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요즘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애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 보면 연예인, 의사는 많아도 과학자는 드물다고 합니다. 어린이들부터 과학자를 인정하고 존경할 수 있도록 사회 풍토가 바뀌어야 합니다”(박찬모 포스텍 총장) “과학기술 분야는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조차 정부가 주도적으로 끌어갑니다. 우리처럼 이러다가는 기술 분야도 중국에 금방 따라잡힙니다.”(김쌍수 ㈜LG 부회장) 박찬모 포스텍(포항공대) 총장과 김쌍수 ㈜LG 부회장은 본보 주관으로 열린 ‘한국 과학기술 정책 어떤 변화가 필요하나?’라는 주제의 특별대담에서 현재 한국 과학기술계의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 특별대담은 본보 경제부 김광현 차장의 사회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14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최근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의 성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박찬모 총장=한국 과학기술정책이 꽃피웠을 때는 박정희 정부 시절이었다고 봅니다. 그때는 정부가 과학기술자들을 우대해 주고 정책도 많이 실행에 옮겼습니다. 정부가 과학에 대한 비전을 분명히 제시해 주었지요. 과학기술자들이 신이 나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그게 오늘날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김쌍수 부회장=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나 국가 정책이나 평준화가 있을 수 없습니다. 특히 과학이나 기술은 평준화로는 발전이 어렵습니다. ▽박 총장=하향 평준화라서 더 문제죠. ‘두뇌한국(BK)21’ 프로젝트가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나눠먹기’ 식 때문입니다. 중국에 자주 갈 기회가 있는데 중국의 정보기술(IT) 분야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놀랍습니다. 중국 정부는 과학 발전과 인력 양성에 많은 투자를 합니다. 칭화(淸華)대와 베이징(北京)대 등 30여 개 대학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돈을 효율적으로 쓸 줄 아는 겁니다. 세계적 과학 발전 정보를 접하는 박 총장이나 시시각각으로 글로벌 경쟁을 벌이는 김 부회장에게 중국 과학기술의 추격은 대단히 위협적인 듯했다. ―기초기술력이 떨어지면 지금 앞서 있는 분야들이 곧바로 중국에 추격당할 텐데 국가적으로 문제는 없을까요. ▽박 총장=맞습니다. 원료든 임금이든 보통 철강 기술은 중국이 곧 따라잡을 겁니다. 이제는 중국이 못 만드는 특수강을 만들어야 합니다. 포스텍에서는 총장 월급의 2배씩 주면서 외국의 저명한 교수도 초빙했어요. LG도 대학과 디스플레이 연구 협력이 활발합니다. 이렇게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기업에선 하는데 정부에선 왜 못합니까. ▽김 부회장=중국은 불과 3년 전만 해도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철판을 만들 기술이 없었습니다. 요즘은 한국산인지 중국산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입니다. 이렇게 계속 나가다가는 전자 조선 철강 자동차 등 우리나라가 먹고 살아야 할 산업이 중국에 따라잡히지 않는다고 장담 못합니다. (중국에 쫓기고 일본에 밀려) 샌드위치가 돼 가는 걸 알면서도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각 기업은 나름대로 살길을 찾아 발버둥치고 있어요. 자동차 철강 반도체 조선업 직원들은 대부분 중산층인데 이들 산업이 자꾸 해외로 빠져나가면 중산층이 무너집니다. 국가적으로도 양극화가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정부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박 총장=몇 년 전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 15개를 만들겠다는 어젠다를 내놓았을 때 학계는 굉장히 고무되었습니다. ‘선택과 집중’으로 진짜 연구대학다운 대학을 만들겠다는 정책이 꼭 필요한 시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약속은 지금 흐지부지됐습니다. 정책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천은 더 중요합니다. 정책만 있지 행동은 없는 NAPO(No Action Policy Only) 정부가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김 부회장=정부가 과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정부가 앞장서 깃발을 흔들고 비전을 제시하고 정치 지도자가 자주 과학기술 현장을 방문해 어깨를 두드려 줘야 사기가 올라갑니다. 