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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readers_275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에메넬
추천 : 1
조회수 : 30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1/29 17:31:27
inconcinnity
불일치, 부조화, 부적합

kent-bugle
구식의, 한물간 *key bugle
* 키 6개의 유건(건반이 있는) 나팔

Teutomania
독일 혹은 독일인 특유의 집착(...?)


시작부터 이런 어려운 주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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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가족사를 말하자면, 절대 좋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 부모님은 서로 국적이 달랐다. 아버지는 독일인, 어머니는 프랑스인이었다. 정작 내가 자란 곳은 영국이었다. 프랑스 혼혈이라는 점은 문제되지 않았지만, 독일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불운이었다. 내 주위엔 유독 차별주의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어릴 적, 아버지는 일을 하기 위해 모국에 남았기 때문에 나는 어머니와 둘이서 자라났다. 하지만 어머니 역시 나를 그리 보살펴줄 순 없었다. 내 어머니는 집에 오면 항상 무언가를 하셨다. 지금까지도 왜 그랬는지는 안 알려주셨지만, 그렇게 무언갈 하다 해가 지면 나를 재우러 오셨다. 밥이나 목욕은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게 시간을 쏟지 않는 만큼 다른 문제에 관여하시진 않으셨다.

 내가 처음 학교에 갔을 때, 나는 평범하게 지냈다. 친구도 몇 생겼고, 공부는 지지리도 안 했다. 그 대신 나는 악기에 관심을 가졌는데, 학원에 다니거나 선생님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당시엔 집에 있는 악기를 만져보고 소리를 내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다 몸이 자라 더 무거운 악기를 다룰 수 있게 되고, 경험과 손재주가 늘어가며 학원을 다닌 아이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어느 날은 생일을 맞아 아버지가 왔었는데, 아버지는 우연히 내가 악기를 다루는 걸 보고 내게 물으셨다. 그리고 내 대답을 듣자 어머니와 상의를 해서, 내가 악기 학원에 다니도록 설득해주셨다. 그러고 아버지는 한동안 오지 않으셨고, 어머니는 언제나처럼 나를 내버려두었다.

 학원은 크고 사람은 많았고, 많은 선생님들이 내게 친절히 악기를 가르쳐주었다. 같은 수업을 듣는 몇몇 아이들과도 대화를 나누었다. 대부분이 자기 의지로 온 게 아니었지만, 실력은 나보다 뛰어났다. 나는 그런 아이들을 보고 부러워하며 계속 말을 걸었는데, 그 아이들은 그걸 달갑지 않게 여겼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때는 다들 귀찮아 한 정도였고, 딱히 해코지를 당한 적은 없었다.
 내 국적이 문제된 건 한참을 지나 학교를 고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을 때였다. 나는 끈질긴 설득과 아버지의 도움으로 음악을 전공하기로 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내 집안에서 결정했다는 뜻이다. 난 공부보다는 연주에 관심이 컸기 때문에 시험관 앞에서 직접 연주를 하는 식으로 시험을 보아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시험을 목표로 해서 가르치는 학원에 다닐 필요가 있었고, 난 거길 다니기로 했다.

 학원을 다니면서 나는 평소대로 지냈다. 주변 사람들도 다들 나보다 연주를 잘 했고, 나도 붙임성 좋게 아무에게나 말을 걸고 다녔다. 같이 수업을 듣는 아이들은 전보단 친절하게 대해줬지만, 선생님은 반대였다. 새로 만난 선생님은 항상 하루 빨리 여길 뜨는 게 너희들의 임무라며 서로 이야기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나는 눈엣가시로 여기셨다. 수업의 질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수업보다는 잔소리가 더 많아서 수업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배우는 게 빠르지 않았기에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모두가 모여서 합주 연습을 했다. 악기는 자유로이 가져올 수 있었다. 피아노 같은 악기라면 있는 걸 써도 됐지만, 나는 어릴 적 자주 연주하던 나팔을 가져왔다. 그러자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네 악기는 불협화음에 가깝다고, 어째서 그런 골동품을 들고 온 것이냐고. 그렇게 몇 번의 연주를 실패하자 선생님은 나에게 화를 내셨다. "그놈의 집착은, 그 낡아빠진 고철덩어리 좀 버리면 안 되겠니? 하여간 빌어먹을 제국주의자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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