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때 아니라. 지금은 그 때 아니라. 그러나 보라! 살과 혼, 화려한 오색의 빛으로 얽어서 짜 놓은 훈향(薰香) 내 높은 환상의 꿈터를 넘어서 검은 옷을 해골 위에 걸고 말없이 주토(朱土) 빛 흙을 밟는 무리를 보라. 이 곳에 생명이 있나니 이 곳에 참이 있나니 장엄한 칠흑(漆黑)의 하늘, 경건한 주토의 거리 해골! 무언(無言)! 번쩍이는 진리는 이 곳에 있지 아니하냐. 아! 그렇다. 영겁(永劫) 위에. 젊은 사람의 무리야 모든 새로운 살림을 이 세상 위에 세우려는 사람의 무리야. 부르짖어라, 그대들의 얇으나 강한 성대(聲帶)가 찢어져 해이(解弛)될 때까지 부르짖어라. 격념(激念)에 뛰는 빨간 염통이 터져 아름다운 피를 뿜고 넘어질 때까지 힘껏 성내어 보아라 그러나 얻을 수 없나니, 그것은 흐트러진 만화경(萬華鏡) 조각 아지 못할 한 때의 꿈자리이다. 마른 나뭇가지에 곱게 물들인 종이로 꽃을 만들어 가지마다 걸고 봄이라 노래하고 춤추며 웃으나, 바람부는 그 밤이 다시 오면은 눈물나는 그 날이 다시 오면은 허무한 그 밤의 시름 또 어찌하랴? 얻을 수 없나니, 찾을 수 없나니, 분(粉) 먹인 얇다란 종이 하나로, 온갖 추예(醜穢)를 가리운 이 시절에 진리의 빛을 볼 수 없나니. 아, 돌아가자. 살과 혼 훈향내 높은 환상의 꿈터를 넘어서 거룩한 해골의 무리 말없이 걷는 칠흑의 하늘, 주토의 거리로 돌아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