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남자사람입니다. 여기에 가족도 없고, 여친도 없음으로 음슴체를 써야 마땅하나 글의 성격상 존대로 갈께요.
저는 정신건강(정신질환) 분야 중에서 미국내 인종간 건강차이 (health disparities)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비단 건강 뿐만 아니라, 경제/교육 등 많은 분야에서 백인과 소수인종(흑인, 아시아, 라틴계 등)간에 구조적인 차이가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빈곤만해도 전체 미국 빈곤율이 16% 정도라면 백인들은 그 절반 수준밖에 안되지만, 흑인과 라틴계는 4명중 한명 꼴로 빈곤합니다. 1년 평균소득, 건강보험 소지율을 비롯해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는 지표들 이외에, 평균수명 (흑인 남성 평균 수명이 백인보다 10세 정도 낮음), 유아 치사율 등도 소수종족이 한참 떨어집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미국에서 인종차별은 매우 엄격하게 다뤄집니다. 인종차별 발언을 하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경우도 많고, 학교 강의 계획서나 업무 계약서에도 인종차별에 대한 조항이 반드시 명기되어야 합니다. 인종차별이 보고되면, 어마한 벌금이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인들과 소수인종들의 격차가 좁아지지 않는 것은 국가정책이나 주정책을 좌지우지 할 국민들, 특히 소수인종의 낮은 투표율 때문이라고 감히 말합니다. 미국의 투표율은 민주주의의 본산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매우 낮습니다. (간접선거라는 제도적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대선이 60% 정도의 낮은 투표율)
1960년대 여러분들 많이 아시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님의 비폭력 시민권리운동(Civil Rights movement)으로 흑인(소수인종)의 권리는 많이 신장되었습니다. 많은 정치가들도 소수인종을 위한 법안을 만들어내려고 했죠. 그렇지만, 소수인종들은 민주주의의 꽃인 '투표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렇게 행사하지 못하도록 방해 받았습니다.
백인 기득권층은 법적으로 참정권(투표권)을 흑인들에게 내주었지만, 여러가지 기발한 방법으로 그들의 투표행위를 방해했습니다. 문맹률이 높았던 흑인들이 투표장소를 제대로 찾지 못하도록 하거나, 투표과정을 복잡하게 함으로써 투표를 어렵고 번거로운 과정으로 만들었죠. 그 결과, 소수인종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변호해주고 챙겨줄 정치적 세력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시민권리운동으로 '평등'을 찾았다고 하지만, 구조적 불평등 속에서 반백년 동안 살아야 이유입니다. 미정부와 기득권은 투표율 올리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지도 않았구요.
미국은 투표를 하기 위해서 미리 유권자 등록을 해야 합니다. (자동으로 유권자들에게 표가 주어지는 우리나라에 비해) 그 절차가 복잡하고, 귀찮기 때문에 미국인들, 특히 정보가 부족하고, 차 없고, 일 때문에 바쁜 사람들은 아예 투표권리마저 갖지 못합니다. 이번에 법을 통과시킨 것이, 유권자 등록 안해도 투표장소에서 바로 할 수 있게 한 것인데, 신분증 (여권, 주 ID, 운전면허)을 지참해야 하는데... 미국인들 중에 특히 차가 없는 사람은 아예 자신을 증빙할 만한 신분증이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주민증이 의무적으로 나오지 않고, 차 없으면 면허증 굳이 신청 안하고, 외국여행 갈 일 없으면 여권도... 주 ID도 자신이 직접 가서 돈 주고 신청해야 합니다.
결국, 이것도 선거에서 빈곤하고 소외 받는 사람들, 소수인종을 배제할 수 있는 부작용을 나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세줄 요약 1. 미국 소수인종 (흑인, 아시아인, 라틴계)들은 여전히 백인들과 구조적으로 차별을 받음 2. 미국인들은 특히 빈곤층과 소수인종들의 투표율이 낮고, 기득권은 투표율 높이기 위해 노력안함. 3. 투표하지 않는 국민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똑같이 보호받지 못하니 투표 꼭해야 함
한줄 요약 닥치고 투표
야당이나 여당이나 그나물에 그밥이라고 생각하면 야당 찍으시길, 그 야당이 4년간 제대로 못하면, 그때가서 새누리당 찍어주면 됨. 그게 반복되었을 때 새눌당이나 민통당이나 '국민을 두려워'하게 되어 정치 제대로 할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