한국에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많지만 그 수에 비해 성과가 많지 않은 걸로 알고 있어요. 활성화 대책이 필요합니다. ―과학기술의 중요성과는 달리 이공계 기피 현상도 여전한 것 같습니다. ▽김 부회장=1970, 80년대 초만 해도 우수 학생들이 이공계로 많이 진학했습니다. 그때 그 출신들이 산업을 이 정도로 성장시켰습니다. 지금의 풍조는 기업에서 기술자를 하면 ‘지방에서 죽도록 고생만 한다’는 좋지 않은 인식이 많습니다. ▽박 총장=이공계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정작 과학기술자에 대한 우대 정책은 없는 게 현실입니다. 중국은 요직의 90% 정도를 이공계 출신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김 부회장=국책은행 직원들 연봉이 과학기술계 국책연구기관 연구원 연봉보다 많다고 합니다. 그걸 학생들이 모두 보고 있습니다. 공무원도 마찬가지입니다. 행정고시 출신자가 기술고시 출신보다 월등히 많습니다. 기술고시가 맥을 못 춥니다. 한국 과학기술 현실에 대한 우려는 자연스럽게 과학교육에 대한 문제로 이어졌다. 특히 초중고교 단계에서의 과학교육 중요성이 부각됐다. ―유치원 단계에서부터 과학이 푸대접 받고 있는 현실 아닙니까. ▽김 부회장=요즘 유치원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 보면 연예인 된다는 아이는 많아도 과학자가 되겠다는 아이는 거의 없다네요. 제 어릴 때는 과학자가 장래 희망인 애가 많았습니다. 교육과정을 과학에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개선하고, 이런 자질을 갖춘 교사를 특별 대우해야 합니다. ▽박 총장=맞습니다. 상당수 교사 자신이 과학을 잘 모른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생활과학 교실 같은 것을 열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흥미로운 실험을 보여 주고 관심을 끌어야 합니다. 그런 좋은 사업을 정부가 조직적으로 지원해야 할 텐데 관심이 딴 데 있는 것 같습니다. 박 총장과 김 부회장은 평소 “과학기술이 국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성(人性)교육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과학기술자에게 인성교육을 특별히 강조하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박 총장=과학기술계 출신이 기업에 들어가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이 인성과 커뮤니케이션입니다. 특히 표절 등 윤리도덕 문제가 중요합니다. 한국이 ‘IT 강국’이라고 하는데 윤리가 뒷받침되지 못해 벌써 부작용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 ‘IT 망국‘이 돼 가는 느낌입니다. ▽김 부회장=자기밖에 모르고 포용력이 없는 과학자가 되지 않도록 인성교육도 꼭 필요해요. 한 명의 천재는 있으면 좋지만 크게 필요하진 않습니다. 그보다 집단에서의 천재가 필요합니다. 서로 협력했을 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는 말이죠. 특히 일본에 이런 ‘집단 천재’가 많습니다. 정리=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email protected]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변영욱 기자
[email protected] ○박찬모(72) 포스텍 총장 △1958년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1973∼1976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교수 △1979∼1989년 미국 가톨릭대 교수 △1984∼1985년 재미한국과학기술자협회장 △1990년∼현재 포스텍 교수 △2003년∼현재 포스텍 총장 △2004년∼현재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 ○김쌍수(62) ㈜LG 부회장 △1969년 한양대 기계공학과 졸업 △1969년 LG그룹 공채 입사 △1998∼2001년 LG전자 부사장 △2001∼2003년 LG전자 사장 △2003∼2006년 LG전자 부회장 △2004년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 25인’ 선정 △2007년 1월∼현재 ㈜LG 부회장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이 되겠습니다."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제가 노무현씨를 반대하는 몇안되는 (하지만 확실한) 이유입니다. 정말 대한민국.. 걱정됩니다. 이공계의 길을 가는 과학도로써, 지금 살길 바쁘다고, 10년뒤를 바라보지 못하는 우를 대한민국정부는 "범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래선 안됩니다. 부동산에 쏟았던 신경, 반의반만이라도 우리나라 과학에 투자할수는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