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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안와서 써보는 나와 남편의 이야기, 열번째
게시물ID : wedlock_27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lkip
추천 : 40
조회수 : 2037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06/27 16: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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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잘보내셨어영? 월요병 때문에 일하기 싫어 죽겠습니다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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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견례

우리는 결혼 순서가 좀 잘못된게,

보통 프로포즈-> 양 가에 허락-> 상견례-> 결혼 준비-> 결혼식인데

결혼 날짜 잡음-> 양 가에 허락 받음-> 혼수 및 예물 주고받음-> 상견례-> 프로포즈-> 결혼식으로 함...

이미 결혼식장 예약 완료에, 집 계약 완료에, 가구까지 들여놓은 상태에서의 상견례였기 때문에 큰 부담을 없었음.
(이미 둘다 엎기에는 너무 큰 리스크라는 걸 알기에 정말 부담이 없었음ㅋㅋ)

뭐 한정식 집 예약을 해서 양 가의 가족들이 모임.

다른 분들 처럼 양 가에서 처절한 자식 디스가 시작됨.....

놀랐음... 그렇게 싫었으면 내다 버리지 왜 지금까지 키웠던걸까....

서로 이제야 털어버렸다며 하하호호 분위기 짱 좋음ㅠㅠ  아빠들은 신이 나셨는지 술을 계속 시키시다 엄마들께 등짝 맞으심.

다른건 없고 시아버지가 다른건 몰라도 아들 기죽이지는 말아달라고 부탁하심

평소에 내가 얼마나 잡는다고 생각하신건지 모르겠지만ㅠㅠ 연애 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열심히 맞춰주고 있음.

우리 아빠는 처음으로 "저희 딸 (이래뵈도) 자연 미인입니다 하하핫!" 하셨는데 진짜 뻥안치고 분위기 급냉랭....

가족들이 맞장구 쳐줄만도 한데 정색해서 마렵지도 않은 볼 일 핑계대고 화장실감(부들부들)

나중에 식사가 끝나고 계산을 했는데... 생각보다 술 값 추가분이 너무 많이 나와서 피토함(우리들이 계산함)


* 프로포즈

본인은 프로포즈 받을 생각이 1도 없었음. 왜냐면 연애하는 기간동안 매일매일! 받았으니까!

1. 집에 데려다준다고 지하철 기다리다 무릎 꿇고 결혼해달라고 함(습관됨)

2. 구구절절한 편지를 써서 줌(시한부인줄)

3. 틈만나면 결혼해줘, 우리 잘살자이럼

4. 만나면 만날수록 느끼해짐!!

사실 무서운게 제일 컸음...막 풍선 날리고 촛불 켜고 할까봐ㅠㅠ
(자기는 아니라고 하지만 100% 그랬을 거라고 확신함)

손 발이 오글오글 거려서 죽을까봐 오히려 프로포즈의 ㅍ자도 안꺼내서 다행이라고 생각함

그러다 드워프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게됨. 친구들이 프로포즈는 받았냐며 물어봄.

"안받았지만 받을 생각이 없네여 징그러움"

"헐 왜여... 쟤가 안할까봐 그래요? 걱정마세여 우리들이 도와드림"

친구들이 드워프에게 왜 프로포즈를 안하냐며 니가 그러고도 결혼을 하냐 등등 쿠사리를 먹임

그래도 안해서 좋았음.

그리고 결혼식 일주일 전,

주말이라 미래의 신혼집에서 하루 자고 가기로 함(드워프가 먼저 들어가서 살고있었음)

간단히 저녁을 해서 먹으려는데 갑자기 혼자 분위기 잡음(촛불을 켰다! 느끼함이 1.5배 증가했다!)

전날 찾아온 예물 반지를 손에 쥐더니 무릎을 꿇음(무릎을 꿇었다! 느끼함이 2배 증가했다!)

"내가 그 자기를 만나서 너무 행복하고 어쩌고 저쩌고... 크흑!"

혼자 말하다가 혼자 움....어깨가 들썩들썩... (느끼함 10배로 증폭)

하루이틀 보는게 아닌데 그게 너무 웃긴거임... 손가락질 하면서 웃다가 한대 맞음....

