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쓰고보니 좀 길어요...^^; -----------------------------------------------------------------------
며칠전 ING 라는 영화를 보게되었습니다. 제 친구 "그아이"가 생각나, 조금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뭐랄까.. 그림움의 눈물도 아니고 슬픔의 눈물도 아니었지만, 그아이 생각에 눈물이 났습니다.
저는 아주 어렸을때 사고를 당해 왼손의 손가락 세개가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두개하고도 반마디가 없습니다. 어떤사고였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 엄마는 그 얘기만 나오면 가슴을 치며 우시거든요.. 그래서 일찍이 철이든 뒤부터는 자세히 알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엄마앞에서는 최대한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습니다.
커오면서 왼손은 저에게 늘 상처였습니다. 어렸을때도 항상 놀림을 받았고.. 그로인해 중고등학생때는 왼손을 항상 숨기기바빴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계절은 당연히 겨울이었습니다. 벙어리 장갑하나면 그 따가운 시선들도 피할수 있었으니까요. 벙어리장갑이 필요없는 계절에는 늘 양팔을 팔짱을 끼거나 왼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습니다. 사정을 모르는 어른들은 습관처럼 주머니에 손이 들어가 있는 저에게 버르장머리없다며 꾸짖는 분들도 많이 계셨습니다. 얼굴이 빨개지며 손을 꺼내면 미안하다는 말보다는 흠흠 헛기침으로 대충 넘어가는 어른들... 그 모든게 상처였습니다. 자연히 성격은 소심하고 조용하고 의기소침해져만 갔습니다.
그러던 저에게도 시간은 흐르고 흘러 대학생이라는 신분이 주어지더군요. 자유분방한 학생들 각양각지에서 모여 개성넘치는 학생들 그사이에서 저는 더욱 이방인같이 느껴질뿐이었습니다.
우리과 친구들은 다들 밝고 착한 편이었는데 그중 유독 "그남자아이"는 호탕하고 유쾌한 성격이었습니다. 늘 그아이 주변에는 사람이 많았고. 심지어 가끔은 너무 가벼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아이 주변에 있으면 제가 더 초라해지는것만 같아서 이왕이면 더 구석으로, 더 혼자 쳐박히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과 친구들 몇명이서 모여서 과제를 하다가 피자를 먹으러 가게되었습니다. 저는 딱히 가고싶지는 않았지만 분위기상 함께 가게되었습니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
태어나서 처음으로 피자헛을 가게되었습니다. 당연히 왼손은 테이블 아래두고 오른손으로만 피자를 먹으면 되리라 여겼던 저는 테이블위에 있는 포크와 나이프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주변을 둘러봐도 모두들 포크와 나이프를 이용해 피자를 잘라먹고 있더군요. 그 순간 느낀 그 당혹감이란... 시간이 멈춘듯하고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