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일요일 오후 1시, <전국노래자랑>이 끝나갈 즈음.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늦은 아침을 먹고 설거지는커녕 세수도 하지 않은 채 나른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시간. 그런데 뭐지? 갑자기 TV 화면이 정지되더니 하늘이 무너지는 포격 소리와 함께 비상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한다. 천지가 뒤엉키는 듯한 폭탄 소리. “뭐야, 전쟁 난 거야?” 맞다. 전쟁이다. 전쟁은 이렇게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시간에,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예기치 않게 갑자기 일어날 수 있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집에서 가만히 기다릴까?
일단 당황하지 마라. 사실 전쟁의 가능성이야 연평도 포격이나 천안함 사건 직후부터, 아니 그보다 훨씬 전인 6.25가 끝난 직후부터 쭉 있어왔던 것 아닌가. 그저 담담하게 “전쟁이 시작되었구나”라고 겸허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지난 12월 특별 민방위훈련 당시 귀동냥으로 들었던 각종 안전수칙을 최대한 떠올려라. 잽싸게 안전한 대피소로 이동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나마 안전한 곳은 지하철 혹은 건물의 지하다. 일단 지하로 내려가는 것이 급선무다. 침착하게, 질서를 지켜가며 안전 장소로 대피하자.
+ 미리 준비할 것 집 근처의 안전 피난 장소를 기억해두자. 가까운 지하철 혹은 주변 큰 건물의 지하 주차장을 미리 파악해 둘 것.
뭐부터 챙기지? 맨몸으로 나가도 되나?
일단 옷은 따뜻하게 입어라. 얇은 옷을 여러 겹 입어서 비상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좋겠다. 화생방 공격이 일어날 수도 있으므로 방독면 등 얼굴을 가릴 수 있는 활용 장비도 최대한 챙긴다. 간단한 의약품이나 구급약도 챙길 수 있으면 좋다. 일단 몸부터 피신하고 봐야 하지만, 아이가 있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36개월 이하의 아이가 있다면 최소한 3~4일 분량의 먹을거리는 챙겨야 한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아이가 놀랄 수 있으니 어른으로서의 위엄을 잃지 말자. 상황은 모두에게 똑같다.
+더 챙기면 좋은 것 슬리핑백, 우의, 모자, 수건, 속옷, 회중전등, 라이터 등.
우리집은 무사할까?
전쟁이 끝날 때까지 우리집이 무사하게 남을지 아닐지는 하늘도 땅도 무릎팍 도사도 모르는 일이지만, 일단 집문서는 챙겨 나간다. 나중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신분증과 인감도장도 함께 체크한다.
+미리 준비할 것 집문서 등 중요 문서는 미리 복사해두면 유용하다. 졸업증명서, 학위증명서, 여권 등도 미리 복사해둘 것.
10년 공들인 눈물의 주택청약통장은?
전쟁이 터지기 전에 미리 금은보화로 바꿔둘 걸 하고 후회해봤자 늦었다. 그래도 안심하시라. 9.11 테러 이후 대부분의 은행들은 고객들의 금융거래와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관리, 저장한 전산실을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3중 시스템으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길, 데이터 센터가 파괴된다고 해도 대한민국 전체가 폭파되지 않는 이상 관련 정보가 모두 사라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니 금융기관에 있는 재산 등은 일단 안심해도 좋다.
떨어져 있는 가족들은 어떻게 연락하나?
일단은 욕심을 버리자. 어쩔 수 없다. 난리통에 가족을 만나서 똘똘 뭉쳐 함께 움직이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다. 특히 멀리 지방에 사는 가족이라면,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무사하기를 바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답안이다. 다만 휴대전화는 늘 지니고 있도록 하자. 통신이고 뭐고 단절되는 건 시간문제겠지만, 혹시 연락할 일이 생길 수 있으니.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 휴대전화 사용에 길들여져서 자기 집 전화번호도 모르는 사람들은 반드시 기억하자. 휴대폰 배터리가 나가기 전에 중요 연락처는 따로 메모해두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