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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15일 교복이 예뻤던 학생...
게시물ID : lovestory_274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현시창
추천 : 12
조회수 : 1355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09/05/31 11:13:18
2009년 5월 15일이었습니다.
저는 민방위교육을 마치고 회사로 출근하려던 중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옆을 보니 헉!! 정말 교복이 아름다운 한 학생이 있었어요.
너무 아름다워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였죠.

그래서 용기를 내어 한마디 건네었습니다.
"저기....  어느 학교 학생이에요? 교복이 정말 예쁘네요..^^"
"네?? 뭐라구요?"
"교복 참 이쁘다구요^^"
"아.. 하하;; 그래요?"
"고등학생이에요?"
"아.. 아니요.. 중학생이에요.."
"교복 참 이쁘다.."
"진짜요?"
"왜, 그런 말 들은적 한번도 없나요?"
"네, 아무도 그런말 한적없는데;"
"하하.. 그렇구나, 내 눈엔 참 예쁜데.. 근데 중학생이면 몇학년?"
"3학년이요.."
"아, 그러면 94년 생이겠구나.. 나랑 딱 10살 차이네요^^"
"아...."

여기서 참고로..
네, 저는 84년생 26살입니다. 선천적으로 "다낭신"이라는 질병을 갖고 있어서, 2003년 논산 훈련소에 잠깐입소 했다가 재검 조치를 받고, 면제 판정을 받았더랬죠..

"하하.. 제가 딱 네 나이 때에 여기 안산을 왔는데.. 고등학교 진학 문제로 말이죠. 원래는 부산살다가 올라왔어요..^^"
"어느 고등학교 나오셨어요?"
"안산XX고등학교요..제가 거기 6회 졸업생이에요~"
"아... 나도 가고 싶은 곳인데.."

참고로 안산은 아직도 비평준화고교 지역 중 하나죠.

"에이~ 별로 안좋은 곳이에요~ 집에서도 멀고, 만날 자율학습하고.. 하하.. 전 매일 밤 10시까지 자율학습 했죠.. 자주 도망가기도 하고.. 그나저나 요즘도 자율학습 계속 하려나..??"
"네,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구나.. 휴.. 힘들겠다..; 그나저나 몇번 버스 기다려요?"
"아.. 350번이요."
"그래요? 나도 350번 타는데.."

그러던 중 교복을 입은 한 학생의 핸드폰이 울립니다.

"응... 엄마, 나 지금 버스 기다려.. 응.. 곧 갈게~"

뚝.

"집에 가나봐요?"
"아니요, 병원에 가요.."
"네?? 어머니께서 많이 아프세요?"
"아니요, 엄마 병원이에요."
"(더욱 놀라며) 그럼 어머니가 하시는 병원이에요?"
"아.. 아니요, 거기서 간호사로 계세요."
"아.. 그렇구나.."
"어? 저기 버스가 오네요~"

버스를 탔더니, 그날이 스승의 날이라 그런지 교복입은 학생들이 몇몇 보이더군요.

저는 뒤로가서 앉았는데, 그 학생은 제가 앉은 자리에서 2번째 앞에 앉더라구요.
한 두어 정거장 지나갔을까?
학생이 창쪽에 앉았었는데 가방을 자기 무릎위로 올리더라구요.
저는 이때다 싶어서 얼른 앞으로 다가갔자요.

"옆에 앉아도 되요?"
"네?(눈을 동그랗게 뜨며)"
"하하. 가방 무릎위로 올린거, 저보고 오라고 안거 아니에요??"
"아... 아닌데;;"

저는 아니더라도 그냥 냅다 앉았습니다.