웃긴걸 어떡함... 지금 생각해도 웃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행임 밖에서 안해서......


* 결혼식

전 날 잠이 안와서 4시까지인가 깨있다가 메이크업 받으러감....

졸면서 머리도 하고... 옆자리 신부님이랑 수다떨면서 화장도 받음.

원장님이 혼을 실어서 화장해주신 덕분에(립스틱만 12번 바꿔서 칠해주심.. 고마웟어여 원장님..) 가면을 쓰고 결혼식장 도착.

와 진심... 대기실에서 앉아만 있는거 너무 지루함. 막 나도 사람들 얼마나 왔나 누구누구 왔나 보고싶은데 못나가게 하니까 답답ㅠㅠ

되게 동물원 원숭이된 기분임... 화장실은 어떻게 가여?ㅠㅠ 하니까 같이 들어가준다길래 식겁함.

뭔 사진을 그렇게 찍어대는지 거기서도 이를 드러내며 사진을 찍고... 드디어 입장을 함

사실 걷다가 드레스 밟을까봐 엄청 걱정함. 또 하나는 울까봐?

신부 입장과 동시에 너무 성큼성큼 나가는 바람이 뒤에서 잡아주시던 플래너 분이 좀 천천히 가라고 짜증냄ㅋㅋㅋㅋ

태어나서 그런 조명과 시선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긴장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무대 체질이었는지

사람들한테 손 다 흔들어주고 감ㅋㅋㅋㅋㅋ 나중에 친구들이 너무 방정맞았다고 함...

그리고 인사하고 주례듣고 양가 부모님께 인사.

우리 엄빠부터 먼저 갔는데 아빠가 엉엉 우시기 시작함... 엄마는 촉촉히 젖은 눈가로 저 먼곳을 응시하고 계심

생각보다 나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신랑이 울기 시작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랑 둘이 부둥켜안고 움ㅋㅋㅋㅋ엄마는 울까봐 눈길도 안줌ㅋㅋㅋ

다음은 시부모님... 거리가 꽤되는데도 아버님 눈이 반짝반짝함ㅋㅋㅋㅋㅋㅋ어머님은 훌쩍이심...

드워프 또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징글징글하게 움ㅋㅋㅋㅋㅋㅋ 옆에있는 나는 되게 뻘쭘함 냉혈한같음;;

인사가 끝나고 축가가 시작됨. 드워프 후배가 노래를 불러주고, 선배가 또 한곡을 부른다며 나옴

그리고 반주가 시작되는뎈ㅋㅋㅋㅋ갑자기 드워프가 마이크를 꺼내더니 노래를 부름

뭐 삑사리도 안나고 가사도 안틀리고 잘불렀는데 도중에 나를 손으로 가리키는 동작이 있었는데

하객들은 못봤겠지만 손이 덜덜덜덜더럳러덜덜 떨고있음(이때 본인 너무 웃어서 사진 되게 추하게 나옴)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는데 나는 그냥 이 상황이 너무 웃긴거임... 내가 결혼을 하다니! 이게 결혼식이란 문화인가!

드워프도 신나서 계속 웃음... 뒤에서 우리 아빠가 이악물고 "야 지금 너넨 웃음이 나오냐?"해서 급숙연...

그래서 결혼식 사진보면 우리 아빠만 무표정임..........


* 신혼여행

다녀와서 집에서 좀 쉬려고 일부러 싱가폴로 감.

결혼식 끝내고 6시에 공항 도착해서 밤 12시 비행기 타고 새벽 6시 싱가폴 도착. 이미 둘다 만신창이.

신혼여행 정말 별거 없었음.... 드워프는 오랜만에 나온 해외여행에 신났는지 진짜 쉬지않고 돌아다님.

본인은 3시간 걸으면 커피마시면서 1시간 쉬고 다시 돌아다니고 그런 스타일인데 드워프는.. 그냥 계속 돌아다님

"나 커피먹고 싶어(좀 쉬었다가자)"

"그래! 저기 카페있다!"

이러고 들어가면 진짜 커피 원샷하고 바로 나가서 또 걸음. 와 진심 내가 이 놈이랑 결혼을 왜했지 후회함.

그렇게 첫날밤.

