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유튜브 차단에 대해 지상파를 너무 까는 것 같은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서 적는 글임을 미리 밝힙니다.
저는 유튜브 및 SMR에 기술적 지원을 하고 있는 모 회사의 직원입니다.
방송사가 당사의 주 거래처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본 사건에 대해 너무나 자세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왜 유튜브를 맘편히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는지,
그게 여론처럼 방송사의 탓만 있는것인지를 한번 같이 의논해보고자 글을 작성합니다.
그럼 본 내용 나갑니다.
현재 사태에 대한 분석을 위해서는 과거의 유튜브와 방송사의 계약 모델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기존(2013년 중반까지)의 방송사와 유튜브간의 광고 수익 분배 계약 모델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유튜브 4 : 6 방송사 모델 계약
세부적으로 더 나눠보면 다음과 같았죠.
유튜브 0.5 : 광고 렙사(광고 영업 대행사) 3.5 : 방송사 6
뭐 위에서 광고영업을 담당하는 광고 랩사는 실질적으로 유튜브가 운영하고 있으니 뭐 그게 그건가? ㅎ
여튼 단순히 보면 광고 매출의 60%를 방송사에 주는 계약인만큼, 크게 나빠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유튜브는 광고 플랫폼에 대한 광고 영업권을 본인들이 독점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는 여러가지 폐단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가장 중요한 팩트는 이것이었죠.
방송사 입장에서는 일반 유저들의 허접한 UCC와 자신이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서 만든 방송컨텐츠가
동일한 광고매출 단가가 책정됨을 원치 않았습니다.
특히, 유튜브라는 전체 플랫폼에 대해 광고영업을 해왔기 때문에,
그리고 아무리 열심히 컨텐츠를 생산해도 유튜브의 광고 영업 실적이 저조하면 매출이 후지게 나오기 일쑤였던거죠.
방송사가 아무리 컨텐츠를 잘 만들어도, 유튜브가 광고를 제대로 영업하지 못하면
방송사의 전체적인 매출은 하락했습니다.
그리고 이 상황에 대해 방송사는 솔직히 짜증이 나던 중이었죠.
그런데 2013년에 유튜브에서 방송사에 수익 배분율 변경을 요구합니다.
기존이 유튜브 4:6 방송사 계약에서, 유튜브 45:55 방송사 로 계약을 변경하자는 것이었죠.
이유는 이러했습니다.
유튜브 : 실제로 유튜브는 매출이 전체 매출에 5%밖에 안된다. 광고 랩사가 돈을 다 가져간다.
유튜브 플랫폼의 유지를 위해서는 유튜브의 매출 비중이 10%는 차지해야한다.
전세계의 유튜브의 파트너들이 현재 이 조건을 수용하고 있다. 한국의 방송사들도 협조해달라.
라는 이유였죠.
방송사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유튜브의 광고영업행태에 불만이 다소 있는 상황에서
수익 배분율을 낮추자는 말에 솔까 발끈합니다. 빡친거죠.
하지만 방송사라고 뾰족한 방법은 없었습니다.
유튜브는 국내 동영상 컨텐츠 유통의 70%를 독점하고 있었고
어찌되었던 방송사별로 적게는 수억원부터, 많게는 연간 수십억원의 이익을 안겨주고 있었기에,
아무런 대안도 없이 유튜브에 대한 컨텐츠 공급을 중단할순 없었죠.
그래서 방송사들이 합심하여 SMR(Smart Media Representative)라는 광고 영업사를 직접 설립합니다.
그리고 유튜브에 역으로 요구를 합니다.
SMR : 야 니네 매출의 10%면 컨텐츠 유통해준댔지? 좋아 10% 먹어, 대신에 광고영업은 우리가 하게 해줘! ㅇㅋ?
(유튜브 10% : 90% 방송사 형태의 계약 요구)
유튜브 : 아.. 아니... 그게.. 그렇긴 한데... 우리가 글로벌 플랫폼이라... 한국만 그렇게 해줄순 없음. 광고 영업은 무조건 우리가 해야댐
SMR : 그래? 조까 그럼 방송 컨텐츠 유튜브에 국내 유통 안함.
여기서 잠깐! 뭐 이상한거 없나요?
왜 유통제한을 국내에만 국한 했을까요?
아시는분들은 아시겠지만, 유튜브 플랫폼은 해외에서 한국의 방송컨텐츠를 보면 한국광고가 아닌 시청국가의 광고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소말리아에서 유튜브에 접속해서 무한도전을 보면 삼성이나 LG광고가 아닌,
"AK47 탄창 두박스 포함 초 특가 할인판매! 여러분의 해적질은 소중하니까요" 라는 광고가 뜨는겁니다.
(물론 실제로 저런 광고가 나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쿨럭;)
간단히 말하면 방송사가 전세계의 모든 광고에 대한 영업을 직접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방송물 컨텐츠야 국내 광고 영업에서는 힘이 막강하겠지만... 해외 광고 영업에 힘이 있을리가 없죠^^
얼마 되지도 않는 해외 유통때문에 전세계에 광고회사를 차릴수도 없고;;
그러니까 해외는 차단 안하고 그냥 냅두는 겁니다.
해외 유통으로 나오는 수익도 뭐.. 국내에 비하면 작지만 나름 쏠쏠하거든요.
여튼 그러한 방송사의 계산으로 국내 유통만 전면적으로 차단하게 됩니다.
그 이후는 아시는대로, 네이버TVcast, 다음티비팟에 국내 방송사들의 컨텐츠를 현재 독점 유통하게 되었습니다.
네이버와 다음은 SMR의 플랫폼 사용료 10%에 대한 조건을 받아들였으니까요.
가뜩이나 유튜브가 국내 동영상 시장을 휩쓸고 있었던 상황이라, 네이버와 다음같은 포탈 입장에서는
국내 방송사들이 자사에만 독점으로 컨텐츠 공급해 준다는데... 싫을리가 있나요.
동영상 시장에 점유율이 올라가는데 ㅋ
어쨌든 확실한건 다음과 같습니다.
갑자기 유튜브에서 국내 방송 컨텐츠를 보지 못하게 된 것은,
오로지 국내 방송사의 탓만은 아니라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었던 거죠.
글로벌 플랫폼이라는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국내 방송 컨텐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은 유튜브의 탓도 있다는 겁니다.
방송사가 불만을 지속적으로 토로해오던 몇년이라는 시간동안,
유튜브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미리 고민하고 고심하여,
방송사와 유튜브 양측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국내 시장점유율 70%라는 독점적인 지위에서 비롯된 고집을 부리다가
국내 이용자도 불편해지고, 유튜브의 한국 매출도 반토막 나는,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 버렸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많은 분들이 방송사만을 무작정 비난하는 것을 보면서,
조금 더 많은 분들이 이번 유튜브 방송물 차단 사태에 대해 조금 더 이해를 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본 내용을 작성하였습니다.
방송사도 이익이라는 목표를 위해, 국내 이용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서비스 형태를 만들어 버렸고,
유튜브는, 독점적 지위만을 고집하여, 나름 일리 있는 방송사들의 제안에 대해서 무작정 안된다는 말만 반복해 왔습니다.
국내의 기업도 아닌, 해외의 기업이
국내시장에서의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한국 방송사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방송컨텐츠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치 않고,
막대한 이익을 챙겨 가던 그 상황이
과연 소비자들의 편리 라는 입장에서 단순한 옹호해야 하는 건지 한번 고민해 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