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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선수 친구가 스누라이프에 올린 글
게시물ID : starcraft_274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브라더스Ω
추천 : 11
조회수 : 187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0/12/29 01:27:45
제목 : 친구의 갑작스러운 은퇴


1.
 
프로게이머 박지수가 은퇴했단다.


 

게임리그를 자주 보는 사람이 아니면 모를, 

아니 자주 본다 해도 대부분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일로만 알고 있을 이 사실을,


나는 친구라는 이유로, 또 한때 꿈이 프로게이머였다는 이유로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내 꿈을 대신 이루어 주었기 때문에.



 

2. 

공부에 뜻을 두기 전 나는 몇몇 또래애들처럼 임요환을 보면서 커왔고, 

언젠가 나도 저런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부모님을 설득할 정도로 확신이 없었던 나는 자의반타의반 프로게이머의 꿈을 접었다.


재능이 없었다고, 공부를 하면 못해도 먹고는 살겠지라는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3. 

그 후 운이 좋게도 어찌어찌 이 학교에 오게 되었고,
 
얼마후에 프로게이머를 준비했을때 알게된 한 친구의 소개로 그 친구를 알게 되었다.


하루종일 연습해야하는 직업의 특성상 거의 만나지는 못했지만 게임이 있을때마다 응원을 했었다.


친구가 승리하면 하루가 즐거웠다. 마치 드라마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처럼.


한번은 소속팀이 결승전에 진출해서 부산으로 응원간 적이 있었다. 

오랜 슬럼프이후에 찾아온 큰 무대였기에 어느때보다도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인지, 팀은 이겼지만 친구는 지고 말았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원사이드하게.



축하할 생각만 하며 간 나는 그냥 먼발치서 지켜보고는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문자로 '다음에 잘하면 되지'라는, 별로 힘이 안될 뻔한 위로를 보내면서.



 

4.

나는 친구가 부러웠다. 

자신의 꿈에 올인할 수 있는 모습을 가졌고, 결국 모든 프로게이머의 꿈인 우승도 했기 때문에.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그 친구는 나를 부러워 했다. 

비슷한 노력을 했지만 자기는 하고 싶은 걸 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대학입학하면 누구나 다 갔을 엠티를, 자기도 한번 가고 싶다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TV에 나오는 그에 비하면 참 별것도 아닌데.


한번은 자기가 서울대 여자를 만나고 싶다고 했었다. 

나는 서울대에 어떤 환상이 있겠거니해서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그게 아니라 자기를 아예 모르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가려지지 않은 순수한 사랑을 하고 싶었댄다.

 
얘기를 하면 할수록 참 착하고 여린 친구였다. 

TV에서 보는 모습과 다르게, 그저 자유롭게 살고 싶은 평범한 또래 친구.


그러니 이번 은퇴가 성적부진으로 인한 악플때문이었다는 추측도 근거가 없진 않아 보였다.



 

5. 

오늘 갑작스럽게 은퇴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마치 내 일인 것처럼 너무도 안타까웠다.

그가 우승을 못해서, 더욱더 성공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런 대단한 친구를 두었다는 내 자랑을 위해서는 더욱 아니다.


그건 더이상 꿈을 지닐 수 없을 정도로 지쳐있을 그 친구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친구의 꿈을 위해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언젠가 다시 정상에 섰을때, 비겁했던 나대신에 꿈을 이루어 줘서 정말 고맙다고,

진심으로 우승을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나는 뭐라고 위로의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6. 

난 아직 우정이 뭔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 친구를 만나고나서 한가지는 안 것 같다.
 
친구가 어떤 위치든, 흔히 말해 잘나가든 못나가든, 

어떤 꿈을 가지고 있든 간에, 그에게 성공을 빌어주고 응원해주는 일. 

그게 참된 친구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친구에게 이렇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언제나 응원할게. 

가끔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주라. 친구가 좋은게 뭐니.'


 




힘내라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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