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랑 운동하고 싶다. 서로 돼지라고 놀리고 티격태격 하다가 같이 자세 잡아주며 땀흘리고 싶다. 운동하고 나와서 출출하다고 햄버거집에 가서 그렇게 운동하고 또 처먹냐 돼지야ㅋ 하며 투닥거리고 싶다.
헬스장에서 하는 운동이 아니더라도 놀이가 될 수 있는 운동도 하고 싶다. 볼링치면서 각종 해괴한 포즈에 배꼽잡고 탁구치면서 스매싱 날리다 공을 서로의 얼굴에 꽂고서 놀리고 포켓볼 치며 8번공부터 넣고 병ㅋ신소리 듣고 스케이트 타면서 트리플 악셀이라고 잔망떨다 자빠지고 등산하면서 먹은 귤껍질을 남자친구 후드주머니에 몰래 넣고 다트하면서 로빈훗 빙의해서 다트 판에 후덜덜 서 있기 내기하고 그렇게 놀고 싶다.
30 seconds to Mars 틀어놓고 목청놓아 따라부르고 헤드뱅하며 제 2 자유로를 드라이브하고 싶고, 밤과 음악사이 놀러가서 같이 안무 맞춰 춤도 추고 싶다.
밤새도록 만화방에 앉아 낄낄거리며 만화책을 보고 쥐포 시켜먹으며 가끔 뽀뽀도 하고 싶고, 재미있는 책을 읽고 뜨거운 논쟁도 펼치고 싶다.
내 친구들 노는 자리에 불러 인사시키고 싶고, 남자친구의 친구들 노는 자리에서 내숭떨며 내 남자친구의 기를 살려주고 싶다.
한번씩 해바라기를 들고 기다리고 싶고, 또 한번씩 남자친구 직장 동료들에게 비타오백을 주며 남자친구의 면을 살려주고 생색내고 싶다.
아무 말 하지 않고 손만 잡고 걷고 싶고, 또 침대에 누워 쓰잘데기 없는 수다를 도란도란 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