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엄마에게 있는대로 푸는 너는 우리집에서 가장 먼저 취업했다는 자부심이 좀 쩔었던 너는 "아 진짜 내 동기들은 다 때려쳤고 나만 남았어" 라며 마치 혼자하는 사회 생활인냥 잘난 척이 좀 대단했었지 한달에 200가까이 벌지만 매일 새벽 깨워주고 밥 차려주고 데려다주는 엄마에겐 용돈은 커녕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었지 집에서는 손 하나 까딱 안하면서 그게 마치 나는 일을 하니까 당연하다는 듯이 굴었었지 온전히 너 자신을 위해 돈을 벌고, 쓰고 그러면서 우리 집은 왜 이렇게 가난하면서 찡찡거릴때도 생활비가 너무 급한 엄마에게 돈을 조금 빌려주고 사채업자처럼 독하게 그 돈을 기어코 다시 받아 낼때도 그래 뭐 거기까진 그냥 철 없는 누나 하나 뒀구나 생각했었어 그래 우리집 좀 가난하지 아빠는 하루 2끼 모두 컵라면을 먹으며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마음처럼 잘 안되고 50이 넘은 우리 엄마는 밖에서 전단지를 돌리고있어 하지만 그 두분이 무슨 노력을 하는지 보다는 얼마나 많이 벌었냐가 중요했던 너는 패륜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아마 그때부터 내 인내심도 점점 바닥을 드러냈던 것 같다 그러던 오늘 일이 터졌지 좀 집에 늦게 들어온 너는 한 손에 또 오로지 '너' 자신을 위한 명품 화장품을 잔뜩 사왔지 우리 엄마는 아직도 샘플로 나눠준 것을 쓰고 있는데 말야 엄마는 조심스레 "이거 다 쓰지도 못 할 거면서 뭐하러 사왔니"라고 물었지 그러자 넌 "아니 내가 무슨 돈 버는 기계야? 좀 쓸 수도 있는 거지" 헛소리도 그런 헛소리가 없었지 생활비에 1원도 보탠적 없는 니가 왜 돈 버는 기계인데 기가 찰 뿐이었지 그 헛소리를 시작으로 너는 또 히스테리를 부리기 시작했지 "아 그리고 학자금 대출 문자 갚으라는 문자 계속 와 이거 내가 갚아야 하는 거 아니야? 맞지 내가 갚아야 하는 거?" 그 문자 3개가 그렇게 그렇게 거슬렸어? 그 문자 몇 줄이 막 니가 갚아야 한다는 피해망상에 시달리게 했어? 몇번씩이나 아니라고 조금씩 갚고 있다고 너는 전혀 신경쓸 필요 없다고 말하는 엄마 말은 다 무시하고 다른 애들은 다 등록금 부모가 대주는데 왜 나는 내가 벌어야 하냐고 이 집 빛도 내가 갚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마치 니가 소녀 가장인양 역겨운 연극을 하더라 그리고 기어코는 "엄마가 나한테 해준 게 뭔데?" 이 말을 했었지 하 진짜 이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어 진짜 니가 사람새끼면 이 말은 하지 말았어야지 너 먹이고 키우기 위해 쉴틈없이 일하는 엄마 아빠를 생각하면 진짜 그러면 안되는 거야 씨발새끼야 오늘 거의 몇년만에 나랑 대판 싸웠지 니가 무슨 참견이냐며 같잖다는 듯이 말할 때 난 느꼈다 넌 철이 안 든 게 아니라 못 드는 거라고 지금까지 남아있던 가족이라는 정이 싹 사라졌네 앞으로 말하거나 눈 마주칠 일 등 어떤 접촉도 없었으면 좋겠어 난 이제 니가 진심으로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