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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렸을적
게시물ID : freeboard_2741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퀸카의서방님
추천 : 0
조회수 : 242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07/12/18 09:03:39
그러니까 아바마마께서 지금의 내 나이쯤이 아니었을까 싶다.

워낙 약주를 좋아하시던 분이라 일년에 335일정도는 항상 술과 함께셨지.

30일 빠지는건 당시 신체검사, 지금의 건강검진이 있기전 한달간은 금주 하셨으니까,ㅋㅋ

어쨌든 어린 나이에 아바마마 뒤 졸졸 따라다니면서 이것저것 안주 얻어 먹는 재미도 쏠쏠했었지만

삭은 막걸리 냄새와 불콰히 달아오른 아바마마의 용안은 별반 좋지 않을때였어.

국가공무원이셨던 아바마마께서는 취한 모습으로 다니셨을때가 많아서 타지에 가면(지역사회에선 전혀없지)

항상 검문에 걸리셨는데 공무원증이란거 한번만 보여주면 순사 나으리들은 경례를 해주는 모습들이

어린 내겐 나름 멋져 보이기도 했었어. 

음... 뭐랄까... 마치  평소엔 어리숙한 모습이다가 진면목은 영웅이다.. 라는 그런 모습? 큭큭~ ^^;;

어찌됐든 아바마마 따라다니는거에 익숙해질때 갑자기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시면서 그러시는거야.

"00아.. 니 아빠 멋있재?"

"아빠가 뭐가 멋있노? 맨날 술냄새만 나고.."

"안 멋있나? 니 아빠 멋있잖아!"

"안멋있다!"

"이눔아가~ 아빠 멋있다. 술 잘마시지, 담배 잘피지.. 얼매나 멋있노.. 안글나(안그래)? 하하하"

"............(말도안돼)........"

어릴 때는 그말들이 전혀 이해가 안됐을뿐더러 아예 말이 안되는 소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주 어릴 때 기억인데 지워지지 않은 대화 내용인걸 보면 뭔가 느끼게 해줄 말이었나보다.

지금 어른이 되어 그때의 아바마마를 돌이켜 보면 대충이라도 그 뜻이 뭔가 느끼게 해준다.

가끔 누가 내 매력을 물어보면 그 말을 인용하기도 하니까,ㅋㅋㅋ

나이 들어 왜소해지시고 초라해지신 아바마마께서는 더이상 예전만큼 멋지지 않다.

술도 잘 못하시고 담배도 줄이시려 하시니까...

세월 속에서 더 이상 건강한 몸을 가지지 못하시는 아바마마의 모습이 갑자기 안타까워진 아들의 푸념...

하지만 더 먼 훗날 내 기억속엔 지금의 아바마마 모습보다는 그때의 아바마마의 모습이 더 진하게 

남아 있을겁니다.

"아바마마... 소자 아바마마를 닮아 무뚝뚝한 관계로 표현은 잘 못했습니다만 아바마마는 항상

제게 멋있는 남자입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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