드워프 지쳐서 기절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두고두고 구박한다고 한다)

두번째 날은 이미 풀리기엔 너무 쌓인 피로로 둘다 체력방전. 

샹차이(고수)를 먹지도 냄새도 못맡는 드워프는 온 거리에 깔린 냄새때문에 주구장창 맥도날드 파파이스 컵라면만 먹음

로컬푸드를 기대한 본인은 먹지도 못함

혹시 신혼여행을 앞둔 분들이시면 이거 진짜 잘 알아보고 가세여 개빡침....국내여행 다닐때는 모르는데 해외나오니까 너무 다름

기껏 유명한 식당 알아서 갔는데 시켜놓고 못먹겠다며 그냥 나감.... 내 돈과 시간과 기대감...

그리고 둘째날도 기절함(^^....)

세번째 날... 싱가폴 리콴유 전 총리 사망. 가게 안염 관광지 임시 휴뭌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예상하셨겠지만 기절(이쯤되니 포기)

더운데 할 것도 없고 쌓인게 많아서(욕정포함) 싸움. 겁나 싸움. 너 버리고 한국 간다고 짐도 쌈.

결혼식도 해봤겠다 미련없다 너랑 살면 내가 인간이 아니다! 이러고 나옴.









현재 본인은 인간이 아님(후비적)

그렇게 마지막 날 전 밤까지 냉전을 유지하다가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서 화해하고 사테거리에 술 마시러감...

사테에는 손도 안대고 도중에 캐쉬 부족해서 돈도 찾아와서 술마심ㅋㅋㅋㅋㅋㅋ 그나마 제일 기억에 남는 신혼여행 에피소드임.

나에게 신혼여행이란... 비싼 맥주... 쇼핑몰... 쇼핑몰... 쇼핑몰... 싸움... 이것밖에 기억이 안남...


* 결혼 후

1. 밥 많이 먹는다고 싸움

2. 드워프 술먹고 늦게 들어와서 싸움

3. 2번 다음날 아침에 집나와서 카페가고 드워프 카드로 쇼핑하고 스몰비어가서 11시까지 혼자 술먹다 찾으러와서 놀라게 했다고 싸움

4. 서로 장난치면서 치다 진짜 빡쳐서 싸움

5. 화장실 못가게 해서 싸움

6. 야채 안먹는다고 싸움 등등등..

정말 초반에는 이런 되도 않는걸로 많이 싸웠음. 기싸움이라도고 함.

드워프는 결혼도 했겠다 정말 이겨야겠다 싶어서 세게 나갔다고 함.

근데 정작 본인이 다음날 집나가서 너무너무 잘지내는 걸 보고 아 역시 못이기겠구나 했다고 함.

아직까지는 전혀 싸우지않음... 드워프가 다 져줌.

지금은 서로 결혼 전처럼 자유롭게 친구들을 만나지도 않고, 술도 늦게까지 먹고오지 않음.

아, 본인이 쓰는 방법 중에 하나인데 남편 술먹고 늦게 들어와서 꼬장부리는거 보기 싫을때

동영상을 찍음.

드워프는 술이 들어가면 애교라는 것이 폭발함. 장난아님(근데 자연인으로 애교부림 가끔 더러움)

맞장구를 쳐주면서 신나게 찍음(정말 보여주고 싶지만 드워프의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있으므로)

다음날 술이 깰 무렵 혹은 퇴근했을 때 혹은 그 다음에 빡치게 할 징조가 보일 때,

거실에 있는 TV에 연결해서 틀어줌(화면이 크면 클수록 자괴감이 배가됩니다)

몇번 당하면 술 취해서 들어올 생각 못함. 물론 동영상 녹화할 때 으크크킄그큭큭ㅋㅋ이런 웃는 소리가 들어가면 더욱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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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만나는건 파란만장했는데, 막상 만나서 사니까 파란만장하진 않은거 같아요.. 아니면 이미 너무 많이 이상해서 더 이상할게 없는건가?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다음에 저희 드워프의 누드집을 내게되면 또한번 글쓰러 올게여(언제 쓸지모른다는 소리)

드워프 울린 얘기만 써도 몇 개는 나올텐데...어제도 울려봤는데 찌릿찌릿한게 중독성 장난아님 헤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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