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이 이야기의 배경인 나제시(名瀬市)는 저 본인의 고향입니다. 2006년에 아마미시(奄美市)로 개명되었고요, 실제로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관광지 섬도시입니다. 흥미를 더하기 위해 살기 못마땅한 곳으로 만들어버렸는데요... ;_; 이 이야기는 100% 자작이고요, 나오는 등장인물 역시 실존인물이 아님을 미리 밝힙니다.
나제의 사투 - 1
1999년 일본 카고시마현(鹿児島県) 나제시(名瀬市). 5월.
이즈미는 그날도 같이 늦잠을 자느라 10시에 기상했다.
“이즈미.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늦잠을 자면 어떡하니.” 어머니의 잔소리에 못 미쳐 일어나는 아사쿠라 이즈미(麻倉和泉). 그녀는 별 볼일없는 만 19세의 학생…아니, 졸업생이었다. 그 날까진.
“제길. 뭔 상관이야. 할 일도 없는데.” 퉁명스럽게 반발하는 소녀. 어머니의 대한 태도는 중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날카로워졌다. 아버지가 사고로 죽은 후, 어머니는 매춘부로 일하기 시작했고, 그 때문에 학교에선 안 좋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나제는 작고 조용한 마을이라, 이러한 소문은 주부들의 좋은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류코가 왔다 갔다. 일어나면 집에 들려달라는데.” 혼다 류코(本多柳虹)는 고등학교에서 사귄 단짝. 친구라기보단 의자매가 더 나은 표현이다. 이즈미와 류코는 둘이서 학교의 1,2인자 조폭으로 알려진지 오래였다. 이즈미는 항상 불량스러운 옷차림에, 금발로 탈색한 긴 머리. 손에는 항상 담배를 들고 있었다. 나제에서 이즈미를 조용한 학생이라 보는 사람은 없었다.
“류코가? 그년은 전화기도 없나, 이른 아침 찾아와서 무슨 지랄인지.” “빨리 가 보는 게 좋을 거야. 조금 있으면 엄마 손님 받아야 해.” 매일 집에 드나드는 중년의 아저씨들. 이즈미는 그들을 인간으로 보지 못하였다. 그녀의 눈에는 그들은 인간의 탈을 쓴, 흉측한 괴물들이었다.
“당신 몸 사는 남정네들, 다시 내 방 들여보내면 조용히 끝나진 않을 거야.” “이즈미. 전에도 말했지만 누굴 위해 이런 일을 하는 건지 알잖아.” “개소리 집어쳐. 돈을 위해 하는 거라면 엄마도 차라리 조폭질을 해.”
아침부터 어머니와 실랑이를 벌이다 기분이 상한 이즈미는 집을 나왔다. 담배 한 대를 피우며 슬슬 류코의 집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출근하는 류코의 아버지가 반대 방향에서 걸어오기 시작했다.
“이즈미. 류코를 만나러 가는 거냐?” “댁의 따님이 이른 아침 우리 집에 쳐들어 왔었대요. 용건을 물으러 가요.” “것 참… 어른에게 말할 때는 담배 좀 내려 놔라.” “아저씨 우리 엄마 사먹으러 가는 거죠?” “뭔 소릴 하는 게냐…” “하하하, 시침 떼면 뭐가 어떻게 되나? 당신. 그저께 내 방에 면허증 두고 갔어.” “아사쿠라… 어린 놈이 어른 일에 간섭하면 못 쓴단다.” “고등학교도 졸업했는데 누가 어린 놈이야?” “그나저나 너도 꽤 성숙해졌구나. 너도 엄마처럼 몸 좀 팔지-“ “닥쳐 더러운 짐승 놈아. 류코의 아버지가 아니었으면 거시기를 지져버렸을 거야. 꺼져.”
계속해서 류코의 집을 향해 걸어갔다. 대문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혼다! 문 열어!” 몇 초 뒤, 류코가 문을 열고 뛰어나왔다. “아사쿠라! 큰일 났어!” 류코는 얼굴이 창백했다. 마치 귀신을 본 사람처럼.
“뭐? 언제?” “어젯밤. 수치 때문에 아무한테도 말은 안 했대.” “햐아… 피 좀 보겠군. 남자는 말야, 거시기만 놀릴수 있다면 천하도 져먹을 놈들이야.” “이제 어쩌지…” “크크크... 혼자서 귀여운 척은 다 하는데? 처음 하는 짓도 아니면서……” “이즈미... 설마…?” 류코의 등에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준비를 하고 마사이치에 쳐들어 가는 거야. 이따 오후 5시반에. 에리카를 불러. 그 녀석들의 사지를 찢어놓을 거라고 전해줘.” “이즈미…” “응?” “너 같은 자매가 있어서 참 감사해.” “얼씨구, 여성스런 말은 다 하시네, 혼다 씨. 그래, 나한테 감사해!” “이따 보자.”
이즈미는 감정에 휩싸였다. 에리카를 강간한 남고생을 향한 증오와, 다시 흥미있는 싸움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긴장감…
오후 5시가 되어, 류코의 집으로 다시 향했다. 그 때의 아사쿠라 이즈미는 누구보다 당당하게 걸어갔다. 붉은색 자켓을 걸치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흰색 태도를 차고 있었다.
