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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람이라는 이유로 받아본 냉대
게시물ID : menbung_274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토끼랑동거중
추천 : 4
조회수 : 96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1/21 14:48:32
나는 서울 사람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젊었을 때 돈 버시려고 상경하셨다고 한다.
 
부모님도 모두 아주 어릴 때 서울로 와서 자라셨고, 나는 서울에서 지금 2n년간 살고 있다.
 
이 지역을 벗어나 본 적도 없다.
 
평생 서울에서만 살고 있다 보니 난 대학생 때까지 단 한번도 서울이나 경기도 사람 말고는
 
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보는 지역 감정도 먼 얘기처럼 느껴졌다.
 
매우 멀리 떨어진 이야기들로.
 
대학교 때, 한 단체에 들면서 그 이야기가 가깝게 다가왔다.
 
동호회였던 그 단체에는 대구 부산애들이 많았다. 무슨 동호회인지 말은 못하겠지만.
 
난 그 동호회에서 첫 날 여자애들이 앞담을 하는 것을 보았다. 앞담의 내용은 대강 이랬다.
 
' 서울 사람들은 믿지 말랬다. 잘 등쳐먹는 다더라.
 저 말하는거 봐라. 엄청 느끼하고 소름끼친다.
 딱 봐도 말투 보니까 가식이다.'
 
내가 그 조의 유일한 서울 출신이여서 였을까. 내 말투로 한참 욕하던 애들중에 하나는
 
나한테 와서 자신이 사는 부산이 얼마나 발전된 곳인지 열변을 토하며
 
서울 와봤지만 별거 없더라, 부산이 얼마나 좋은지 아느냐 묻기 시작했다.
 
부산에 가본적도 없는 나는 가본적이 없다고 대답했는데 그게 심기를 거슬렀는지
 
더 본격적으로 '서울 말투'를 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서울 사람'에 대한 욕으로 발전했다.
 
사실 난 그때까지 서울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그냥 서울은 서울이고, 내가 태어난 곳이고
 
그냥 내가 자란 곳일 뿐이지, 서울에 대한 사랑이라든지 소속감이라든지 그런 마음은 없었다.
 
내가 태어난 지역이 '서울'이라는 이유로 받아본 냉대는 이상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받아본 냉대는 지금도 마음의 상처다.
 
그 동호회에서 나오고 나서도 난 아직도 대구 부산 사람이 무섭다.
 
지금도 지역감정은 이렇게 생기는 건가 싶으면서 자괴감이 들지만, 무섭다.
 
이제는 대구 부산에도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 그때 그 여자애들이 상경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내가 자기들을 무시할거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이해를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몇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대구 부산쪽 사람들을 보면 경계심이 든다.
 
지역감정이라는 것은 이렇게 재생산 되는 것일까.
 
그런 사람이 되고싶지 않다. 인지하고 고쳐나가야 겠지만, 아직은 좀 상처가 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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