"하하.. 혼자서 가면 심심하잖아요? 그냥 이야기나 하면서 가요~"
"네?? 네..네..;;"
"학생은 제가 나온 고등학교 오고싶다고 했죠?"
"네..."
"아유, 그 학교 별로 않좋아요~ 만날 자율학습 시키고, 남녀 공학인데도 분반에.. 아.. 딱 하나 좋은것 있다. 학교가 사립에, 생긴지 얼마되지 않아 선생님들이 참 젊었어요~ 이쁜 선생님도 많았고.. 그리고 선생님들.. 참 열정적이었죠.. 공부를 너무 많이 시킨게 좀 탈이었지만..;;"

"사립이 왜 좋아요?"
"선생님들이 계속 거기에 계시 잖아요~ 공립은 순환 근무라서... 나중에 선생님 찾기가 힘들어져요..물론 찾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찾을 수 있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일인가요.. 참.. 열정적이었어요. 선생님들이.. 그 때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는데.. 힘들어서 학교도 안가고 바람쐬러 가고.."
"학교를 안갔다고요?"
"아...;; 부모님이 들으시면 안 좋아 하실거에요.. 사실 학교 다닐 때, 너무 머리가 아파서.. 7시 30분 까지 등교 하라고 했는데, 지각 할것같으면 그냥 바람 좀 쐬다 왔어요..  아님 조금 더 자거나, 그리곤 선생님들 모두 조회하실 시간에 맞춰서 몰래 들어가곤 했죠.."
"아...."

"그냥 지금은 다~~~ 추억이에요~ 모든게 지나면 추억이 되더라구요. 추억이란게 원래 아름다워요. 일종의 본능적 미화라고 할까? 아무튼 다~~~ 추억이 되더라고요. 그때 정말 힘들다고는 했지만, 그때 잠깐이나마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한적도 있었고..지금은 일개 직장인에 불구하지만"
"무슨 일 하시는데요?"

"그냥 조그마한 회사에서 물건 팔고 있어요. 외국인한테.."
"우와~ 영어 잘 하시겠다.."
"하하.. 영어는 젬병이에요. 다른 외국어 전공해서 그걸로 먹고 살고 있어요. 참... 학생은 꿈이 뭐에요?"

"제 꿈이요? 저는 아이들을 좋아해서 아이들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하하, 그래요? 나도 한때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누군가의 꿈을 심어 줄 수 있잖아요?"
"아..그런가요?"
"그렇죠,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얼마나 중요한데요~ 누군가의 꿈을 심어 줄 수 있다는 것. 제가 애기를 낳고, 그 애기를 학생이 선생님이 되어 가르칠 수 있잖아요..세상일이라는거 모르는거에요.. 하하하"

"근데 부모님은 다른걸 원하세요.. 부모님 직업이 병원일이라.. 병원에서 일하시길 바래요..그리고 공부할 것도 많고..."

저는 그때 느꼈습니다. 학생에게 자신의 꿈을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을..
그리고 학생의 눈동자가 너무 슬퍼 보였습니다.
제 자신만의 생각일까요??

아무튼 버스는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고, 제가 먼저 내려야만 했습니다.

"하하, 전 여기 XX페인트 앞에서 내려야 되요.."
"아... 네.. 안녕히 가세요~"
"우리 악수나 할까요?"

잠시 머뭇거리더니 저에게 손을 내밀더군요..

"만일 학생이 제가 나온 XX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정치가르치는 이XX선생님에게 6회 졸업생들중 담임 맡았던 학생 중 지각 많이 하고, 진짜 말안듣던 학생 중에 키큰사람 기억 하시냐고 물어보면 말하는 학생이 저 일거에요."

그리고는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안산 XX중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이 과학 가르치는 여자선생님이라고 했던.. 교복이 아름다웠던 학생..
꼭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에 오셔서 졸업하시고, 아이들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 꼭!!!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제가 낳게될 아이를 가르쳐 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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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이곳에 처음으로 글을 올리네요..(사실은 새벽 두시쯤 또 글을 올리긴 했는데;)

위의 글이 서로에게 추억이 되었으면 해요.. 아름다운 추억.

아.. 오늘이 제 생일이에요. 

조금있으면 회사분 결혼식 가야하는데....ㅎㅎ

거기서 맛나는 거라도 먹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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