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
넌 정리정돈을 잘 못하는 아이였지
그 날이 오기 전에도 나는
방구석을 치우라며 잔소리를 했었지
네가 다신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난 뒤
언제나 정돈되어 있는 네 방은
그 날의 날씨처럼 춥고 쓸쓸해
네가 있을 때만
시계는 째깍째깍 흘러가고
건반은 뚱땅뚱땅 울려퍼지고
키보드 치는 소리와
책장 넘기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주인을 잃은 너의 방에는
시간은 멈추었고
그 어떤 소리도
그 어떤 향기도
허공에 흩어져 사라져만 가네
네가 머나먼 곳으로 떠난 뒤
불 한 번 켜지지 못한 이 집엔
더 이상 그 무엇도 살아내지 못할 거야
2017.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