서 한다. 벌써 몇번 째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집 앞. 이제 더 이상은 미룰 수 없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말을 합니다. 멋진 말을 많이 생각했지만 그 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병신 같은 말투로 병신 같은 표정으로 말을 합니다. '널 좋아한다고 처음부터 그랬다고.' 그녀의 표정이 변합니다. 이런 표정은 처음 봅니다. 그녀는 잠시 걷자고 합니다. 그녀와 함께 걷는 그 길이 너무나 깁니다. 그리고 그녀가 말합니다. '아직 그 사람을 잊지 못했다. 그리고 아직 니가 내 마음에는 없다. 친구로 지낼 수 없겠냐고.' 쿨하게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쿨하게 웃었습니다. 하지만 집에 가는 그 길 마음은 천갈래 만갈래 찢어 집니다. 그녀와 나는 조금 더 소원해 졌습니다. 그녀는 바뻤고 나를 자주 만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나와 전 처럼 만나고 싶어했습니다. 나는 힘이 빠집니다. 그녀와 나의 마음 간격의 차이가 너무 괴롭습니다. 하지만 병신 같이 아직도 그녀가 좋습니다. 그녀를 보면 그녀를 보고 있으면 너무 너무 좋습니다. 하지만 그녀와 헤어지면 그 이상으로 마음이 너무나 아팠습니다. 금요일 밤 헤어지면서 '월요일에 만나' 라는 말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난 토요일에도 일요일에도 만나고 싶은데 당장 지금 헤어지고 싶지 않은데. 하지만 그녀는 내 애인이 아닙니다. 토요일 일요일 다른 일이 있을 것입니다. 나는 조금씩 그녀를 지우고 싶어졌습니다. 그녀가 없는 세상을 상상도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지금 같은 관계는 나에게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녀와 만나는 날을 조금씩 줄입니다. 조금씩 마음이 옅어집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영화를 보자고 합니다. 너무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보는 그녀는 아직도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좋습니다. 마음이 또 부서집니다. 그녀가 너무 좋습니다. 정말 그 말 말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녀가 너무 너무 좋습니다. 두 번째 용기를 냅니다. 그것은 첫 번째 보다 더 큰 용기였습니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그녀를 만납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그녀를 만납니다. 그녀도 나를 만나고 싶어했습니다. 나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추웠던 그 날 그녀의 집 앞 놀이터. 난 뜨거운 캔커피 하나를 그녀에게 사줬습니다. 원래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고 싶었지만 난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냥 캔커피 하나를 사서 그녀의 주머니에 넣어줬습니다. 그녀는 캔커피를 꼭 쥐고 있었습니다. 두번째 고백을 했습니다. ' 니가 날 믿고 날 지금 보다 조금 만 더 좋아해 준다면 나를 좋아한다는 확신을 나에게 줄 수 있다면 난 얼마든지 니 마음을 기다릴 수 있다. 난 너보다도 너보다도 너를 너무나 좋아한다. 지금보다 조금만 더 나를 좋아해 달라.' 그녀는 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대답합니다. ' 난 남자를 만날 수 없다. 남자를 사귈 수 없다.'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리고 화가 났습니다. 너무 너무 화가 났습니다. 나는 널 이렇게 좋아하는데 너는 고작 하는 소리가 그거냐고. 처음으로 그녀에게 화를 냈습니다. 화를 내는 내 모습에 그녀는 너무나 놀랍니다. 그럴 만 합니다. 그녀는 내가 화를 내는 모습을 처음 봅니다. 나는 화를 내며 말합니다. '앞으로 나에게 연락하지 마라. 만나고 싶지 않다. 널 잊어 버릴거다. ' 놀란 그녀가 조용히 있다가 나에게 말합니다. '그럼 너희 집 근처에 돼지 국밥 집 거기 가서도 연락하면 안돼?' 화가납니다. 그녀는 이 상황에도 농담을 합니다. 웃으며 말을 합니다. 난 안된다고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못을 박습니다. 그리고 집에 가려고 했습니다. 그때 그녀가 나를 잡습니다. ' 소주 한잔만 하자.' 그녀와 나는 소주를 마시러 갔습니다. 짬뽕탕에 소주 한병. 우리는 둘 다 아무 말 없이 소주를 먹었습니다. 소주를 먹자고 했던 그녀는 말이 없습니다. 나도 할 말이 없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소주 2병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집에 데려다 줬습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집으로 갔고. 전 그 이후로 그녀를 보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와도 그리고 그녀와도 친했던 친구 녀석이 술을 먹다가 뜬금없이 나에게 말했습니다. '너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 왜 그랬는지 모르지? 그렇습니다. 난 모릅니다. 그녀가 왜 그랬는지 어째서 그랬는지. 그리고 그녀석은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듣고 싶지 않아. 말하지 마라.' 난 그 이야기를 듣지 않았습니다.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녀에게 날 거부할 논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그리고 그녀가 그 이상으로 날 필요로 하고 있었다면? 그 생각만으로도 너무 괴로웠기 때문이였습니다. 그냥 모르고 싶었습니다. 그저 그녀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 여자일 뿐이다. 라고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정리해 두고 싶었습니다. 그렇지 않고 친구에게 어떤 이야기든 그 이야기를 듣는다면 너무 너무 너무 괴로울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나는 진실을 피했습니다. 시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생각나고 날 괴롭게 만드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닌 바로 크리스마스 이브의 '소주 두병' 의 그 시간입니다. 그 말 없던 시간. 그녀는 날 왜 붙잡았을까? 그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너무 너무 궁금하고 너무 너무 아련합니다. 그 이후 난 연애를 하지 못했습니다. 언제나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이 생각이듭니다. '나 이 여자아이를 그 아이 만큼 좋아하고 있는가? 그 때의 그 만큼의 감정인가?' 대답은 언제나 아니다 입니다. 그 아이만큼 좋아했던 아이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재미 없는 이야기를 너무나 길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냥 타인에게 넉두리를 하듯 말하고 싶었습니다. 걍 맥주나 한캔 먹고 잠이나 잘랍니다. 결론: 여러분 건축학개론 보세요. 두번 보세요.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