“이즈미… 왔구나. 준비는?” “보다시피 완벽해. 너는 준비 다 되어 있겠지?” “칼을… 가져갈 셈이야?” “위엄은 보여야지.” “살인은 안 돼…” “걱정 마. 사람은 안 죽여. 에리카는?” 말이 끝나자 마자 무섭게 에리카가 문 뒤에서 나왔다. 눈에 초점이 없는,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이즈미는 더욱 증오가 치밀었다.
“아사쿠라 언니…” “말 안 해도 돼. 다 알아. 너는 그냥 그 짐승이 어떤 놈인지 알려주기만 하면 돼.” “그치만… 언니, 복수는 좋은데, 남고를 무작정 습격해서 복수를 할 순 없어요. 저에게 시간을 주시면, 제가 그 놈 패거리를 유인해 올게요.” “에리카… 그럴 수 있겠어?” “근처에서 혼다 언니와 동태를 살펴 주세요.” “그 정도야.” “그럼… 제가 먼저 남고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에리카는 혼자, 주먹을 쥔 채로 남고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걱정되었지만 복수하고 싶었다. 치욕을 준 그 남자애에게… 10분이 흐르고, 종이 울리는 동시에 남학생들이 정문을 통과했다. 20분이 흐르면서 하교하는 학생들의 수가 적어졌다.
“혹시 오늘 그 패거리가 학교에 안 왔던 걸까?” 에리카는 근심과 안심이 섞인 생각을 했다.
그 순간, 그 패거리들이 에리카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패거리들은 에리카를 주시했다.
“여,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왔냐?” “쇼쥬로… 여기서 얘한테 말 걸지 마…”
그 녀석의 이름은 쇼쥬로였던가… 에리카는 마음을 다시 한번 가다듬었다. 가까운 담 뒤에서 언니들이 감시하고 있다는 걸 확인한 후에, 에리카는 쇼쥬로에게 다가갔다.
“이봐 너.” “응?! 자신만만하게 너 라니? 또 부끄럽게 해 줄까?” “하하하” “쇼, 이번엔 우리도 같이 즐기게 해 줘.”
에리카는 주저할 것 없이 말했다.
“모두 같이 즐겨줘.” “응?!” “뭐? 하하하, 돌았냐?”
“아니, 처음에는 정말 치욕적이었어. 하지만 계속 생각하니… 그 쾌감을 원해.” “무슨 꿍꿍인지 모르겠지만, 넌 혼자고 우린 넷이야. 원하는 대로 즐겨주지.” “여기는 사람이 너무 많아. 학교 뒤로 가자.” “하하하, 우리야 좋지. 이상한 짓 시도하면 죽을 줄 알아.”
에리카가 무리를 끌고 가자, 이즈미와 류코도 조심히 뒤를 따랐다.
“여기면 좋아. 아무도 없고, 온통 풀과 나무뿐이잖아. 자, 에리카라고 했나? 벗어.” “으..응.”
에리카는 혼란에 빠졌다. 이즈미와 류코는 어디 있는가? 왜 구하러 오지 않는 걸까?
“뭘 꾸물거려?! 안 벗으면 내가 벗기겠다!” 발정된 쇼쥬로가 뛰어들어 에리카의 가슴을 힘껏 쥐었다.
“아아… 안돼!” “방금 전 까지도 즐겨달라는 년이 뭔 말을 이리 빨리 바꿔.” 에리카는 팔꿈치로 쇼쥬로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때 쇼쥬로는 에리카를 놓쳤고, 에리카는 숲 속으로 도망치려 했다.
“그렇겐 안 되지, 공주님. 캬하하하.” 나머지 세 명이 길을 막았다.
“너 이년… 널 하루 종일 더럽혀 주겠어…!” 분노와 성욕에 찬 쇼쥬로가 뛰어들었다.
“이봐, 형씨들!” 드디어 구세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혼다 언니!!” 에리카가 울부짖었다.
“니년도 더럽혀 주랴? 캬하하.” “너희 중에 그저께 내 동생에게 치욕을 준 녀석이 누구냐?” 차가운 목소리로 류코가 물었다.
“나다! 빈손으로 오다니, 너도 같이 즐겨주지!” 쇼쥬로가 소리쳤다.
“빈손은 아닌데.” 반대편에서 이즈미가 나왔다. 이즈미의 눈은 살기에 가득 찬, 살인자의 눈이었다.
“아…아사쿠라 이즈미?!” “호오. 이 몸을 알아봐주신다니, 영광인걸.” “니 엄마를 맛있게 먹어준 몸이야. 너도 맛있을까나?” “네가 먹을 건, 내 칼의 차가운 날 뿐이야.” 이즈미가 허리에 찬 태도를 뺐다.
“히..익!” “칼이다!” “괜찮아, 저건 그냥 겁을 주기 위해서라고!” “맞아, 진짜 우리를 베겠어? 흐흐흐. 계집애가.”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